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어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정부에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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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어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정부에 넘어가나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11.06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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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바우히니아문화홍콩집단유한공사의 인수논의는 진행 중이며 그외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다른 기업들도 SCMP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
블룸버그는 "바우히니아문화홍콩집단유한공사의 인수논의는 진행 중이며 그외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다른 기업들도 SCMP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 국영기업이 홍콩 최고 권위의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관련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소유한 바우히니아문화홍콩집단유한공사(紫荊文化香港集團有限公司)가 SCMP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어 "지난 3월 홍콩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홍콩의 출판그룹인 연합출판집단유한공사를 통해 바우히니아문화홍콩집단유한공사를 소유했다"며 연합출판집단유한공사의 간부들이 중련판과 중국 지방정부 관리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바우히니아문화홍콩집단유한공사는 지난 5월에는 홍콩 최대 위성방송인 봉황TV를 인수했다.

당시 홍콩 밍바오(明報)는 "홍콩에 문화중심 기업을 세우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바우히니아문화홍콩집단유한공사의 인수논의는 진행 중이며 그외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다른 기업들도 SCMP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국영기업이 SCMP를 인수한다면 홍콩에서 긴장이 더욱 고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 후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엔 홍콩 유일의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가 당국의 압박 속 폐간했다.

당국은 공영방송 RTHK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홍콩기자클럽(HKJA)에 대해 학생에게 정치적 견해를 주입한다고 주장하면서 회원명단과 자금 출처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SCMP와 신문의 최대주주 알리바바는 블룸버그의 보도를 부인했다.

알리바바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SCMP 매각과 관련해 누구와도 논의하고 있지 않으며 계속해서 SCMP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SCMP 대변인도 블룸버그에 알리바바가 SCMP 매각을 고려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SCMP의 소유주가 바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조 차이 알리바바 공동창업자가 SCMP 직원에 보낸 내부 메모에서 "SCMP 소유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없었고 알리바바는 어떠한 변화에 대한 계획도 없다"면서 "어떤 소문이나 관측에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903년 창간한 SCMP는 한때 홍콩 경제 활황 속 기업들이 내는 구인 광고란을 크게 운영하며 세계 최고 수익률을 자랑하는 매체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쳤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1986년 인수했다가 1993년 말레이시아 재벌에 팔았고, 이를 다시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2015년 20억 6000만 홍콩달러(약 3140억원)에 인수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를 공개 비판한 후 알리바바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서 SCMP의 운명도 위기에 몰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지난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에 언론사 보유 지분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SCMP 등 신문과 방송을 비롯해 중국판 트위터로 알려진 웨이보, 중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유큐(優酷), 여러 광고·엔터테인먼트 업체 지분도 소유했다.

당시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보유한 언론사 지분을 점검한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가 언론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언론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절대적인 영향력에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공유자본만 신문방송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언론통제책을 내놨다.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달 초 '시장 진입허가 네거티브 리스트(2021년판)'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공유자본은 사유자본 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런 움직임은 해외자본을 비롯한 비판세력이 미디어 분야에 진출해 중국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초안에 따르면 비 공유자본은 뉴스 취재·편집이나 방송 업무를 할 수 없다. 통신사나 간행물 출판기관, 라디오·텔레비전방송사, 인터넷신문사를 포함한 언론사에 대한 투자·설립·경영도 모두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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