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속옷도 받아보는 ‘정기구독’ 시대…'합리적 소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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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속옷도 받아보는 ‘정기구독’ 시대…'합리적 소비' 맞나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9.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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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명 중 7명은 ‘구독 서비스’ 이용
구독경제 시장 2025년에는 100조원 예상
"소비자, 기업 모두 윈윈하는 서비스"

구독 서비스 범위 다양해지면서 쓰레기도 크게 늘어
“필요하지 않아도 제공된다면 자원 낭비로 이어져”
유통가에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 바람이 거세다. 사진=Pixabay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유통가에 ‘정기구독 서비스’ 바람이 거세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 보편적인 정기구독 서비스로 알려진 미디어·콘텐츠 분야를 넘어서 식음료를 비롯해 술, 속옷, 세탁 서비스 등 유·무형의 이색 서비스를 정기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정기구독이란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방식을 일컫는다. 과거 우유·신문 배달로 익숙했던 구독 서비스가 이제는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생활 속 필요한 서비스라면 무엇이든 구독할 수 있게 된 것. 

다만 확대되는 정기 구독 범위에 생기지 않아도 될 쓰레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제공된 서비스를 다 소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서비스가 도착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환경 차원에서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성인 10명 중 7명은 ‘구독 서비스’ 이용한다

구독 서비스는 이제 새로운 생활 패턴 방식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2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5%는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현재 이용 중'이라고 답했다. 

이용 서비스의 종류는 OTT, 유튜브 같은 미디어 콘텐츠가 61.7%으로 가장 많았지만, 식품과 식자재 등을 구독하는 사람도 18%를 넘었다. 이 밖에도 메신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제한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나 꽃 정기구독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응답자들도 있었다. 

또 응답자 68.5%는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삶이 윤택해졌다’고 밝혔으며, 91.9%가 정기구독 서비스는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코로나 상황으로 비대면 소비·주문 문화 발전(68.7%) ▲편의성 강화(63.9%) ▲합리적 소비에 도움(32.9%)을 꼽았다.

실제 정기구독 서비스의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 2016년 25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 원으로 55% 성장했다. 2025년에는 1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해 6500억달러 규모의 세계 구독경제 시장이 2025년 1조5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구독경제 시장은 연 평균 18% 성장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 모회사 SK텔레콤의 18개 구독 서비스 패키지 ‘T우주’, 현대백화점의 반찬·쌀·과일·한우·한돈 다섯 종류 식품 구독 서비스 ‘투홈 구독’ 등 유통가에 구독 서비스 론칭이 잇따라 늘어나는 이유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은 구독서비스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구독서비스 가입으로 매장을 방문하고 제품을 탐색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목돈을 필요로 하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꽃다발을 보내주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 '꾸까'. 사진제공=꾸까

이색 구독 서비스도 늘어나…불필요한 쓰레기 발생 지적도

이색 정기구독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꾸까’는 구독자에게 정기적으로 꽃다발을 보내주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로, 원하는 꽃다발 크기와 받고 싶은 요일을 선택하면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을 2주에 한 번 보내준다. 서비스 이용자는 약 4만 명에 달한다. 

인어웨어가 선보인 ‘월간가슴’은 국내 최초 속옷 정기구독 서비스로, 소비자가 자신의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매 달마다 속옷을 큐레이션해 배송해주는 식이다. 월3만9000원으로 매달 새로운 전통주 2~3병을 만날 수 있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도 인기다.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구독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예기치 못한 쓰레기 배출도 늘어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합리적인 소비가 아닐 경우, 오히려 필요 없는 물건만 계속 쌓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콘텐츠 구독도 마찬가지로 이용하지 않으면 달마다 돈만 지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서 샐러드를 정기구독하고 있다는 김모(33)씨는 “회사가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샐러드 정기 구독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일주일에 세 번 배송되지만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일주일에 한두 번 샐러드를 먹고 싶을 때 나가서 사오는 게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인 방법일 것 같다”며 “한 달 간 이용했지만 조만간 해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향수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조모(29)씨도 “향수를 워낙 좋아해 한 달마다 5ml 크기의 향수를 받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다 쓰지 못하고 결국 쓰다 만 병들만 잔뜩 쌓였다”며 “월 만 원도 하지 않았지만, 모으면 꽤 큰 금액이라 결국 해지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언택트 소비, 소비자 개인의 만족이 중요한 가치소비 등이 사회적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구독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필요하지 않아도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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