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교체’ 카드 불발된 남양유업…주가 폭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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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교체’ 카드 불발된 남양유업…주가 폭등한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0.28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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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9일 남양 주총 앞두고 한앤코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
새 이사진 구성에 난항…法 “양측의 주식 매매계약 유효해”
특별세무조사에 근로감독조사,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까지
주가는 2거래일 연속 폭등…오너리스크 해소 기대감 반영된 듯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한앤코19호 유한회사가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제3자 매각’을 외치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법원이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제기한 홍 회장 등 소유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 인용에 이어 주총 의결권 가처분신청도 일부 인용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특별 세무조사까지 받게 됐다. 

지난 5월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와 그간 남양유업 불매 운동에 관한 책임을 진다며 사퇴와 매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돌연 매각을 철회하면서 남양유업을 인수하기로 한 한앤코와의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홍 회장 일가, 주총서 의결권 행사할 수 없어

홍 회장이 임시주총에서 측근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려 한다며 제기한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한앤코19호 유한회사가 홍원식 회장과 아내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 손자 홍승의 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홍 회장과 이 고문, 홍 군은 29일 열리는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어기고 의결권을 행사하면 100억 원을 한앤코에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식매매 계약상 거래 종결일이 올해 7월 30일 오전 10시로 확정됐고, 채무자들(홍 회장 등)의 계약 해제 통지는 효력이 없어 주식매매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오는 임시 주총에서 현재 오너 일가 중심인 이사회를 재편해 새로운 사내이사·사외이사들을 앞세워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자 했다.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이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김승언 남양유업 수석본부장, 정재연 세종공장장, 이창원 나주공장장이 올랐다. 사외이사에는 이종민 학교법인 광운학원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해당 안건의 가결로 홍 회장과 일가가 자연스럽게 회장직 자리에서 내려와 2선으로 물러나게 될 시 경영 일선에서 일보 후퇴했기 때문에 남양유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다소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홍 회장은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사내외 이사진 임기를 3년으로 보장했다. 만약 한앤코 측이 주식양도 법정 공방에서 승소하더라도 이사진 교체를 지연시켜 실질적인 경영권을 쉽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법원

하지만 법원은 홍 회장과 한앤코 간에 맺은 주식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양측의 주식매매계약은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홍 회장이 한앤코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법원이 일차적으로 한앤코의 편을 들어주면서 홍 회장 일가는 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수 없게 됐다. 만약 이사 선임의 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나머지 홍 회장과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제외한 약 47%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홍 회장을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남양유업 주주 99.6%를 차지하는 18만 명의 소액 주주들의 주총장에 등장해 모두 의견을 모으지 않는 한 상정된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홍 회장의 지분은 51.68%이며,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을 포함하면 53.08%다.

남양유업은 예정대로 주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지만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 회장은 절반이 넘는 지분 행사를 못하는 만큼 주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 8월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의 주식 처분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홍 회장 일가는 한앤코 외 다른 곳에 남양유업 매각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의 법정 싸움이 마무리된 이후 남양유업이 원하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28일 남양유업 주가 추이 그래프. 사진=네이버 '남양유업' 종목창 캡처.

설상가상 세무조사까지…주가는 강세

설상가상 국세청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와 서울 소재 영업소 2곳에 80여 명의 직원들을 동원해 세무 조사를 벌였다. 

서울지방국세청이 나선 이번 남양유업 세무조사는 4∼5년 주기의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8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적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조사를 위해 서울 소재 본사·영업소 방문한 사실은 맞다”며 “조사 내용 목적이나 일정 등은 모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홍원식 회장 일가의 회사자금 유용 혐의와 불가리스의 코로나19 효과 과장에 따른 주가 조작 논란 등을 들여다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 철수 관련 논란 등에 따른 조사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조사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여직원을 상대로 부당 인사를 지시하거나 인사평가와 채용과정에서 남녀 차별적 기준이 적용됐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6일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공시 위반 제재금으로 2억2000만원, 벌점 11점을 받았다.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 회장 보유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철회했으며, 매각 계약과 관련한 소송 진행사실을 뒤늦게 지연 공시했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에서 홍 회장 일가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오너 리스크 해소 기대감에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남양유업은 전날보다 5만3500원(12.12%) 오른 49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55만4000원을 찍기도 했다. 지난 27일에도 개장 초부터 상승세로 출발해 전날보다 2.8% 상승한 44만1500원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지난 달 1일 홍 회장인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하자 곧장 사흘 동안에만 주가가 13%가량 빠졌으며, 9월 들어서만 21.7%의 주가하락률을 보였다. 하지만 홍 회장의 뜻대로 '제 3자 매각'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로 흘러 가자 28일 시장에서 개인이 34억4800만 원 순매수에 나서는 등 반전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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