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하얀석유 '리튬' 가격 급등, K-배터리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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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하얀석유 '리튬' 가격 급등, K-배터리 영향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0.28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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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 1년 사이 2배 이상 껑충
中 배터리 가격 인상 및 공급망 확보에 사활
韓 내년쯤 윤곽, 자체 리튬 등 자원 탐사 나서
배터리 3社 원료·소재 등 밸류체인 구축 박차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리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신화통신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원자번호 3번 리튬(Li)은 금속 중 가장 가볍고 고체 원소 중에서는 밀도가 가장 낮은 은백색 금속이다.

칼로 자를 수 있을 만큼 무르지만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과 합금하면 항공기 부품 재료로 사용할 정도로 가볍고 강해진다. 20세기 후반부터 리튬 전지와 리튬 이온 2차 전지의 양극 물질로 사용되면서 휴대용 전자 제품의 혁신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보급으로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하얀석유'라는 별칭을 얻었다. 수요증가로 리튬 공급난이 현실화 됐다.

전기차 보급으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리튬의 연간 글로벌 사용량은 16만톤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수요가 이어진다면 10년 후에는 10배 이상의 리튬이 필요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다보고 있다. IEA는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리튬 수요는 2040년까지 2020년의 4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中, 전기차 배터리 가격 20% 기습 인상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 BYD가 리튬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배터리 가격을 20% 이상 인상을 기습 결정했다. BYD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 지표인 '탄산리튬'의 중국 가격은 8월 톤당 8만8000위안(약 1600만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2배 올랐다. 

BYD는 중국 전기차 판매 1위며 배터리 부문은 CATL에 이어 2위다. 생산 배터리 상당수를 자체 소화하지만 도요타, 베이징자동차, 포드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BYD의 배터리 가격 상승이 CATL 등 여타 경쟁 업체의 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기차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리튬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상승에 전기차 가격 인하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멀어지는 전기차 가격 인하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가격대에 도달하기 위해선 전기차 원가의 약 4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가격이 kWh당 100달러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배터리 가격은 kWh당 120~130달러선이다. 전기차가 동급의 가솔린 차량보다 2배가량 비싼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대체 물질 내지는 혁신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당분간 전기차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의 40%를 리튬, 코발트 등 원료 가격이 차지한다"며 "치솟는 원료가 상승으로 자칫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ATL 등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은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中 핵심 원료 싹쓸이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료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웃돈을 주면서까지 리튬 광산 인수 등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CATL은 캐나다 밴쿠버의 밀레니얼리튬(Millennial Lithium)을 주당 3.85캐나다달러(약 3581원)에 현금 매입한다고 29일 밝혔다.

20일간 평균 종가 대비 약 29%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총 인수 금액은 3억7680만 캐나다달러(약 3500억 원)다. CATL은 “리튬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CATL은 아르헨티나 실타주에 있는 광산에서 리튬을 직접 채굴할 수 있게 됐다. 매장량은 412만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CATL은 2023년 말부터 연산 2만4000톤 규모로 생산을 시작한다. 밀레니엄리튬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또 다른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ATL은 올 1~8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2위 LG에너솔루션(LG화학)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韓, 국내서 자원 탐사 나서

중국과 미국,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이 남미의 리튬 광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리튬 광물 탐사에 나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현재 상황이라면 2025년 리튬 공급 부족 사태까지 예견된다면서 본격적인 리튬 탐사에 착수해 존재가 확인되면 적극 채굴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폐광부터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국내 리튬 매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리튬 생산량은 7만여 톤으로 호주와 칠레, 중국 등 3개국에서만 80% 가량이 채굴돼 자원 무기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폐 배터리에서 리튬을 분리 추출하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 사진제공=SK

韓 배터리 삼총사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에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社)는 원료부터 소재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QPM에 1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인수했다. 2023년부터 10년간 매년 7000톤의 니켈과 700톤의 코발트를 공급 받는다. 

또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을 위해 LG전자의 분리막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차세대 코팅 기술과 일본 도레이사와 합작법인 설립 등 전방위적 투자로 분리막 사업을 수년 내 조 단위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검수 중인 삼성SDI 직원들.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도 배터리 소재 양극재 라인 일부를 자회사 에스티엠에 넘겨 소재 제조 사업을 일원화했다. 뿐만 아니라 소재 전문 기업 에코프로비엠과 합작해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하이니켈 양극재를 단독 공급 받는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 사진제공=LG화학

SK 역시 그룹 차원에서 전방위로 배터리 소재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SKC 자회사 SK넥실리스를 통해 국외에서 공격적으로 동박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중국 동박 업체 왓슨에 1000억 원을 투자해 다가올 동박 공급 부족에 대비했다. 

SKIET는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생산 규모를 늘려 오는 2025년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분리막 시장 1위 위상을 공고하겠다는 방침이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 'Group14'와 합작해 배터리 소재사업에 진출한다. 현재 음극재 재료인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채해 주행거리는 늘리고 충전시간을 줄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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