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정국이던 뉴질랜드, 어쩌다 위드코로나 길 걷나
상태바
코로나 청정국이던 뉴질랜드, 어쩌다 위드코로나 길 걷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10.05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로 코로나 내세웠지만, 규제 완화 통해 위드 코로나로 전환  
아던 총리 "규제 단계적으로 완화할 예정"
저신다 아던 총리는 4일(현지시간) 오클랜드 지역의 경보 3단계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예정임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총리는 4일(현지시간) 오클랜드 지역의 경보 3단계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예정임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던 지난해 6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이후 확진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청정국'으로 이름을 날리던 뉴질랜드는 이제 '위드 코로나'의 길을 택했다.

단 한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엄격한 통제에 나서며 '제로 코로나'를 향하던 뉴질랜드는 어쩌다 '코로나와의 공존'을 택했을까. 

아던 총리 "규제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4일(이하 현지시간) 오클랜드 지역의 경보 3단계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예정임을 밝혔다.

5일 자정을 기해 서로 다른 두 가구에 사는 10명 이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야외에서 만나는 것을 허용했으며, 유아원을 포함한 조기 교육시설도 10명의 인원을 제한해 문을 열도록 했다. 매주 각료회의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안전한지 검토한 후 규제를 조금씩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뉴질랜드가 기존과는 정반대의 노선을 걷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엄격한 봉쇄조치와 공격적인 접촉 추적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사실상 '무관용'으로 일관해왔다. 

'제로 코로나'를 내걸고 초지일관 강도높은 규제 방역을 이어온 결과 총 인구 500만명의 뉴질랜드에서는 27명의 사망자만 발생했을 정도로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AP통신은 "다른 나라들은 사망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일상 생활에 차질을 빚는 동안 뉴질랜드 국민들은 안전한 사무실, 학교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청정국' 뉴질랜드의 상황이 뒤바뀐 것은 지난 8월부터다. 전염성이 상당히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됐고, 뉴질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자릿대에 머물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8월17일 델타 변이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8월28일 한 때 84명까지 늘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0명이며, 지난 9월20일부터 10월3일까지 총 확진자 수는 300명을 기록했다. 

아던 총리는 "이번 확산세와 관련해 오랜 기간 이어온 엄격한 규제 방식이 우리를 '제로 코로나'에 이르게 하지 않았음이 분명해졌다"며 "그래도 괜찮다. 백신이 없을 때에는 '제로'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 우리는 일을 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백신 접종 캠페인에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확진자 수가 상당히 적었던데다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8월 이후 발병률이 급증하면서 뉴질랜드 역시 백신 접종에 서둘렀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 전체 국민 중 65%가 최소 1회 접종을 마쳤고, 40%가 완전히 접종을 마무리지었다. 12세 이상의 경우 약 79%가 최소 1회 접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점은 강도높은 봉쇄의 필요성을 낮추는 원인이 됐다. 

​뉴질랜드의 일일 확진 사례 및 의심사례 추이. 자료=뉴질랜드 보건관리청.
​뉴질랜드의 일일 확진 사례 및 의심사례 추이. 자료=뉴질랜드 보건관리청.

정치적·경제적 타격 크자 봉쇄에 대한 회의론 높아져 

뉴질랜드가 '위드 코로나'를 택한 것은 정치적인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초기 당시 강력한 규제를 내세우면서 '코로나 청정국'으로 불리자 아던 총리의 인기도 빠르게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던 총리의 초기 대응은 뉴질랜드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10월 총선에서는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평가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1996년 이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혼합비례대표제(MMP)를 채택하고 있다. MMP가 도입된 이후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 단독 정부를 구성한 것은 아던 총리가 처음이다. 

그러나 강도높은 통제가 오랜 기간 지속되자 아던 총리가 내세우는 '제로 코로나'에 대한 공감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AP통신은 "뉴질랜드 정부의 전략은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지만 점점 더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며 "지난 주말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봉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강도높은 규제가 지속되면서 뉴질랜드의 관광업과 서비스업이 눈에 띄게 위축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봉쇄조치의 효과가 사실상 미미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키위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러드 커는 "오클랜드를 봉쇄한 영향으로 뉴질랜드 경제가 지난 9월까지 3개월간 전분기 대비 7.0%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질랜드 재무부는 비록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확진자 수가 낮게 유지되겠지만, 봉쇄에 따른 비용으로 인해 정부 부채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질랜드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발을 빼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다만 뉴질랜드의 최근의 확산세가 마오리족과 파시피카족 등 백신 미접종군이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확진 사례의 상당 부분이 마오리족과 파시피카족, 두 그룹 안에 있다"며 "이들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고통을 받을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오타고 대학의 면역학자인 다이엔 시카 파오투누 박사는 "섣불리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결과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는 끔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