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파산한 美 기업, CEO들에게 보너스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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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파산한 美 기업, CEO들에게 보너스 잔치
  • 권영길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1.10.1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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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페니 450만 달러 등 42개社 파산공개 직전 보너스
美 당국 조사 결과 파산 직전 1억6500만 달러 '돈잔치'
파산남용방지법·소비자보호법 악용…도덕적 해이 '도마'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파산한 일부 현지 기업들이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 파산 직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수백만 달러 상당의 보너스 잔치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업은 망해도 CEO는 보너스를 받는 기현상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지속된 것이다.

이는 연방회계 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의 최근 감사결과 나타났다. 

GAO는 연방의회 산하 기관으로 부처나 관련기관의 회계, 평가, 수사 등을 담당한다. 의회조사국(CRS), 의회예산처, 기술평가원과 함께 의회의 4대 입법 보조기관 가운데 하나다.

GAO의 최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JC 페니, 처키 치즈, 허츠 등 모두 42개 기업들은 파산 직전 보너스를 CEO에게 지급하는 등, 코로나19 펜데믹 기간동안 1억6500만 달러(약 1970억 원) 상당의 돈잔치를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회사들은 파산을 신청하기 전, 길게는 5개월, 짧게는 이틀전에 보너스를 지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한 해 미국에선 무려 7600 여개 회사들이 파산법 11조(chapter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극히 소수 회사만 법원의 승인을 얻어 CEO 등 간부들에게 파산과 회생을 위한 격려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JC페니 등 미국 내 42개 회사가 파산 직전 성과급 잔치를 벌려 '모랄 해저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JC페니 등 미국 내 42개 회사가 파산 직전 성과급 잔치를 벌려 '모랄 해저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JC 페니의 경우 파산신청을 공개하기 직전 450만 달러(약 53억7000만 원)를 CEO에게 지급했다. 이 회사는 118년 역사의 미국 중저가 백화점 체인이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파산 직전 JC페니는 미국 내 약 850개의 매장을 갖고 있으며 8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메이시스, 콜스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으로 꼽혔다.

당시 질 솔타우 JC페니 CEO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 지역 사회, 국가에 전례 없는 도전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한 처키 치즈는 CEO에게 130만 달러(약 15억5000만 원)를, 렌트카 회사였던 허츠는 70만 달러(약 8억3000만 원)를 각각 파산 공개 전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키 치즈는 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다. 해외진출은 많지 않았지만 미국 본토 곳곳에 550개가 넘는 직영매장들이 있다.

처키 치즈의 모회사인 CEC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로 많은 식당이 문을 닫은 데 따른 금융 부담을 주된 이유로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허츠는 세계1위의 렌터카 업체다. 102년 역사를 자랑한다. 전 세계 5100여 곳의 지점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는 1,900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 미국이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이들 회사들은 보너스 지급과 관련, 비록 파산을 신청했으나 CEO가 회사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어, 회사 정리, 또는 회생 절차를 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파산기업들의 돈잔치는 2005년에 연방의회에서 제정된 파산남용 방지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악용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미국 주류방송인 CBS는 이에 따라 관련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현행법은 파산기업들이 파산신청후 법원의 명령이나 채권자, 채무자의 동의 없이는 CEO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반면, 파산을 신청하기 전 기업들이 CEO에게 보너스를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규제조치가 없다. 이 허점을 이용, 회사의 존망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잔치를 벌인 것이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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