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에 밀린 국산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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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에 밀린 국산도자기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7.0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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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기 72년만에 공장가동 중단...시대조류 못읽어

70년 전통의 환국도자기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불황 탓이 아니다. 국내 도자기 업계 1위 업체가 공장을 세운 것은 수입 도자기가 밀물처럼 쏟아져 시장을 빼앗긴데다 시대 조류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치 못한 탓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도자기는 7월 한달간 충북 청주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도자기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은 지난 1943년 청주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72년만에 처음이다. 한국도자기측은 이달에 공장 가동을 중단한 후 8월에 가동을 재개할지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한국도자기가 공장 가동을 멈춘 것은 경영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생산을 할수록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도자기의 매출은 2010년 517억원에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384억원까지 줄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35억원과 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도자기 경영부진의 이유로는 외부적으로 수입 도자기의 범람, 내부적으로는 시대변화 조류에 순응하는 제품 개발에 실패한 점을 들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외국산 도자기가 밀려들면서 국산도자기 업체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고가 시장은 유럽산이, 저가시장은 중국산이 시장을 차지하면서 그 틈바구니에서 국산 도자기는 쪼그라드는 신세로 전락했다.

국내 도자기 시장은 연간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중 60% 이상 외국산에 시장을 넘겨줬다. 지난 10년 사이에 외국산 도자기 수입이 4배로 증가했다. 국내업체 중에서 한국도자기, 행남자기, 젠한국등 3개사가 1,000억 정도 차지하고 나머지 회사들은 거의 줄도산한고 있는 실정.

백화점에 가보면 유명 수입 그릇들이 넓직한 매장을 차지하고 잇는데 비해 국산 도자기는 세회사의 제품이 한 매장을 나눠 쓰고 있다. 모양새가 옹색하다.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산 도자기는 명품 브랜드를 자랑한다. 스페인의 수제도자기 브랜드 ‘야드로’는 최근 국내 전시회를 열고 1점에 최고 6,000만원짜리 제품을 선보였다. 이 회사의 제품은 2013년 전두환 전대통령이 미납세금 추징을 위해 경매물건을 나와 이른바 ‘전두환 도자기’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시대조류를 읽지 못한 한국도자기에도 책임이 있다. 신혼 부부의 필수 혼수품으로 꼽혔던 고가 도자기 세트의 수요가 최근 크게 줄었다. 식구 수가 줄고 외식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인 또는 미혼 가구가 늘고, 자녀를 하나 이상 낳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통상 6인용으로 만든 도자기 세트가 밀려난 것이다.

1~2인용 세트 위주로 개발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3위 업체 젠한국의 매출이 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도자기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한 셈이다.

한국도자기는 창업자 고 김종호 회장이 1943년에 충북 청주의 작은 공장에서 막그릇을 만들며 시작했다. 그의 아들인 김동수회장은 부친이 경영할 때 빚독촉에 시달리던 기억을 되새기며 ‘무차입, 무감원 경영’의 원칙을 세웠다. 1968년 ‘황실장미 홈세트’를 출시하면서 대박이 터졌다.

▲ 한국도자기가 지난 6월 17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PN풍년과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1973년 김동수 회장은 청와대에 불려가 육영수 여사로부터 “청와대에 자신있게 국빈에게 내놓을수 있는 본차이나 도자기를 생산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당시 국내엔 본차이나 기술이 없었다. 본차이나는 동물 뼈(bone)를 첨가해 만든 자기인데, 한국도자기는 수천번의 실패를 거쳐 본차이나 도자기 생산에 성공했다. 본차이나 생산을 계기로 한국도자기는 생산량 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도자기는 2000년 이후 기울기 시작했고, 2004년 김동수 회장이 장남인 김영신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자 김동수 회장의 동생인 김성수씨기 한국도자기의 인도네시아 공장을 들고 분사해 젠(ZEN)한국을 설립했다. 조카와 삼촌 사이에 치열한 경쟁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한국도자기 그룹은 김회장의 자녀들이 계열사를 분할해 경영하고 있다. 경영은 물론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시대 조류의 변화에 둔할 수밖에 없고, 시장 변화에 대응치 못했다. 한국도자기는 저가 그릇을 사용하며 자주 바꾸는 젊은 층의 조류를 읽지 못하고 고급화 전략을 고수했다. 그 결과,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공장 문을 닫는 일을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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