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직원도 "코세페 아닌 자체 할인 행사로 세일 중"
롯데·신세계·이베이코리아 등, 자체 할인 행사 '성공적'
소비자 "코세페 정보 부족…이커머스 할인쿠폰 쏠쏠해"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는 정부와 전국 17개 시·도가 후원하는 국내 최대 쇼핑 행사다.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 7년째임에도 코세페를 맞이하는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영 시원찮다. “코세페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는 반응도 부지기수다.
반면 매년 11월 전후로 유통업체들이 펼치는 다양한 온라인 중심 할인 행사들은 반응이 뜨겁다. 할인폭도 크고 할인 품목도 수천 개에 달해 코세페와는 비교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앙코르 세일전’을 다시 한번 펼칠 계획이다.
백화점 매장은 한산…‘코세페’ 분위기 느끼기 힘들어
오는 15일까지 진행하는 코세페에 참여하는 업체는 약 2000여개로, 역대 최다 규모의 유통·제조·서비스 업체가 참여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도 힘을 보태기 위해 대규모 패션의류 특별할인 행사인 ‘코리아패션마켓 시즌4’를 통해 이번 코세페에 참여했다.
하지만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백화점의 현장은 코세페 행사를 열고 있다기엔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코세페나 코리아패션마켓을 알리는 자체 현수막이나 포스터는 물론, 해당 매장에서 관련 행사를 여는지 알 수 있는 어떠한 힌트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하에 있는 음식점들을 제외하곤 각 층의 손님도 많지 않았다. 명품관과 화장품·향수 등을 판매하는 1층에는 일부 소비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층에 고객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다. 립스틱을 보고 있던 한 소비자는 “코세페는 알고 있다”면서도 “색을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안내문이 부재하다시피 하다 보니 어떤 품목을 어느 정도 할인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어 매장에 일일이 물어야 했다. 3층 여성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에게 “해당 옷들을 코세페 때문에 할인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며 “브랜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라고 답했다.
코리아패션마켓 행사 매장을 찾지 못해 안내데스크에 묻자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끝으로 가면 대행사장 안에 위치해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방문한 행사장에서도 마켓에 참여한 패션 브랜드들은 10개가 채 안됐으며 구경하는 손님도 많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플리마켓 형식으로 참여한 개개인 판매자들이 더 많았다. 패브릭 소품과 도자기 그릇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번에 오프라인 판매가 처음이라 떨렸는데 아직은 손님 방문이나 판매가 많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어제보다 오늘 더 손님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세페가 진행되는 11월1일부터 15일까지는 통상적으로 유통업체들이 일년 중 가장 큰 자체 할인 행사를 펼치는 기간이다. 올해만 해도 행사기간 전후로 신세계 ‘쓱데이’, 롯데쇼핑의 ‘롯데온세상’, 11번가의 ‘십일절 페스티벌’, 이베이코리아 ‘빅스마일데이’, 마켓컬리 ‘수퍼세이브위크’ 행사가 진행됐다.
코세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했지만 입장이 다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재고 상품을 털어내기 위해 진행하는 행사로, 파격적인 할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세페는 정부 주도로 유통업계가 행사 전면에 나서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할인폭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펼치는 할인 행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세페에 크게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백화점이 입점 브랜드의 할인폭을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가격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코세페를 체감하는 정도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활짝’…세일 쿠폰 쏟아지니 역대급 매출
반면 공격적인 홍보와 함께 자체 행사를 진행한 이커머스들은 첫날부터 성공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달 중순부터 구체화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과 보복소비가 맞물린 결과다.
지난 달 18일 이커머스 기업 중 가장 먼저 정기 할인 행사를 시작했던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롯데온세상’ 행사 첫 날 롯데온 론칭 이후 일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셀러 상품과 백화점 상품 매출은 전년대비 3배 이상 신장하며,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롯데온 방문 고객, 구매 고객도 전년과 비교해 각각 104.7%, 124.9%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롯데온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오는 7일까지 ‘롯데온세상’ 후속격인 ‘퍼스트먼데이&애프터위크’를 진행한다. 최대 7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인 더콘란샵 특별 라이브 방송도 준비했다.
신세계그룹의 ‘쓱데이’ 행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행사는 지난해 행사 대비 매출이 35% 증가한 8600억 원을 기록했다. 총매출(GMV)로 환산 시에는 9100억 원이다. 주요 온라인 계열사들이 올해 쓱데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오는 3일까지 ‘애프터 쓱데이’ 행사를 전개한다. 사전행사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채널 위주로 진행되며 SSG닷컴, W컨셉, 신세계 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 신세계인터내셔날(에스아이빌리지)이 참여한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빅스마일데이’ 행사 첫 날의 누적 판매량이 총 288만5976개라고 밝혔다. G마켓, 옥션, G9에서 거둔 총 판매량을 합산한 것으로, 1초당 물건 33개가 팔려 나간 셈이다.
마포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서모 씨는 “지난달부터 온라인 쇼핑몰들이 할인 쿠폰도 많이 주고 이벤트도 열고 있어 굳이 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해 제품을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요즘 장보기부터 명품까지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매년 코세페 이야기가 들리지만 (코세페에 대해) 정리된 정보도 많이 없고 어디서 뭘 사야 할인이 되는지도 모르겠다”며 “일괄적으로 쿠폰 주고 할인폭도 큰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코세페도 소비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것을 고려하여 소비자의 참여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비대면 부문의 행사를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쇼핑몰, TV홈쇼핑, 라이브커머스, 배달앱 등 다양한 비대면·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한 기획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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