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나는 가계대출 관리방안…피해는 '서민 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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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나는 가계대출 관리방안…피해는 '서민 몫' ?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0.2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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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 대출 문턱 높이면서 대부업체에는 대출 허용
서민·실수요자 2·3금융으로 내몰리게 돼
고신용자 대상 금리 상승 가팔라…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 역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26일 강화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서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지침을 내세웠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민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기조와는 반대로 대출이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모든 금융사에 연간 대출 증가율을 6%로 맞출 것을 주문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금융권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금융소비자들이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되는 한편, 고신용자들이 내야 하는 금리가 저신용자들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급기야는 신용이 좋은 사람이 신용대출을 못 받게 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엇박자 대출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서민과 실수요자, 2금융권 비롯 사금융으로 내몰려

금융당국의 문제는 일률적인 규제에 있다. 투기나 투자를 위해 무리한 대출 확대를 노리는 경우를 규제하되 실수요자들에게는 대출받을 길을 열어놓아야 하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막무가내식 총량 규제로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서민과 실수요자들은 2금융권을 비롯해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후속조치로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에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지난 8일 우수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에 500억원의 대출을 허용했다. 이는 대부업체가 은행권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한 첫 사례다. 

문제는 현재 1금융권 대출 문턱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것이다. 저금리로 대출 가능한 1금융권 대출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막으면서 대부업체에는 대출을 해 준다는 것은 서민들로 하여금 대부업체로 가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2금융, 3금융으로 가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대출금리의 역설…담보 있고 신용 높은데도 더 비싼 이자 낸다

신용이 좋으면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는 당연한 금융상식 역시 흔들리고 있다. 고신용자들이 한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 은행들이 이들의 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각종 우대 금리를 폐지하는 등 고신용자들의 금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등급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0%로 전달(2.71%) 대비 0.2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5~6등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74%로 전달(5.73%)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 금리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달 하나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 금리는 신용점수가 최상위일 경우 연 3.63%로 상위권 점수(연 3.56%)보다 높았다. 

은행이 고신용자의 금리를 올리는 것은 대출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통상 은행에서는 금리를 통해 대출이 가능한 차주의 대출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금융소비자들에게는 높은 대출 장벽과 금리인상이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주택담보대출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상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삼기에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매겨졌으나 계속된 규제로 금리가 역전됐다.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규제 1순위로 꼽혔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3.30~4.67%로 신용대출 금리(3.20~4.28%)보다 높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문턱높이고 중금리대출은 확대…서민은 사금융으로 내몰려

고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이 막힌 반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열려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전날 상품단위가 아닌 차주 단위를 기준으로 중저신용층에 공급되는 모든 중금리 신용대출에 대해 중금리대출 인센티브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금리대출 확대는 금융당국의 대표적인 목표 중 하나다. 앞서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 확대를 인터넷은행업권과 제2금융권에 주문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26일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추가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것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와 상반되기 때문에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출 실수요자가 꼭 중저신용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대출의 질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시장에 고신용자가 많고 중저신용자가 적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신용등급 1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가 1300만명이고 2등급은 900만명에 달한다"며 "중저신용자 숫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결국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어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오히려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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