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한층 거세진 20~30대 주도 '국뽕' 바람..."시진핑 정책, 묻지마 오케이!"
상태바
[차이나 리포트] 한층 거세진 20~30대 주도 '국뽕' 바람..."시진핑 정책, 묻지마 오케이!"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1.10.06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국주의 선봉장, ‘분노청년’의 또 다른 이름 ‘소분홍’
정치, 사회적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애국주의
소비시장, 애국주의가 과도한 불매운동으로 자주 표출돼
무조건적 애국주의, 불필요한 마찰, 국가의 고립 자초할 수도 있어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에서 애국주의 물결이 강하게 일면서 중국 청년들이 애국주의에 심취하고 있다.

"당신이 나를 중국에 미친 추종자라 여겨도 좋다. 나는 천안문 국기게양식을 볼 때마다 우는 사람이다. 올림픽에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마다 눈물이 솟구치고 중국인이 성화를 안고 뛰는 모습을 봐도 큰 소리로 운다. 의아하겠지만, 이런 사람도 있다. 내 조국엔 문제가 많지만 내가 국가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2012년 중국 유명 판타지 문학 작가인 귀징밍이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사설에 "궈의 공개적 애국주의에 박수를 보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깨고 자신이 애국주의를 당당히 밝히기를 소망한다"고 보도한 이후 중국에서는 소위 과격한 애국주의 성향의 젊은 네티즌을 이르는 '분노청년(憤靑)’이 애국 여론 확산에 뛰어들며 애국주의가 중국을 휩쓸었다.

중국에서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발생하거나 분쟁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애국주의가 등장했다.

최근 미중 분쟁, 코로나19, 대만과 홍콩 이슈,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대외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국에서 또 다시 ‘분노청년’과 ‘소분홍(小粉红)’을 중심으로 강력한 애국주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중국에서 애국주의 폭발은 외국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자주 나타났다. 사진출처=유튜브
중국에서 애국주의 폭발은 외국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자주 나타났다. 사진출처=유튜브

애국주의 선봉장, ‘분노청년’의 또 다른 이름 ‘소분홍’

중국 애국주의의 든든한 지원자는 중화주의를 바탕으로 한 ‘분노청년’이다. ‘분노청년’은 1990년대 중반 등장하여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국의 인터넷 극우 청년집단을 말한다.

‘분노청년’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3년 홍콩 영화 ‘분노청년’인데, 이 영화에서 ‘분노청년’은 사회에 불만을 갖고 급진적 변혁을 도모하는 청년들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에서 ‘분노청년’의 의미가 바뀌어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청년들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분노청년’ 중에서도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의 급진적 애국주의 네티즌들을 ‘소분홍’이라고 칭한다.

‘소분홍’은 작은 분홍색이라는 뜻인데, 중국의 청년층이 극단적인 애국주의 성향을 표출하던 사이트가 분홍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돌과 팬덤 문화에도 익숙한 ‘소분홍’은 국가보다 중요한 아이돌은 없고 조국이야 말로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이다”라고 말하는 소위 국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광팬이다.

이처럼 ‘분노청년’과 ‘소분홍’을 아우르는 가장 강력한 사상적 무기는 바로 중화사상으로 ‘분노청년’과 ‘소분홍’은 모두 서양을 비판하며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소분홍’은 중국의 적이라고 생각되는 집단에 큰 분노를 나타내고 누군가 중국의 적이라고 생각되거나 중화사상에 반발하는 표현을 하면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비판한다. 

'애국주의'...정치, 사회부문까지 빠르게 확산 

인터넷 상에서 ‘소분홍’의 애국주의 표출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2021 도쿄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결승에서 일본에 진 중국 대표팀 류스원과 쉬신은 금메달 획득 실패에 분노한 자국민에게 사죄했다. 중국 SNS에 은메달에 그친 것에 대해 ‘소분홍’의 끊임없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BBC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선수는 애국심이 없는 것이라는 민족주의 열풍이 온라인을 휩쓸고 있다”고 전하며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를 비판했다.

방탄소년단이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6·25 전쟁 70주년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도 ‘소분홍’은 중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미 양국의 희생만을 부각했다는 이유로 “중국 모욕”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이 최근 어린이 채널에서 중국인들이 곤충이나 쥐, 머리카락 등을 요리에 사용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낸 것과 관련해서도 ‘소분홍’은 중국인을 심각히 비하한 인종 차별적 행위라고 맹공하며 ABC 방송에 프로그램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다.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주장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소분홍’은 미국이 COVID-19기원 문제를 정치화한다고 강력 비판하며 동시에 ‘미군 실험실 유출설’을 옹호했다.

이외에도 ‘소분홍’은 영토 분쟁중인 일본, 국경에서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인도,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등 여러 나라들에 대해서도 중국에 반하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상에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애국주의 물결속에 중국 브랜드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대표 의류브랜드인 리닝 패션쇼 모습. 사진출처=리닝
중국 애국주의 물결속에 중국 브랜드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대표 의류브랜드인 리닝 패션쇼 모습. 사진출처=리닝

소비시장도 '애국주의'...불매운동으로 이어져 

1990년대 이후 출생 세대들은 중국시장 마케팅의 주 타겟이다. 때문에 중국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소분홍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중국의 애국주의 열풍은 소비시장에서 더욱 강력하게 표출된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출생 세대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궈차오(國潮)’ 마케팅이 인기다. 궈차오는 중국 전통문화를 의미하는 ‘궈(國)’와 유행을 뜻하는 ‘차오(潮)’를 합한 단어로 중국 제품을 사용하자는 운동이다. 

궈차오 운동속에 중국 의류 브랜드 리닝은 중국리닝(中国李宁)이라는 중국어 간자체를 넣은 디자인으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 국풍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소분홍’은 소셜미디어에 “외국 제품을 쓰는 사람은 매국노”, “중국 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다” 같은 자극적 문구를 게재하며 애국주의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분홍’의 여론몰이로 많은 국가들의 제품이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이 벌어졌을 때,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일었고 이 일로 인해 롯데 마트는 중국에서 철수 수순을 밟았다.

역사, 영토 등의 이유로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자동차, 가전제품을 비롯해 일본 제품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이 자주 벌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들이 신장 위구르인에 대한 인권탄압과 강제노동을 지목했을 때는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뉴발란스, 나이키, 아디다스, 버버리, H&M 등 전세계 유명 소비재 기업들의 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도 전개됐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소비시장에서 자국 제품을 사용하고 외국 제품을 배격하자는 소비 풍조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 기업들은 혹시 자국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자사 제품이 불매운동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근심까지 안고 경영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관객들이 영화 ‘장진호’가 끝난 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 캡처
중국 관객들이 영화 ‘장진호’가 끝난 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 캡처

과도한 애국주의, "불필요한 마찰야기...국가 고립 자초" 우려도 

지난 7월 1일 중국에서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치러진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 미국 등 서구를 겨냥해 “중국을 압박하면 머리가 깨질 것”이라고 경고한 후 중국에서 애국주의 분위기가 다시 촉발됐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멍완저우의 석방이 이뤄지면서 중국에서 애국주의 물결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런 애국주의의 물결속에 소위 ‘국뽕’ 영화로 불리는 중국 영화 '장진호'는 지난달 30일 개봉 후 약 4000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영화 ‘장진호’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룬 영화다. 중국 정부는 장진호 전투가 항미원조 전쟁에서 가장 결정적인 승리라고 주장하며 ‘장진호’ 영화 제작을 적극 지원했다. 

중국 정부는 다시 촉발된 애국주의 분위기속에 청소년들의 애국주의 사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 규제들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각급 학교 교과목에 '시진핑 사상' 과목을 신설해 필수 교육으로 지정하고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국어, 영어, 수학 등 학교 수업의 필수 과목에 대한 과외도 전면 금지시켰다. 

교육분야 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 영역도 공산당 사상의 영향 하에 두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중국 정부는 팬덤 관리 강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출연 금지, 고액 출연료 금지, 출연료 투명성 강화,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 및 스타의 자녀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을 금지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에게 시진핑의 사상을 공부하도록 했으며 정치적 입장이 정확하지 않고 당과 국가와 한마음 한 뜻이 아닌 사람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했다.

교육이나 문화 분야에서의 애국주의 사상 강화는 향후 ‘소분홍’을 이어나갈 청소년들의 공산당 사상 무장화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소분홍’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들이 나올 때마다 강력히 지지를 보내면서 중국 정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외적인 비판속에서도 강력한 정책이나 규제를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소분홍’이 인터넷상에서 만들어 내는 우호적 여론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천안문)사건의 발생 원인을 잘못된 사상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톈안먼 사건 이후 중국 정부는 애국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중국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정부의 일련의 규제 정책들도 애국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부로 중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해 다시 불붙은 애국주의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더 나아가 20차 당대회까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중 관계 악화, 헝다 사태, 최악의 전력난 등으로 국내외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국 정부로써는 애국주의는 비난을 피하고 어려움의 돌파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애국주의는 세계화 시대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거나 국가의 고립마저 자초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 상에서의 ‘소분홍’의 지나친 애국주의를 무턱대고 계속 지켜볼 수 만은 없는 이유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