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영국, 확진자 급증...의료진 "규제 강화해야..힘든 겨울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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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영국, 확진자 급증...의료진 "규제 강화해야..힘든 겨울 올 것"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10.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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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료진 "규제 다시 강화해야"
영국 정부 "봉쇄 들어갈 일 없을 것"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 가까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 가까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지난 7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영국.

전세계가 코로나19와 씨름하는 가운데에서도 발빠른 움직임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번 거머쥐었던 영국이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영국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 가까이 나오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힘든 겨울이 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의 의료진들은 '위드코로나' 정책 대신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영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선언한 영국, 일일 확진자 5만명 육박

20일(이하 현지시간)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만8820명으로 5만명에 육박했다. 19일에는 4만3540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일일 신규 확진자를 기록중이다.

미국의 하루 확진자 수가 7000명대를 기록하고 있고, 프랑스가 6000명대를 기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영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영국의 코로나19가 재차 확산세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난 8월부터다. 7월 한 때 4만명 수준이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8월1일 2만4000명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영국이 코로나19와 공존을 뜻하는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시기와 일치한다. 

영국은 지난 7월19일 코로나19로부터 '자유의 날'을 선포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펍과 레스토랑 등 사실상 모든 시설을 재개장했고, 대부분의 코로나19 규제를 해제했다.

마스크 착용 또한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선택에 맡겼다. 식당을 방문하거나 직장에 복귀할 때 백신접종 증명이나 코로나19 테스트 음성 결과를 요구하는 몇몇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영국은 당초 도입하려 했던 '백신패스' 등의 계획도 모두 철회했다.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에 대해 낙관하게 됐고, 이것이 재차 코로나19 확산세를 이끈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국 퀸메리 대학의 역학 연구원인 뎁티 굴다사니는 "예외적인 정책은 예외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것은 매우 예측 가능한 일이며, 모든 것을 개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마튼 맥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의 유럽 공중보건학 교수 역시 "우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집단적인 조치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을 보아왔다"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맞다는 증거는 없다"고 토로했다. 

지나친 낙관론·델타 하위 변이 확산 등이 원인  

영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일찌감치 선언할 정도로 낙관론이 확산된 이유에는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영국에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 배경에는 백신 프로그램이 있었다"며 "영국의 백신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에서 대부분의 국가를 앞질렀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백신접종을 빨리 시작한 탓에 면역 효과도 여타 국가에 비해 다소 빨리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CNBC는 "백신을 접종한 이들의 면역력은 약 6개월이 지나면 약해진다"며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빠르게 백신 접종에 나선 것이 높은 발병률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기 단계의 백신 접종률이 높았던 만큼, 시간이 상당히 지난 현재는 면역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국 정부와 국민들의 낙관론으로 인해 부스터샷 접종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코비드19액츄어리리스폰드 그룹의 컨설턴트인 존 로버치는 "부스터샷 접종이 시작된지 한 달이 넘은 상황에서 2회 접종을 마친 80세 이상의 노인들 중 절반도 안되는 이들만이 부스터샷을 접종했다"며 "이 추세라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2200만명의 사람들이 1월 말까지는 3차 접종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영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델타의 하위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영국에서 AY.4.2로 명명된 델타 하위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타 플러스'로 불리는 이 변이 바이러스는 최근 영국 내 신규 확진자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대니 알트만 면역학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최근 6개월 동안 몇몇 지역에서 지배적인 돌연변이였다"며 "지금까지는 델타 변이가 최고 돌연변이 성능을 나타냈지만, AY.4.2는 이 주장에 대해 의심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역시 트위터를 통해 "델타 플러스가 전파력이 더 높은 것인지, 아니면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긴급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BBC
자료=BBC

영국 정부 "봉쇄로 돌아가지 않을 것"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거나 잠재적인 봉쇄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며, 위드코로나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콰시 콰르텡 영국 경제장관은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다시 봉쇄에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며 "입원률과 사망률이 과거 대유행의 정점보다 훨씬 낮으며,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 의료인 단체인 국민보건서비스연합(NHS)은 마스크 의무화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완화했던 규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슈 테일러 회장은 "정부는 즉각 플랜B로 돌아서야 하고, 추가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리스톨대학의 교수이자 백신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 멤버인 아담 핀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에만 의존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가 자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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