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는 반등했지만...'산 넘어 산' 中 헝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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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는 반등했지만...'산 넘어 산' 中 헝다 위기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2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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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고비 넘긴 안도감에 글로벌 증시 일제히 상승
주요 해외 언론들 "오히려 디폴트 가능성 높아졌다" 
중국 당국, 헝다 구제금융 나서기도 쉽지 않아
WSJ "中, 지방정부에 헝다 파산 후폭풍 대비 지시"
헝다그룹이 1차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이 안도했으나, 사실상 위기가 끝이 아니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헝다그룹이 1차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이 안도했으나, 위기가 끝이 아니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동성 위기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벌벌 떨게 한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 에버그란데) 그룹이 지난 23일로 예정된 채권이자 지급일을 무사히 넘겼다. 

첫 고비로 인식됐던 23일을 무사히 넘김에 따라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제히 반등했지만, 아직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안고 있는 헝다그룹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중국 당국의 개입에 따른 구제이지만, 중국 당국이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에 헝다그룹의 파산 후폭풍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 당국이 개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차 고비 넘겼다는 안도감에 글로벌 증시 일제히 반등

23일(현지시간)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인 지난 21일 0.5% 오른 데 이어 23일에는 1.2%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홍콩증시에서 헝다 주가는 17% 이상 급등했다. 중국의 상하이 및 선전증시 역시 상승세로 마감했다. 

유럽증시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일제히 1% 이상 오르며 거래를 마감했다. 

헝다그룹의 채무 이자 지급일인 23일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반등을 한 것은 헝다그룹의 유동성 우려가 완화된 덕분이다.

헝다는 이날까지 달러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1000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00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헝다그룹은 전날 공고를 통해 위안화 채권 이자 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헝다 측이 위안화 채권 이자에 대해 '해결했다'고 언급하면서 실제로 이자를 지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큰 상황이다.

달러채권 이자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헝다 그룹 측이 위안화 이자 지급이 '해결됐다'고 말했지만, 그것을 언제 지급한다는 것인지, 혹은 얼마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오히려 헝다 그룹이 '디폴트'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갔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달러 채권 약관에 따르면, 8350만달러의 이자 납입은 약 한달간 유예되지만 이것이 30일을 넘어설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으로 간주된다. 

특히 연내 지급해야 할 돈은 달러채 6억3110만달러(약 7500억원), 위안화 채권 3억5380만위안(약 600억원)으로 알려졌다. 1차 이자지급일을 무사히 넘겼다 하더라도 여전히 산 넘어 산인 상황에서 1차 이자지급과 관련해 '해결됐다'는 표현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우려감을 안긴다는 것이다.  

홍콩 과기대학의 신흥시장연구소 책임자인 도널드 로우는 "(해결됐다는 표현이) 단지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구조 계획이 진행중임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구제금융 나서기 쉽지 않아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결국에는 헝다그룹의 구제금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를 강조하고 나선 중국 정부로서는 헝다그룹 살리기에 나서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F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헝다그룹에 대한 구제금융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파산 직전에 처한 헝다그룹은 시 주석 임기 중 가장 큰 경제적 도박 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부문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하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부문인 데다, 헝다그룹의 파산이 전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헝다그룹의 몰락이 수십만명의 개인 뿐만 아니라 중국의 재정 안정과 경제 성장에도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FT는 중국 정부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당국의 규제강화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며 "만일 정부가 헝다그룹을 구제하기 위해 개입한다면 다른 모든 개발업체들도 비슷한 요청을 할텐데, 정부가 이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만일 중국 당국에 헝다그룹을 구제하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창업자 쉬자인 회장을 구하지 않고 이 기업을 구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FT는 "시 주석은 국정 운영에 있어 '공동의 번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한 때 중국 부호 1위로 올라섰던 쉬 회장을 구제한다면 이는 시 주석이 내세우는 비전과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래리 후 맥쿼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며 "주택을 구입한 개인 투자자들은 구제를 받을 수 있겠지만, 주주나 대부 업체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 "中, 지방정부에 헝다 후폭풍 대비 지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지방 정부에 헝다의 파산 위기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WSJ은 "중국 정부는 헝다그룹의 잠재적 몰락에 대비할 것을 지방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며 "이는 부채에 허덕이는 헝다그룹을 구제하는 것과, 이 회사의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여파를 막는 것을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WSJ은 "당국자들은 헝다그룹이 질서정연하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지방정부 기관과 국영기업들이 막판에 가서야 개입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는 후폭풍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밖에도 지방정부는 회계 및 법률 전문가들을 소집해 헝다그룹의 재무 사항을 검토하고 지방국영 및 민간 개발업체들에 부동산 프로젝트 인수 준비를 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함께 "헝다로 인한 대중들의 분노와 사회적 파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별도 사업팀을 꾸리고, 주택을 구입한 개인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완화하는 임무도 부여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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