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국내 업체는 왜 ‘오징어 게임’을 만들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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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국내 업체는 왜 ‘오징어 게임’을 만들지 못했을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10.12 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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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국내 콘텐츠에서 세계 1위라는 수식어는 BTS에나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언어 및 문화적 차이의 한계로 아시아 공략은 가능해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는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었다. 국내에서 저명한 영화감독과 PD들이 미국 할리우드 또는 중국에 진출한 이유도 국내 영상 콘텐츠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콘텐츠가 통할 수 있다는 기적(?)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보여주었다. 넷플릭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콘텐츠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글로벌 1위 OTT 기업이다. 국내의 수많은 제작사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게 투자를 받아 제작되었고 현재 글로벌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국내 제작사의 상반된 관점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첫 작품이 되었다. 해당 작품이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전부 1위를 차지한 기록은 BTS의 빌보드 1위에 못지 않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을 제작한 감독 및 출연 배우들의 입지 및 평판, 영향력 등은 이미 국내를 넘어 세계 전역으로 지금도 확대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요인 및 스토리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다양한 기사와 평론이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성공요인을 거론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많은 성공요인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국내에서 수 차례 거절당했다는 건, 시대적 상황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국내 기업의 제작 방식에 일정 부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해당 작품이 이상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투자자, 배우들에게 모두 거절당했다는 점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 빈부격차가 더 커지고 한탕주의 풍조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도래했기에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넷플릭스의 선택도 중요한 성공요인이라고 황동혁 감독은 밝혔다.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형식도 살펴보고 시간과 수위를 일일이 체크한다. 방송사의 경우 19금 드라마를 제작해도 시청자의 반응 및 다양한 규제에 발목을 붙잡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시청자 반응이 없으면 중도에 종영하기도 하고 시청자 반응에 따라 갑자기 스토리가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토리의 현실성도 떨어지고 위험성도 다소 있는 작품이지만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 어렵다는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분석, 확인하면서 직접 제작을 지원했다. 불확실성에 도전한 넷플릭스의 기업가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는 어떤 방식으로 성공하고 있는가

지난 해 한국전략경영학회의 학술지에 게재된 '넷플릭스의 경쟁 전략' 연구를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경쟁사들에 비해 어떤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는지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넷플릭스는 20년에 걸쳐 고객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축적, 이를 토대로 고객이 어떤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과 몰입을 보이는지 분석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실력있는 A급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그는 늘 통계학적 추론을 통해 고객의 기호를 정밀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사내에 강조하는 인물이다.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스트리밍되는 모든 콘텐츠의 장르, 주제, 내용 특성, 엔딩 성격 등을 코드화해서 분류, 분석하여 시청자들이 어떤 장르에 몰입하고 집중하는지 연구한다.

넷플릭스 구성원들은 이 과정에 관해 콘텐츠에 대한 세밀한 내용을 양자 단위까지 나누어 분류, 분석한다는 의미로 ‘넷플릭스 양자 이론’이라고 부른다. 구독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는 빅데이터 형태로 확대되고 통계적 추론을 바탕으로 과학적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분석에 대한 정밀성 그리고 성공확률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구독자가 시청하는 콘텐츠의 80%는 넷플릭스가 추천한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이미 콘텐츠 분야를 주도하며 트렌드를 자신들이 투자, 지원하는 작품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넷플릭스의 경영진은 자사를 콘텐츠 기업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 기업이라고 부른다. 실제 넷플릭스에는 통계학,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콘텐츠 분야 전문가보다 많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OTT 시장에 뛰어들며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티빙, 시즌, 카카오TV 등 다수의 OTT 업체는 향후 3년간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선언했고 SKT가 대주주로 있는 웨이브(Wavve) 역시 2025년까지 1조원의 투자를 발표했다. 투자 금액은 넷플릭스 못지 않지만 국내 기업 중 넷플릭스 같은 분석 능력을 지닌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MBC에 최근 사표를 낸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가 넷플릭스와 협업을 진행했고 나영석 PD 또한 넷플릭스의 ‘백스피릿’에 출연하며 넷플릭스는 콘텐츠 분야 우수인재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넷플릭스를 쫓아가려면 투자 금액을 쏟아 붓는 차원을 넘어 콘텐츠에 대한 과학적 분석, 다양한 아이디어를 장려, 시도하는 실험정신을 학습해야 한다.

국내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넷플릭스의 정밀한 분석 그리고 과감한 의사결정, 신속한 투자와 실험정신 독려를 부러워한다. 여전히 전문가들의 ‘감(感)’에 의존하는 역량으로는 넷플릭스를 능가하기 어렵다. 10년 전, 유능한 A급 인재는 지상파에서 CJ, 종편 등으로 이직했다. 지금 A급 인재는 모두 넷플릭스의 작품을 연출 또는 출연하길 원한다.

‘오징어 게임’ 의 성공에 열광하더라도 이제는 차분하게 제2의 K-콘텐츠 열풍을 국내 기업들이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실, ‘오징어 게임’으로 가장 큰 수익과 브랜드 파워를 얻은 건 감독과 배우가 아니라 바로 넷플릭스다. 뼈 아픈 반성도 필요하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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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복기 2021-10-18 16:12:41
투자회수에 관한 관점입니다....
투자금을 통한 자사의 영향력 인프라 구축또한 투자의 관점으로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시장의 인프라 정보및 자사의 투자 저변을 확대시키고 시장을 발전시켜 또 다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회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해외와 우리나라의 차이입니다. 어려운말을 길게 해놓으셨네요..
누가보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이 하루아침에 나온줄... 10년 넘게 걸렸습니다. 번돈이 1조면
꼬라박은 돈이 9000억....다만 앞으로 수조원 더 벌 수 있는 인프라만들어짐...
우리나라 자본 투자집단 - 오늘 투자 하면 내일 이익나는건지 따져봄... 그래도 손실이 90%이상...
다음에 좋은건 찾아서 대박나자~~ 또 쪽박.. ㅎㅎ 어쩌다 한번 투자금의 1~2배 이익.. 전체손해가 10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