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만 시가총액 2조8661억 원 증발
29일 발표 예정인 3Q 실적도 기대치에 못 미칠 듯
中 광군제로 럭셔리 브랜드 입지 살아날 듯
‘위드코로나’로 관광객 늘어나면 면세점 매출↑
“중장기 전망,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어”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화장품업종 대장주로 꼽히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 짙은 먹구름이 꼈다. 한때 ‘K-뷰티’의 선두주자로 꼽혔으나 차이나 리스크로 인해 이렇다 할 반등 없이 연일 하락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다만 내달 중국 최대 쇼핑 행사 광군제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실적 반등 가능성을 예상하는 분석도 나온다.
5월 이후 지속 추락세…3분기 실적도 ‘흐림’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전거래일 보다 6500원(3.42%) 내린 18만35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8만2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 5월27일 장중 30만 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5개월 새 약 40%가량 빠진 셈이다.
특히 지난 9월 한 달간 주가는 21.53% 급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13조3071억 원에서 10조4410억 원으로 줄어들며 2조8661억 원이 사라졌다. 당장 5월과 비교하더라도 약 6조4634억 원이 날라갔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때 시총 24조 원을 웃돌며 코스피 시장 5위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기를 못 펴고 있다.
오는 29일 발표되는 3분기 실적 역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한 1조1401억 원, 영업이익은 37.5% 상승한 77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상승하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불과 3분기 초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000억 원을 웃돌았다. 증권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목표주가를 27만 원에서 21만 원으로 낮춘 데 이어 지난 7일 또다시 2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경쟁 심화 및 중국 현지 화장품 시장 성장 둔화가 그 이유다.
이밖에 NH투자증권(30만원→23만원), 메리츠증권(27만원→20만원), 신영증권(27만원→23만원), KB증권(28만원→21만5000원), 대신증권(32만원→28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29만원→23만원), KTB증권(28만원→20만원)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 눈높이를 낮췄다.
중국 법인 흔들리자 기업이 흔들린다
이유는 코로나 재확산의 장기화와 더불어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애매해지면서 예전에 비해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사업인 이니스프리의 중국 내 판매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또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 둔화, 더딘 면세점 회복세도 주가 하락의 이유로 꼽힌다.
올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매출은 8%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률은 18%였다. 그 사이를 글로벌 브랜드와 현지 C-뷰티가 치고 들어왔다. 아시아 내 중국 매출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경쟁 강도가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속된 부진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 전략을 수정 중인 이니스프리의 경우, 중국 매장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으며 온라인 채널 매출도 10% 감소했다. 정혜진 연구원은 “브랜드 라인 재정비 및 채널 교체 작업을 위해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한국 뷰티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한한령으로 K-뷰티 입지가 흔들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C-뷰티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한국 뷰티 기업들의 중저가 브랜드 입지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K-뷰티는 한 곳도 없다. 상위 10위권 내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8개, C-뷰티 브랜드인 바이췌링과 자연당이 각각 4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K-뷰티 브랜드 중에는 LG생활건강의 후가 14위, 이니스프리가 17위로 모두 10위권 밖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장기화로 해외여행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점이 타격을 입은 것도 수익성 악화에 한몫했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통 채널과 면세점, 중국 등 디지털을 제외한 핵심 채널에서의 어려운 업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중국 ‘광군제’·위드코로나, 기대 요인
다만 중국 최대의 쇼핑 축제인 내달 11일 광군제가 아모레퍼시픽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광군제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의 매출을 올렸으며, 주가 역시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13%가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한방 브랜드 설화수가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동안 과하게 주가가 하락한 점도 향후 실적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부진과 중국 소비 등 불확실성은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중국 시장 내 핵심 브랜드인 설화수가 중국에서 브랜드 파워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면 중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설화수의 3분기 중국 시장 성장률이 전년 대비 20% 안팎을 기록한다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2분기 중국 내 설화수 자음생 라인 집중 육성으로 브랜드가 약 60% 성장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은 보자기 모티브의 광군제 전용 디자인을 적용한 설화수 제품을 내놓는 등 마케팅에 한창이다. 설화수 자음2종 세트는 광군절 기간 티몰 등에서 ‘1+1’로 판매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내달부터 가시화되는 위드 코로나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늘길이 열리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을 비롯한 중국 관광객들에 의해 면세점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후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이 전환되고 국가 간의 경제활동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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