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베이커리, 장난 아니네"...손발 묶인 파바·뚜레쥬르는 ‘답답’
상태바
"편의점 베이커리, 장난 아니네"...손발 묶인 파바·뚜레쥬르는 ‘답답’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9.28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U·GS25·세븐일레븐, 베이커리 고급화 전략에도 매출 ↑
성장하는 베이커리 시장, 15년 3조7000억→23년 4조5000억
파리바게뜨·뚜레쥬르,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신규출점 제한
“편의점·카페·대형마트 모두 베이커리 강화하지만 규제 없어”
편의점 GS25 PB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에서 출시한 우유크림빵, 레몬큐브파운드. 사진제공=GS리테일
편의점 GS25 PB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에서 출시한 우유크림빵, 레몬큐브파운드. 사진제공=GS리테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빵이 '국민 주식(主食)'이 되면서 국내 주요 편의점 업계가 일제히 베이커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특히 '편의점 빵은 양산 빵'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프리미엄 자체 브랜드(PB) 베이커리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전국 5만개에 육박하는 편의점들의 베이커리 시장 진출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국내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은 긴장하고 있다. 규제 때문에 신규 출점에 제한이 걸린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GS25·CU·세븐일레븐 ‘고급빵’ 전략에도 매출↑

국내 주요 편의점인 GS25·CU·세븐일레븐은 올해 잇달아 PB베이커리를 출시한 가운데, 모두 ‘프리미엄’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인기가 높다. 28일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의 PB베이커리 ‘브레디크(BREADIQUE)’는 올해 1월 출시 이후 약 9개월이 못 돼 판매 수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이는 하루 평균 3만5000개가 넘게 판매되며, 1.7초당 1개가 팔리는 수준이다. 이미 출시 100일 만에 510개 판매량을 기록한 ‘브레디크’ 인기에 힘입어 GS25 프리미엄 빵 매출은 올 1월 출시 이후 지난 24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117% 신장했다. 같은 기간 GS25 빵 전체 상품의 매출도 32.3% 늘었다.

편의점 CU의 PB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에서 출시한 생크림식빵, 건포도호두크루아상, 씨리얼바게트롤. 사진제공=BGF리테일

편의점 CU도 지난 6월 PB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Pain de franc)’을 내놨다. 유럽 특유의 풍미를 구현하고, 식사 대용이 가능하도록 1년간 심혈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CU 상품연구소와 담당 MD가 수십 곳의 제빵 전문제조사를 찾고 수백 개의 샘플링을 거쳤다. 

매출은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뺑 드 프랑이 출시된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전용 빵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8%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3개년 매출 신장률인 2018년 8.8%, 2019년 14.7%, 2020년 20.1%보다 큰 폭이다. 월별로도 6월 36.2%, 7월 49.2%, 8월 52.3%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브레다움’ 역시 지난 4월 등장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다. 기본에 충실한 빵을 만들겠다는 슬로건 아래 국내산부터 해외 유명 원재료 등 엄선된 고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했다. 브레다움 출시 전 42.6%를 기록했던 빵 전체 매출은 브레다움 출시 효과로 지난 4월22일부터 지난 26일까지 71.5%로 오르며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성장하는 베이커리…파리바게뜨·뚜레쥬르 “덕 못본다”

편의점업계가 일제히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를 내놓는 이유는 그만큼 베이커리 시장의 성장률이 높기 때문이다. 맛있는 빵집을 찾아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는 투어를 일컫는 ‘빵지순례(빵+성지순례)’란 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밥 대신 빵을 주식으로 먹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집 밖보다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빵 및 떡류의 가계당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2019년 2만2000원에서 작년 2만5000원으로 10% 늘어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2만6000원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베이커리 시장 역시 2015년 3조7319억 원에서 2023년에는 4조5374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외관. 사진제공=CJ푸드빌

하지만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로 나눠지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들은 이같은 시장 성장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 탓에 신규 출점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가 속해있는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연결기준 4조272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뚜레쥬르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CJ푸드빌의 매출액 역시 2018년 1조544억 원에서 2019년 8903억 원, 지난해에는 5594억 원으로 급격히 고꾸라졌다. 

이유는 정부의 규제 탓이다.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는 골목상권 보호 명목으로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 베이커리는 인근 동네 빵집과 도보 500m 이내일 경우 새 점포를 열 수 없고, 점포 수 또한 전년 대비 2% 이상 늘릴 수 없다. 

때문에 2018년 3412개이던 파리바게뜨 점포 수는 현재 약 3500개로 3년 동안 88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뚜레쥬르는 1335개에서 1300개로 35개 줄었다. 현재 편의점 점포 수는 전국 5만개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가맹점주들은 출점 제한 규제 때문에 매장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편의점 뿐만 아니라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베이커리 제품 강화로 사실상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효과가 퇴색했다고 주장한다. 

뚜레쥬르 가맹점주협의회는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등 모든 곳에서 빵과 케이크 등의 제과점 카테고리 제품들을 확대 판매하고 있지만 출점 제한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매장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