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구석기축제①] 강낙규의 "철학, 축제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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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구석기축제①] 강낙규의 "철학, 축제에 빠지다"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7.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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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가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오피니언뉴스가 창간 특집 기획연재를 7월1일부터 시작합니다. 첫번째로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가 집필하는 '철학, 축제에 빠지다'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열고 있는 각종 축제를 들뢰즈, 니체, 칸트, 장자, 헤겔 등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과 연결시켜 그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기획입니다. '연천 구석기 축제' '춘천 마임 축제' '화천 산천어 축제' 등을 철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보고, 생생한 현장 르포 및 사진들과 함께 깊이있고도 풍성한 의미를 건져올릴 것입니다. '철학, 축제에 빠지다'는 매주 수요일 게재됩니다. 독자 여러분과 각 지역 축제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프롤로그 -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 • 축제하는 인간)

▲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표정을 앵글에 담았다. 공연하는 사람, 관람하는 사람의 표정에서 행복을 읽었다. 웃음, 호기심, 놀람, 기쁨 등 다양한 모습이 그들의 얼굴을 스쳐간다.

노동의 기계화와 비인간화, 가치의 편식에 따른 총체적인 삶의 무의미로 웃음을 거세당한 사람들에게, 축제는 웃음과 긍정으로 무의미와 무력감을 치유해 준다.

거센 파도와 풍랑 그리고 호수같은 고요함이 공존하는 바다처럼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위험한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다. 위험하다고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만 있을 수 없듯이, 우리는 고해(苦海)의 바다로 당당히 항해를 해야 한다.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유혹에 몸을 묶어 맞서듯이, 우리도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에 맞서 이렇게 외치면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삶이었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축제는 열린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소망을 가지고 일상으로부터 일탈하여 즐거운 놀이를 하는 곳이다. 이 축제에 철학자들을 초대하여 축제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 본다.

“존재하는 것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없다.”(니체 <이 사람을 보라>)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도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니체로부터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웠으며, 칸트를 읽고 헤겔을 공부하며 들뢰즈와 씨름하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세도 “예술적 창조는 언제나 처절한 고통을 요구 한다”는 가르침에 무덤덤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축제와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지리산 70여 차례, 설악산 40여 차례, 영남의 알프스라는 영취산, 신불산, 가지산, 고운산, 천황산, 문복산을 100여 차례 등반했다. 그러다 15년 전 스키를 타다 무릎인대가 파열되어 더 이상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 배낭여행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배웠다. 사람이 없는 사진은 별 매력을 가지지 못해 포트레이트(인물사진)에 집중하였고, 우연히 축제장에서 촬영한 사진이 여러 차례 사진공모전에 입상하게 되자 본격적으로 전국 축제장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사진은 회화의 연장선이란 점에서 미술을 공부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미학을 공부하였고, 마지막으로 만난 게 철학이었다.

축제와 사진 그리고 철학을 묶어 재해석하면 뭔가 그럴듯하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하였고 벌써 10년을 훌쩍 넘기게 되었다.

축제는 수채화처럼 가볍고 재미있어야 하는데 유화처럼 무겁게 만들어 축제를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1> 들뢰즈가 본 '연천 구석기 축제'
①26만년 전 한탄강변의 호모 에렉투스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978년 한탄강변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되었다.

참외 크기만한 이 돌도끼의 발견으로 아시아인은 자존심을 되찾게 되었다.

모비우스(H. Movius) 하버드대 교수의 ‘세계 구석기 이원론’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모비우스 교수는 세계 구석기문화를 인도 동북부지역을 경계로 서쪽은 아슐리안 주먹도끼 문화권, 동쪽은 찍개 문화권으로 분류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양쪽으로 날카로운 형태로, 둥그런 돌덩어리인 찍개에 비하여 기술 수준이 높아 구석기시대부터 아시아지역은 문화적으로 정체되었다는 증거라고 모비우스 교수는 주장했다.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결정되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 것인데, 한반도에서 아슐리안형 돌도끼가 발견됨으로써 이 주장을 뒤엎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쁨을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 ‘연천 구석기 축제’이다.

26만년 전 한탄강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로 최초로 불을 사용하였고 주먹도끼를 발명하였으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게 멸종되었다고 한다.

연천 구석기 축제에서 그 당시 호모 에렉투스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선사체험마을로 들어서면 12가지의 체험을 할 수 있다.

 

▲ 가족과 함께 연천 구석기 축제를 구경하러 온 한 어린이가 호모 에렉투스 조형물을 신기한 듯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있다. /사진=강낙규

첫 번째로 크로마키 체험동에서 구석기 사람들의 옷과 동물 이빨로 만든 장신구를 입어본다. 진짜 구석기인이 되기 위해서 과감하게 웃옷을 모두 벗고 호피무늬의 구석기 의상을 입는다. 초등학교 3학년만 되어도 젖꼭지가 보인다고 웃옷을 벗지 않는다.

다음으로 던져떼기 체험장으로 간다. 돌을 바위에 던져 깨뜨려서 각종 석기를 만든다. 연천강가의 돌은 석영과 규암 등 단단한 강자갈로 규소 성분이 풍부한 유럽지역의 돌보다 가공하기가 어렵다.

깨진 돌조각을 가지고 세 번째 석기제작교실로 간다. 주먹도끼나 뾰족끝찍개, 찍개, 긁개 등 용도에 맞는 석기를 만들어 본다.

주먹도끼는 구석기시대의 맥가이버칼로 불리는 대표 유물이다. 나무나 가죽을 가공하거나 사냥한 동물을 해체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됐는데,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최첨단 도구였다.

네 번째로 상영관으로 간다. 움막으로 지어진 상영관에서 더위도 피하고 잠시 쉬어가면서 구석기시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다. 당시의 자연과 호모 에렉투스의 생활을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체험관인 사냥장은 창던지기와 활쏘기 체험장이다. 나무창은 40만년 전 후기구석기시대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멀리던지기 시합을 해본다. 활은 1만5,000년 전에 발명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호모 에렉투스는 활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활쏘기도 해본다.

여섯 번째로 암각화 새기기 체험을 한다. 구석기시대 화가가 되어 좋아하는 동물인 맘모스나 사자, 말, 들소 등을 그려본다. 사냥터의 작전사령관이 되어 동물들을 사냥하는 작전도를 그릴 수도 있다.

일곱 번째 체험은 막집 짓기다. 집을 짓다 보면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먼저 한 명이 기둥을 세워 잡고 있으면 다른 가족들이 나뭇가지를 하나씩 빙 둘러 걸친다. 기둥을 바로 세우지 못하거나 아무렇게나 나뭇가지를 걸치면 막집은 무너진다. 가족이 많으면 큰집을 짓고, 아기가 있으면 인형같은 아기집을 지어준다.

여덟 번째는 가죽 다듬기다. 갓 잡은 소에서 벗겨낸 가죽을 다듬어서 멋진 장군복이나 아름다운 구석기 패션복으로 만들어 본다.

아홉 번째는 인류 최대의 발명인 불 피우기다. 나무 중간에 구멍을 내고 끝이 뾰족한 나무막대를 양손으로 모아 빠른 속도로 100번 정도 비비면 마찰로 열이 나는데, 마른 풀을 갖다 대고 후후 불어 불을 피우면 된다. 손재주가 좋은 꼬마 구석기인이 아빠보다 더 빨리 불을 피울 때도 있다.

열 번째로 석기 제작 체험이다. 아이들의 얼굴 반 만한 크기의 고글을 쓰고 손에는 두툼한 장갑을 끼고 작은 자갈돌로 큰 자갈 모서리를 깨뜨리면서 주먹도끼를 만든다.

열한 번째는 사냥한 진짜 돼지를 주먹도끼로 자르는 체험이다. 욕심을 내서 크게 자르려고 하면 오히려 힘들다. 한입 먹을 만큼의 크기로 자르는 게 비법이다. 꼬챙이에 꿰어서 장작불에 구워먹을 수 있는데 꼬챙이를 돌리면서 구워야 태우지 않는다.

열두 번째는 오리엔테이션장인데 인류의 진화 과정과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선사체험마을에서 겪는 각종 체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새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자밭으로 가서 주먹도끼를 이용해 땅을 파서 감자 캐기를 한다. 찾아낸 감자는 불에 구워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체험을 모두 마치고 나면 예쁜 구석기 목걸이를 선물로 받는다.

초급 구석기 체험을 마치면 배도 출출하니 간식으로 구석기 바비큐를 먹으러 간다. 500여명이 동시에 참가할 수 있는 대형 화덕이 설치되어 있다. 온 주위가 바비큐 냄새로 진동한다. 구석기인들의 돼지고기 축제다.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는데 구석기인들의 퍼레이드다.

한 떼의 구석기 원시인 호모 에렉투스들이 알아들을 듯 말 듯한 소리를 지르면서 춤을 추며 돌도끼와 창을 흔들면서 퍼레이드를 펼친다. 그 뒤로는 꼬마 원시인으로 분장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이 까불며 장난도 걸면서 뒤따른다. 호모 에렉투스는 험상궂은 얼굴로 으르릉거리며 겁을 주려고 막대기를 흔들기도 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준다.

퍼레이드를 따라가다가 고급 구석기 체험장으로 간다. 아기돼지 맨손으로 잡기다. 사방 약 50미터X70미터로 울타리가 쳐진 공간에 초등학생들이 살아있는 아기돼지를 잡느라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아기돼지들은 꽥꽥거리며 쏜살같이 달아나고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잡으러 다닌다. 구석으로 몰린 아기돼지를 막상 잡으려니 무서워 그냥 ‘으앙’ 하고 울어버리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씩씩한 누나는 자기 몸집만한 돼지를 잡아서 활짝 웃으며 돌아온다. 장래 여추장 감이다.

점심식사 시간이다. 축제음식점이 주무대 뒤쪽에 있어 축제장을 볼 수 있다. 연천지역 모범음식점과 어머니회 등에서 음식을 판매한다. 위생적이며 친절하다. 직접 도시락을 가져와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뭔가 밋밋하다. 호모 에렉투스의 식사를 재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구석기 축제에 걸맞는 식단을 짜보자.

수렵과 채집생활을 한 호모 에렉투스는 에너지원의 70%를 식물에서, 30%는 동물에서 공급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렵이라고 하지만 아직 사냥 기술이 미숙하여 하이에나처럼 다른 동물들이 사냥하여 먹다 남은 것을 먹었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돌도끼나 창으로 맘모스나 사나운 동물을 사냥하기보다는 덫을 놓거나 함정을 파거나 절벽으로 유인해서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시 상원군 검은모루 유적에는 타제석기와 29종의 동물화석(이들 중 17종은 멸종)이 발견됐다. 큰쌍코뿔소, 사슴, 곰, 멧돼지, 승냥이, 원숭이, 물소, 하이에나, 호랑이, 오소리, 산림쥐 등이다. 굼벵이도 훌륭한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했을 것이다. 한탄강 부근에 살았으니 다양한 민물고기를 작살로 잡거나 조개도 잡았을 것이다.

소나무와 전나무, 측백나무가 우거진 숲 그리고 목련과 백합이 활짝 핀 산속이나 들판에서 도토리나 채소, 열매, 씨앗, 견과, 뿌리가 주 식량원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재료를 가지고 인류 최초의 요리사 호모 에렉투스 아니 호모 코쿠엔스(Homo Coquens•요리하는 인류)의 요리를 만들어 보자.

거대한 맘모스는 족발, 갈비, 등심, 안심, 내장 등 부위별로 나누어서 굽거나, 찌거나, 삶아서 요리한다. 아쉽게도 맘모스가 멸종했으니 족발은 거대한 돼지 족을 쓰고 갈비는 소갈비나 돼지갈비, 살코기는 등심구이, 돼지 수육, 내장은 왕순대 등으로 만들어 ‘21세기 맘모스 고기’라 부르자. 고기를 구워 먹을 땐 장작불이나 바비큐그릴에서 구워먹도록 하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팔레오 다이어트’ 즉 구석기 다이어트 요리도 셋트 메뉴로 좋을 것이다. 사슴고기, 다양한 야채와 씨앗, 견과류로 고단백질 식사를 제공하여 쉽게 포만감을 느껴 체중 감량의 효과까지 거둔다.

굼벵이도 튀기거나 살아있는 채로 맛보게 하여 ‘도전! 호모 에렉투스 선발대회’를 해볼 수도 있겠다.

술은 코뿔소나 물소의 뿔로 만든 뿔잔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구석기 민물매운탕도 대표 메뉴가 되지 않을까?

멧돼지고기 코너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 어머니 음식처럼 반가울 것이다.

식탁과 의자도 돌이나 바위로 만들어 빙 둘러앉아 식사를 하면 어떨까?

 

▲ 축제는 아이들에겐 신나는 놀이터도 된다. 연천 구석기 축제장을 찾은 아이들이 철봉 이어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 /사진=강낙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면 멀리서 우렁찬 함성소리가 들린다.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함께 구석기 고인돌을 옮기고 있다.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선 호모 에렉투스의 구령에 따라 아이, 어른 구분 없이  긴 밧줄을 “영차, 영차” 하며 끌고 있다. 뒷줄에 들어가서 힘을 보태 본다.

드디어 고인돌을 다 옮기자 아빠 목에 목마를 탄 아이가 호모 에렉투스에게 자기 선글래스를 씌워준다. 앞이 안 보이는지 킹콩처럼 가슴을 쿵쾅쿵쾅 친다. 다함께 “와!” 하면서 호모 에렉투스의 지도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최고의 고난이도 체험은 맨손 물고기 잡기다. 유아원생을 대상으로 풀장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를 한다. 험난한 구석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릴 때부터 고된 훈련을 시킨다.

고무보트를 끌고 다니는 훈련교관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고된 훈련이 아니라 놀이로 재미있어 한다. 옆쪽 풀장에선 고무보트를 타지 않고 그냥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를 하는데 초등학교 오빠와 누나들이다.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아서인지 맨손으로 물고기를 척척 잡는다. 믿음직하다.

주무대에선 캐릭터쇼와 마술쇼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축제장에 오면 동시에 여러 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하기에 어느 것을 볼지 늘 고민이다.

전곡선사박물관도 빠트릴 수 없다. 시간관계상 다음 편에서 우주선처럼 생긴 전곡선사박물관으로 가기로 한다. <1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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