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력난] '사면초가'에 빠진 中 경제...헝다 위기에 '엎친데 덮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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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력난] '사면초가'에 빠진 中 경제...헝다 위기에 '엎친데 덮친격'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28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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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난에 일부 지역 공장들 가동 멈춰
투자은행들 중국 경제 성장 전망치 잇따라 하향조정
글로벌 공급망 타격도 우려
헝다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국 경제에 전력난이 덮치면서 투자은행들이 경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헝다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국 경제에 전력난이 덮치면서 투자은행들이 경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의 경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중국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국 경제는 전력난까지 심화되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글로벌 은행들은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나섰으며, 중국의 전력난이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동 멈춘 공장들...가정에선 정전 사태

중국 북동부 지역은 최근 며칠간 혼란을 겪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은 생산을 멈췄고, 이 지역의 쇼핑몰 및 상점들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오후 4시에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수시로 정전을 겪고 있으며, 일부 시에서는 특정 시간대에는 전자레인지 등 에너지 소모가 큰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도로의 신호등과 가로등이 꺼지면서 교통이 혼잡한 모습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이같은 대혼란의 원인은 바로 전력부족이다.

중국에서 일부 지역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지난 7월 이후에는 그 빈도가 급격히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전력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공급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으면서 각 지방정부에 연내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할당했다.

지방정부들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했고, 여기에 석탄가격 급등으로 인한 화력발전소들의 석탄수급난까지 더해지면서 전기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석탄 가격은 톤당 168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초 대비 56% 오른 것이다. 

FT는 "석탄가격 상승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탄소배출 감축 목표도 전력공급을 압박하고 있다"며 "중국의 제조업과 산업 중심지의 전력공급 문제가 이달 들어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호주와의 관계 악화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 역시 공급난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언론에 따르면, 인쇄회로기판을 만드는 한 대만 기업은 중국 쿤산시에 위치한 자회사의 생산 가동을 중단했다고 대만증권거래소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보고했다. 같은 지역에서 15개 이상의 대만 업체들이 비슷한 공고를 냈다.

모두 전력사용 규제로 인한 것인데, 일부 지방정부들이 전력 사용량이 높은 산업군에 대해 전력 공급을 제한했다.

장쑤성 정부는 철강기업들에 대해 전력 공급을 제한했는데, 이로 인해 장쑤성에 위치한 포스코 역시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산둥성, 광둥성, 장쑤성을 포함한 10개 성의 주요 산업 공장들에 대해서는 이미 전력공급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에너지 부족은 전국의 제조업체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들 중 다수는 최근 몇 주동안 생산을 억제하거나 중단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알루미늄 생산능력의 약 7%가 중단됐고, 중국 시멘트 생산의 29%가 영향을 받는 등 철강, 알루미늄 및 시멘트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종이와 유리는 공급차질에 직면할 다음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가정까지 타격...전력위기 심각함 보여줘"

비단 공장만이 전력부족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북동부 지역의 가정 역시 정전이 되거나 특정 시간에 에너지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받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BBC는 "얼마나 많은 가정이 영향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랴오닝성과 지린성, 헤이룽장성이 타격을 입었는데, 이 세 곳에는 약 1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 먼저 산업계에 소비를 줄일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것이 가정까지 강타했다는 것은 전력 위기가 얼마나 빨리 고조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한 전력회사는 "전력공급 부족 상황이 내년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상치 못한 정전 사태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게시물을 통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이 게시물은 삭제됐다. 

전력난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은행들은 앞다퉈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나섰다.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전력 공급난으로 인해 3분기와 4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0~0.15%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노무라 역시 "중국 정부의 엄격한 탄소배출 목표를 감안할 때 중국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2%에서 7.7%로 낮췄다. 

모건스탠리 역시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이 추가적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델타 확산세에 헝다위기까지...첩첩산중 中 경제

문제는 전력난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7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고 수입은 28.1% 증가했다. 주요 경제학자들이 전망한 기대치인 20%와 33.3% 증가를 예상했지만, 이를 모두 밑돈 것이다.

당시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중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더해졌다. 

헝다의 부채 총액은 1조9665억 위안(약 359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명목 GDP의 약 2%에 해당하는 상당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연내 지급해야 하는 돈은 달러채 6억3110만 달러(약 7500억원), 위안화 채권 3억5380만 위안(약 600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1차 채권 이자 지급일이었던 23일은 무사히 넘겼지만, 오는 29일 2024년 만기 도래 달러 채권의 이자 4750만달러(약 559억원)를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 팅은 "현재 시장의 관심은 헝다그룹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전력 공급 측면의 충격이 과소평가됐거나 심지어 놓쳤을 수있다"며 "이같이 끔찍한 상황에 비추어 GDP 성장률 전망치를 7.7%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너무 낙관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학자인 덩하이칭(鄧海淸)은 기고를 통해 "전력공급 제한 조치는 의심의 여지 없이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나쁜 선택일 수 있다"며 "이것은 중국의 경제 성장을 상당부분 희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전력난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곳곳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것이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는 공급망 대혼란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에너지 위기는 중국 경제 침체와 함께 세계 공급망 붕괴에 대한 사회 불안의 위험을 더하고 있다"며 "경제 전문가들은 공장들의 생산 감축을 글로벌 공급망에 또다른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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