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헝다그룹 파산위기 몰고 간 시진핑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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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헝다그룹 파산위기 몰고 간 시진핑의 선택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09.2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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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사태 레버리지 확대와 불확실성 증대 근본 원인
시진핑 '공동부유', 부동산 버블 축소 위한 정책 기조
헝다그룹 중장기적 자구안 발표…레드라인 부합 목표
중국 내 회사채 부도 비율 OECD 평균 이하…통제력 굳건
올림픽 등 정치 이벤트 앞둔 시진핑, 경기부양 유인책 제시 가능성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헝다그룹 사태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 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까 아니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태풍이 될까. 파산 위기에 내몰린 중국 내 2위의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관심은 중국 최대 역외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헝다그룹의 부채를 중국 정부가 나서 적극 개입할지 아니면 방관할지 여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6월 기준 1조9800억 위안(약 360조 원) 규모다. 

위기의 핵심 레버리지와 불확실성

헝다그룹을 비롯해 중국 기업들의 잠재적 트리거는 단연 레버리지(부채비율)다. 중국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부채/순자산)은 올 1분기 기준 159%다.

지난 1990년대 심각한 버블을 겪었던 일본의 147.6%와 IMF 외환위기 때 한국 기업 평균 부채비율 113%를 뛰어 넘는다. 헝다그룹의 6월 기준 부채비율 459%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평균 부채비율 387%보다 높다. 헝다그룹의 부채비율은 물론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우리의 'IMF(국제통화기금)사태'와 같은 연쇄 부도위험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시장을 흔든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정부의 보증이 사라졌다는 불확실성 증대다. 지난 2019년 바오샹은행 파산 당시 중국 정부는 서둘러 예금보호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인 헝다그룹은 다르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 및 디레버리지 기조 아래 헝다그룹 파산을 시범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마불사'라는 환상에 기대 무분별하게 몸집을 키운 기업들을 향해 경종을 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유효하더라도 암묵적 보증이 사라졌음이 확연해지는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중국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헝다그룹 로고를 배경으로 휘날리고 있는 오성홍기. /사진=연합뉴스
헝다그룹 로고를 배경으로 휘날리고 있는 오성홍기. /사진=연합뉴스

헝다그룹 뇌관 터뜨린 시진핑

헝다사태의 뇌관을 터뜨린 건 시진핑 주석이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동산 시장 버블을 줄여나가려는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또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투자금 및 개인주택담보대출 등 증가속도를 지속적으로 늦추고 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회색코뿔소'(Gray Rhino·지속적인 경고로 사회가 인지하고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로 여겼던 부동산시장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 후 적극적으로 문제 삼고 해결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기업들에 대해 3개 레드라인을 제시했고 올해 1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부동산 개발기업들은 부채 규모를 늘리기 위해 3개 레드라인을 충족해야만 한다.

3개 레드라인은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이 70% 아래여야 하며 ▲순부채비율 역시 100% 이하여야 한다. 또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야 한다. 

헝다그룹은 중장기적 부채 축소 전략을 내놨다.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에서 헝다그룹은 ▲올해 유이자부채 규모를 1500억 위안 축소(7165억 위안→5600억 위안)으로 줄이고 ▲토지 비축 규모를 향후 2년 동안 1500㎡ 감축해 2억㎡ 수준으로 유지하며 ▲2022년 말까지 자산부채 비율을 70%로 낮춰 3대 레드라인에 부합한다는 계획이다. 헝다그룹이 중장기적 자구안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쉽게 파산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문제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라면서 "이미 계획이 짜여 있는 가운데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 추이. /사진=삼성증권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 추이. /사진=삼성증권

건재한 '계획부도' 

헝다사태는 단기간에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파괴적인 디폴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 배경으로 중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의존 성장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부터 적극적으로 디레버리징 정책을 펼쳐오며 부실채권처리 여력 확충을 진행해 온 점을 꼽을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중국의 부실채권비율은 2008년 2.4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2.0을 기록했다.

중국의 주요 은행들도 공시를 통해 헝다 관련 사업에 대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기준 중국 사회융자총액 잔액은 305조3000억 위안(5경6000조 원)이다. 헝다그룹의 총 부채 1조9800조 위안은 중국 전체 대출의 0.6%에 불과하다. 전체 은행권 대출(187조8000억 위안·3경4200조 원)만 따로 떼서 보더라도 실질 비중은 1.02%로 크지 않다. 헝다 사태가 중국 전반적인 시스템을 위협하기는 미미한 상황이다. 

중국의 회사채 부도규모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가 승인하는 '계획부도' 범주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지난해 중국의 회사채 부도율은 0.3%로 OECD 평균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동부유 기조 속에 강력한 규제 일변의 정책을 펼쳐 온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과 올 가을 최고지도자 교체를 앞두고 경기부양을 위한 유인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의 공동부유 헝다 기사회생?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17일 중앙재경위에서 '공동부유'를 새로운 정책기조로 제시했다. 과도한 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분배를 이루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빅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와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정책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빈부격차, 사회적 불만 확대라는 부작용을 완화·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대전환점을 맞이했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더불어 경기부양책이 수반돼야 한다. 특히 강력한 규제로 부정적 영향이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공동부유 기조를 강화해 나갈 여지도 충분하다. 헝다그룹의 디폴트가 무질서하게 전개될 경우 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을 기대하게 한다. 

게다가 중국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올 가을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성공 개최와 더불어 공동부유 선언 1년이라는 상징적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경기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울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 규제 강화라는 채찍질을 해 왔던 만큼 중국 정부가 푸짐한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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