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은 막고 대부업체는 승인? 대부업으로 대출수요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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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대출은 막고 대부업체는 승인? 대부업으로 대출수요 몰리나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0.12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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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파이낸셜, 하나은행으로부터 500억원 대출
원희룡 전 제주지사 "고금리 대부업체로 서민 등 떠밀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정책적 완화효과 의견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당국이 우수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은행에서 차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가계대출 수요가 대부업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이에 더해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부업으로 대출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수 대부업체가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들의 대출금리가 낮아져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프로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는 지난 8일 하나은행으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권이 위축될 위기에 처하자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을 우려해 지난 8월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 21곳을 선정했다.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의 기준은 ▲최근 3년간 위규사항이 없고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액이 100억원 이상이며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70% 이상 등이다. 

금융위가 선정한 21개 업체는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온라인 대출중개 플랫폼을 통해 대부상품을 중개할 수 있게 된다. 

은행권은 이에 맞춰 그동안 여신제한업종에 포함되던 대부업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내규를 변경했다. 하나은행이 아프로파이낸셜에 은행권 최초로 대출을 허가함에 따라 앞으로 우수 대부업체의 은행권 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들로부터 대출 관련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진행상황이나 업체명은 밝힐 수 없지만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대부업체로 서민 등 떠밀게 될 수 있어"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서민 말살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우수 대부 업체'라는 것을 선정해 은행권에서 저리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며 "정부가 대출 총량제로 관리하겠다며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은행을 막고, 고금리 대부 업체로 서민 등 떠미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 총량제를 시행함에 따라 금융권은 대출 총량 대비 수익률을 고려하게 돼 고금리 상품 위주로 판매하게 된다"며 "회수율 때문에 고소득·고신용자에게 집중 대출을 해주게 돼 서민은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 곳 잃은 서민들은 P2P 업체와 대부업체, 불법 사금융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 총량 집계가 어려운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보니 표면적으로 대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질 나쁜 대출만 늘어나게 된다"고 꼬집었다. 

사진=원희룡 전 제주지사 페이스북
사진=원희룡 전 제주지사 페이스북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이 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우수 대부업체에 자금을 조달해주는 것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대부업체로 가라는 신호로 보일 수도 있다"며 "제3금융권의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배분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당국의 의도는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들로 하여금 우수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도록 해 불법추심 없이 깔끔하게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취지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이 우수 대부업체에 자금을 빌려주고 소비자가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게 되면 원래는 4~5% 낼 수 있었던 이자를 15~20% 내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대부업체에 가서 돈을 빌리게 되면 금리가 높아지고 신용도 또한 떨어지게 돼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저리로 자금 조달해 대출이자 낮아지는 효과도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대부업체가 고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합법적인 대부업체가 있어야 저신용자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영업을 할 수 있는 대부업체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이에 대한 완화정책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전에는 1만 개가 넘었던 업체들이 그 이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8000여 개까지 줄어들었다"며 "대부업체들은 이미 신규대출을 하지 않고 담보대출과 대환대출만 취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해지면서 대출이자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명일 서민금융연구원 이사는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해서 저리로 자금조달할 길을 일부 열어준 것은 대부업체로 하여금 이자를 낮춰주려는 여력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이라도 급전에 대한 수요는 있을 수 있다"며 "규제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힌다면 현실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길은 대부업체 뿐이니 이자가 낮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수 대부업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온라인 대출중개 플랫폼 등에서 대부상품을 중개할 수 있게 될 테니 마케팅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총량규제가 과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 연구원장은 "이미 은행에서 한도가 꽉 차서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들은 대부업이라도 가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투기자금이 아니라 의식주를 위한 생계자금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관되게 총량규제를 해버리면 은행은 안정적인 대출만 하라고 할 것"이라며 "생계자금까지 규제해버리면 소비자는 높은 금리 부담에 신용도까지 떨어져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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