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편의점·백화점엔 이들이 있다?…유통가 이끄는 ‘MZ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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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편의점·백화점엔 이들이 있다?…유통가 이끄는 ‘MZ 조직’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0.26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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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이마트24 등, MZ 조직이 만든 신제품 출시
현백 최초 스타트업 투자…29.8세 조직이 이끌었다
롯데백화점, 2030 주축 아이디어 기획팀 따로 있어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1층에 있는 나이스웨더 전경. 사진='나이스웨더' 인스타그램 캡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라고 불리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사내 프로젝트를 이끄는 주요 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유통업체들이 이들을 일제히 사업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 ‘MZ세대 마음은 MZ세대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편의점, 新먹거리 전문 프로젝트 팀 가동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라 새로운 먹거리 개발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GS25는 젊은 직원들이 자신들만의 ‘인생템’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싶다는 의견을 수렴해 지난 달 ‘갓생기획-신상기획팀’을 신설했다. 

이들은 GS25에서 근무하는 MZ세대 직원들로만 구성된 팀이다. 임원과 팀장의 간섭 없이 상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일련의 모든 활동을 직접 주도한다. 프로젝트의 첫 상품인 ‘노티드우유’ 3종은 출시 일주일 만에 50만 개가 넘는 판매를 달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팝잇진주캔디’, ‘바프꿀젤리’, ‘틈새오모리김치찌개라면’ 등 총 12종의 ‘갓생기획’ 상품들이 판매수량 200만 개(10월 5일 기준)를 돌파했다. 특히 20대 34%, 30대 29%, 10대 28% 순으로 ‘갓생기획’ 상품을 구매했다. 주 고객층으로 겨냥했던 MZ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24 딜리셔스 비밀탐험대 1기 대원들. 사진제공=이마트24

이마트24도 지난 달 ‘딜리셔스 비밀탐험대(딜탐)’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20~30대 직원 10여명을 프로젝트 팀원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국내 다양한 지역의 맛과 문화를 경험하고, 가감 없이 관련 팀과 협의를 진행해 상품을 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딜탐 팀원들은 브레인스토밍 회의, 시장조사, 상품콘셉트 선정, 상품 출시까지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지난 21일 탄생한 ‘악마의 매운맛’ 4종 제품은 그 결과물로, 특징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맛을 담는 대신 매운맛 마니아를 겨냥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맵부심’ 트렌드에 주목했다. 

편의점은 그동안 특정 고객층의 니즈를 반영할 경우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어 고객을 세분화하기 보다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상품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이마트24 측은 팀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 편의점 FF(프레시푸드) 공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실험적 상품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MZ세대가 아닌 딜탐 1기 오현창 탐험대장은 “기업인 만큼 상품 판매를 통한 매출도 중요하지만 시도 자체가 더 큰 의미를 지닐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은 MZ세대의 생각을 여과 없이 담아내려고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CU는 MZ세대 임직원으로 꾸려진 ‘이거어때 TFT’를 3년째 운영 중이다. 따로 팀장을 두지 않고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프로젝트 리더를 맡는 방식이다. 세븐일레븐은 MZ세대 직원이 기획으로 제작된 유튜브 코너 ‘세븐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유튜브 콘텐츠 다각화를 구성 중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있는 '아웃오브스톡' 매장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백화점, MZ세대가 매장 풍경 바꾼다

백화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단순 사업 아이디어를 내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고 매장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최근 들어 백화점들이 ‘트렌디한 곳’으로 탈바꿈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미래사업팀은 지난 8월 편의점 콘셉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에 3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현대백화점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현대서울 지하 1층에 입점해 있는 ‘나이스웨더’의 구매 고객 80%는 20·30대 젊은 세대다.

미래사업팀은 평균연령 29.8세에 불과하지만, 회사 내 스타트업 투자 결정을 주도했을 정도로 주력 사업을 맡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여가·리빙·라이프스타일 등 문화에 맞는 유망 브랜드를 찾아내 본업과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20~30대 직원 10여명이 6개월 동안 활동하는 기획팀인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팀으로, 주요 경영진에게 사업을 제안한 뒤 채택되면 현업에 적용한다. 

MTT는 최근 등산·캠핑 등 야외활동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디그디그 액티비티’를 선보였다. 올해 선정된 사업으로, 9개월만에 자체 앱까지 출시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 오픈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의 ‘힙(Hip)화점’도 MTT팀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특징은 시간이 갈 수록 소비력은 높아지는 반면, 취향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젊은 조직의 아이디어를 사업에 반영하고자 새로운 프로젝트 팀을 꾸리는 형식으로 사내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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