[콘텐츠연대기] ㊸ 독점의 빛과 그늘...193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 시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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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연대기] ㊸ 독점의 빛과 그늘...193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 시대 (상)
  •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1.11.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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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인류의 20세기 역사를 몇 개의 분기점을 토대로 나누어 보면 1차 세계대전을 통한 구질서의 붕괴,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통한 냉전의 시작, 그 사이의 짧은 평화(?)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0년대는 20세기 현대사에 있어 몇 가지 굵직한 사회적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대공황과 현대 엔터테인먼트의 성장이다.

일견 대공황과 현대 엔터테인먼트의 성장은 엄연하게 다른 의미로 보이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많은 학자들은 대공황이 현대 콘텐츠 시장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이는 이 시기부터 현대 콘텐츠 산업의 기본적인 특징인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규모가 커진 만큼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하고 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인 산업 (industry)로 불릴 정도의 큰 규모와 범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이 시기다. 콘텐츠 시장에 대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회사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헐리우드는 1900년대를 넘어서며 세계 콘텐츠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의 헐리우드는 1900년대를 넘어서며 세계 콘텐츠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독점의 시작 – 콘텐츠 대기업의 탄생

어느 산업이나 비슷하지만 한 산업의 성장에는 항상 그렇듯이 그 산업의 독점적 사업자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독점적 사업자들은 처음에는 산업의 외형적 확대에 몰두하다가 확대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 시장 전체를 지배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게 된다.

자본주의의 양면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산업 자본의 독점 자본화는 언제나 있어왔던 현상이고, 대부분의 독점적 사업자들은 여러 이유로 인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은 이를 독점 금지법 등의 법률로 억제를 하고 있다.

고전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BIG 5. 사진= studibinder 홈페이지 캡처
고전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BIG 5. 사진= studibinder 홈페이지 캡처

영화 산업 역시 여타 다른 산업과 비슷한 행보를 보여왔다. 영화 산업이 그렇게 크지 않던 시절에는 수많은 독립 제작사들이 각자 제작에 힘써왔고, 영화의 배급이나 최종 소비지라 할 수 있는 극장 운영까지 별개로 독립되어 왔다.

몇몇 자본가에 의한 배급과 극장 체인화는 조금씩 있어왔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상황은 1920년대 들어 조금씩 변해갔다. 일명 스튜디오 시스템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작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제작이 총괄되는 스튜디오 시스템은 그 자체로는 나쁜 의미의 단어는 아니다.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 역시 시작은 몇몇 자본과 인력이 많은 대형 스튜디오의 출현에서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이 시장 독점의 욕심을 품었다는 점이다.

이 시기 나타난 스튜디오는 영화 산업에서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대기업의 형태였다. 지금도 유명한 영화사들의 대부분이 이 시기 탄생한 스튜디오들이었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 (MGM), 워너 브라더스, 폭스 (이후 20세기 폭스로 변경), RKO 이들 다섯 스튜디오를 사람들은 ‘BIG 5’라 불렀다. 당시 대부분의 영화 스튜디오들은 여전히 제작에 주력하고 많은 타이틀을 소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지만, 이들 빅 5들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1920년대 빅 5들은 영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 합병을 통해 영화 산업의 경제적인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그들은 무자비할 정도로 극장 체인을 확보하며 우선 유통망을 장악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많은 극장들이 이들 스튜디오의 소유가 되었고, 극장들을 장악한 스튜디오는 당연히 스크린을 독점하기 시작한다. 스크린의 독점이 유통망을 가지지 못한 독립 제작사들의 진출을 방해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결과 1930년대 들어 미국 전체 영화 생산의 95%가 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BIG 5에 좌우되게 된다. 

BIG5 중 하나인 MGM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울부짖는 사자’ 촬영 장면. 사진=MGM 홈페이지 캡처
BIG5 중 하나인 MGM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울부짖는 사자’ 촬영 장면. 사진=MGM 홈페이지 캡처

독점에서 시작된 할리우드의 황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점 자본에 의한 시장 독점은 옳지 못한 행위이다. 공정한 경쟁이 사라짐으로 인해 독점 사업자들에 의한 횡포가 나올 수 밖에 없으며, 당연히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소규모 사업자들도 발생한다.

하지만 독점이 나쁜 효과만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에 BIG5가 등장하면서 분명 영화 산업은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다. 이들 대형 스튜디오들은 생산, 유통, 상영을 비롯한 영화 제작의 모든 측면을 제어했다.

배우나 제작 스태프, 감독, 작가 등 모든 인력은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어야 했고 이로 인해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고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일면도 생겨났다. 일명 할리우드 식 ‘조립 생산 공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안정된 양질의 할리우드 식 독점은 영화사(史)에 있어서는 ‘할리우드의 고전 황금기’라 불리는 시대를 낳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 관련 기술과 각종 기법들이 개발되었고 1927년 영화 '재즈 싱어'로 인해 시작된 사운드 필름의 등장으로 사운드라는 큰 무기를 얻은 영화계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이룬다.

스튜디오 옹호론자들의 논리는 이러한 영화 산업 자체의 발전에 그 기초를 둔다. 분명 독점 스튜디오들의 행보로 인해 자본이 많이 드는 대작 영화의 제작이 쉬워졌고, 다른 스튜디오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기술 개발 같은 R&D에도 신경을 썼기에 컬러 영화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들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분명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인해 영화 산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에서의 재벌 기업이 그러했듯 독점은 언제나 산업을 좀 먹게 마련이고, 대형 스튜디오의 결정권자들은 영화 산업의 발전만을 원하는 ‘선인(善人)’들은 아니었다.

착취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횡포가 존재했고, 결국 이는 전체 영화 산업에 있어 나쁜 결과로 돌아오게 되었다. (계속)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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