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채권금리...글로벌 증시에 찬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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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채권금리...글로벌 증시에 찬바람 불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30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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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금리 급등에 뉴욕증시도 냉각
기술주 타격입었지만 경기순환주 반등 기대
국채금리의 향방에 따라 울고 웃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채금리의 향방에 따라 울고 웃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국채금리의 향방에 따라 울고 웃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미 국채시장 역시 이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미 국채금리의 급등은 저금리 수혜를 받아온 기술주에는 악재가 되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힘겨운 9월을 보낸 미 주식시장이 국채금리의 급등으로 재차 어두운 터널 안으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채권시장, 연초 이후 최악의 시간"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부터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1.30% 수준이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28일 한 때 1.55%까지 치솟았다. 이는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9일 시장에서도 장 초반 1.5% 아래로 내려앉았으나, 장 마감 시에는 1.54% 수준까지 다시 되돌렸다. 

영국에서의 움직임은 더욱 가파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를 웃돌았는데,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며, 지난 8월 이후 두 배 가량 오른 것이다. 

유로존도 마찬가지다. 장기물 국채 수익률의 상승세가 상당히 가파르다.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28일 기준 -0.17%를 기록했는데, 이는 3개월만에 최고치다. 

FT는 "전세계 채권시장이 2021년 초 이후 최악의 달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다시 말해 국채 가격이 브레이크 없이 미끄러지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FT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짐에 따라 미국과 영국의 금리 상승 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채권 시장은 금리 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중앙은행의 신호로 충격을 받아 연초 이후 가장 가파른 가격 하락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27일 이뤄졌던 2년물 국채경매 응찰률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 기록했고, 5년물 국채 응찰률 역시 지난 10년 평균을 밑돌았다.  단기 국채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뚝 떨어진 셈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23일 FOMC를 마치고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 18명 중 절반인 9명이 내년 중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준 내에서도 조기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실제로 내년에 연준이 금리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역시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연 0.1%로 동결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MPC)의 9명 위원 전원이 자산매입을 종료하기 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만장일치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2월경 영란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은 영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점쳐왔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역시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사례가 느는 것을 보고 있다"며, 2월 금리인상과 관련한 시장의 예상을 뒤엎으려 하지 않았다. 

최근의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 역시 국채 매도세에 일조했다. 

브렌트유는 3년여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고, 석탄과 유럽지역의 가스 가격 등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자극시키는 부분이다. 

이튼 밴스의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에릭 스타인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며 "이 경우의 추가적인 리스크가 채권 수익률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기술주는 타격 입었지만...경기순환주 반등 기대

미 국채수익률의 급등은 주식시장에 찬 바람을 몰고 왔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3거래일간 0.12%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나스닥 지수는 3.3%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의 급등은 저금리 수혜를 입는 기술주에는 타격이 되고, 이로 인해 뉴욕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애버딘의 채권 책임자인 조나단 몬딜로는 "채권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는 것은 다른 곳에 더 나은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일 수 있다"며 "그것이 경제의 힘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만일 경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견조하고 더 빠른 회복이 가능하며, 더 가능성이 높은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투자자들은 채권에 대한 투자를 재고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 경기 정점 우려가 부각될 당시에는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1.2%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채권 투자자들은 2022년 경제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들의 수익전망 역시 강하고, GDP 성장률도 여전히 건재하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기술주의 하락세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경기회복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란 경기와 물가가 살아날 것으로 판단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채권을 매도하고 경기순환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여기 해당한다. 

FT는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중앙은행들, 특히 영란은행이 소위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부활을 위한 길을 열어주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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