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리포트] 日 100代 총리에 '기시다 후미오'...넘사벽 '파벌정치' 현주소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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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리포트] 日 100代 총리에 '기시다 후미오'...넘사벽 '파벌정치' 현주소 보여줘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9.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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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신임 총재에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선출
결국 아베의 뜻대로 이뤄진 총재 선거
여론조사 1위 고노, 패배 인정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자민당 총재 결선투표 결과가 발표된 29일 오후 3시. 일본 외무상과 자민당 정조회장을 지낸 기시다 후미오가 국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 온 고노 다로 백신담당 장관을 꺾고 당선이 확정됐다.

이로써 기시다 전 외무상은 사실상 제100대 일본 총리로 결정됐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전격적으로 총재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당시만 해도 젊은 의원들이 파벌을 뛰어넘어 국민적 인기가 가장 높은 고노 의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고노 의원이 이시바 시게루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성 장관과 연합을 선언하는 한편, 정책도 반 아베 신조 총리 노선을 보이자,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노 의원에 대한 반감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기도 했다.

게다가 29일 오전, 결선 투표까지 가면 기시다 의원 측과 다카이치 의원이 연합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기시다 의원의 당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고노 의원이 지역 당원들의 지지를 업고 1차 투표에서 1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민당은 29일 오후 3시 사실상 일본 100대 총리에 오를 총재 선거에서 고노 의원이 합계 170표(왼쪽), 기시다 의원이 합계 257표를 획득했음을 발표했다. 사진=자민당 유튜브 캡처.
자민당은 29일 오후 3시 사실상 일본 100대 총리에 오를 총재 선거에서 고노 의원이 합계 170표(왼쪽), 기시다 의원이 합계 257표를 획득했음을 발표했다. 사진=자민당 유튜브 캡처.

국민여론보다 우위에 있는 자민당 파벌 정치

그래서인지 1차 투표에서 기시다 의원이 고노 의원을 한 표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고, 결선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하자, 당시 상황을 취재하던 방송사 기자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파벌을 넘어선 투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보기 좋게 빗나가게 됐다. 게다가, 일본 언론도 자민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듯이 총재 선거 기간 내내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덩달아 자민당 지지율도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결국,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도 국민 여론보다는 파벌에 의해 좌우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29일 자민당 총재 결선투표 결과 발표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사진=자민당 유튜브 캡처
29일 자민당 총재 결선투표 결과 발표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사진=자민당 유튜브 캡처

스가 총리, 기시다 시대 축하 

한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기시다 의원의 당선을 축하한 뒤, 1년이라는 짧은 총리 재임 기간이었지만, 자신의 업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과제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 같다며 자평했다. 

그리고 총선거가 임박한 지금 기시다 신임 총재 아래서 자민당이 일치단결해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호소하자 행사장 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새롭게 선출된 기시다 총재는 일본 전국의 당원과 조직, 총재 선거를 함께 치른 후보들에게 감사를 표시한 후, 코로나 상황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큰 노력을 해 온 스가 총리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

또, 그동안 정치권에 국민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어 왔다고 밝혔다. 이렇듯 현재 일본이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 빠져있다고 판단해 다른 후보들보다도 빨리 총재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거 기간 동안 다른 후보들과의 정책 논쟁을 통해 자민당이 국민 정당이고 국민을 바라보고 있는 자유로운 정당임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거를 앞두고 새로 태어난 자민당을 국민에게 어필해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모두 하나가 되어 총선를 준비하자고도 호소했다.

그리고 필사적인 각오로 코로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힌 한편, 수십조 엔 규모의 경제대책을 연말까지 제대로 준비해 새로운 자본주의,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실현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또, 저출산 대책 등 일본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당장 오늘부터 전력으로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파벌정치 희생양 고노, 패배 인정..."1차 투표에서 질 줄 몰랐다"  

한편 고노 의원은 선거가 끝난 후, 모든 것이 자신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지지자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같은날, 후지TV의 정보 방송인 ‘it!’에 따르면 고노 의원 측이 의원표가 이렇게까지 적을 줄은 몰랐다며 곤혹스러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노 의원 측은 애당초 당원표가 많이 나오면 의원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며 기대했는데, 1차 투표에서 2위에 그침으로써 전략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지막까지 누구를 지지할지 밝히지 않았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측은 기시다 의원을 지지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결국, 간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니카이 의원이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기시다 신정권, 곧 시동, 간사장과 관방장관은 누구에게?’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후지TV 정보 방송 ‘it!’. 사진=후지TV화면 캡처
‘기시다 신정권, 곧 시동, 간사장과 관방장관은 누구에게?’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후지TV 정보 방송 ‘it!’. 사진=후지TV화면 캡처

은행원 출신으로 총리에 오른 기시다

기시다 내각 인사에 관해서는 아마리 의원이 간사장, 고노 의원이 정조회장, 다카이치 의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이 기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총리의 오른팔인 관방장관에는 하기우다 의원 또는 오노데라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의원은 외무상, 내각부 특명담당상, 소비자 행정 추진 담당상, 우주 개발 담당상, 자유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9일, 일본의 언론 매체인 ‘니시니혼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의원은 정책통으로서 알려진 한편 ‘견고한 사람’이라고 하는 인상도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미국에서 거주 할 때 백인 아이와 손을 잡는 것을 거부당한 차별 체험이 큰 인상에 남아 성장하면서 정의감을 강하게 갖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치인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과 은행원 시절에 국회 의원이었던 아버지의 선거를 도왔다고 한다. 이것이 나이와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모두가 가진 한 표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게 정치인의 길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승리' 의견도 

오래 전부터 사실상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공식 후계자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 이상을 이유로 총리직 사임을 밝힌 후, 차기 총리는 기시다 의원이 아니라 스가 의원이 당선됐다.

그러나 이것은 총리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아베 전 총리가 코로나 상황에서 올림픽까지 치러야 할 위험을 스가 총리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위험을 감수한 스가 총리를 밟고 일어난 기시다 의원이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지사는 이날 니혼TV의 정보 방송인 ‘미야네야’에 출현,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에 대해  “예측에 불과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힘이 컸다. 고노 의원은 다카이치 씨의 출마로 표를 빼앗겼다”며  “결국 지난 2주간은 의미가 없었다”라고 의미심장한 논평을 남기기도 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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