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대비 '40년 주담대' 출시 두 달…아직도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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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대비 '40년 주담대' 출시 두 달…아직도 갈 길 멀어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9.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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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주담대 시중은행 별도 상품으로 출시 추진
주금공, 시행일부터 8월 말까지 신청건수 5200건
주거사다리 역할 제대로 할 수 없으리라는 비판도 나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리 상승으로 대출 차주들의 부담이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이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40년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도입했지만 시중은행이 출시를 외면하고 있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금융당국이 40년 주담대를 시중은행이 별도 상품으로 개발해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아직까지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모두 40년 주담대 상품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시중은행에 35년 주담대 상품이 있어 굳이 40년 상품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35년 주담대 상품이 이미 존재하고, 차주들이 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40년 주담대를 추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상환 기간이 늘어나면 월 상환금이 줄어들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지고, 이는 결국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금공의 신청건수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금공에 따르면 40년 주담대(40년 만기 초장기 보금자리론)는 출시일인 지난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5200건의 신청 횟수를 기록했다. 이는 7월 출시 이후 보금자리론 신청건의 약 15.8%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40년 만기를 선택할 수 있는 만 39세 이하 차주 신청 중 23.0%가 40년 주담대를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금공 관계자는 "40년 초장기 보금자리론은 만기 종류가 10년, 15년, 20년, 30년, 40년 이렇게 5개로 구성돼 있어 23%는 적정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정도면 시장에 원활하게 안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40년 주담대는 40년 만기 고정금리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에 시범적으로 도입된 상품이다.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이내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 30년이었던 만기를 10년 연장해 매월 원리금 상환부담을 축소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3억원 보금자리론을 받아 시가 6억원 주택을 구입 시 30년 만기의 경우 월상환액이 124만원이다. 이때 40년 만기 주담대를 선택하면 월상환액을 106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만기 내내 고정금리를 적용받는다. 3년이 지나면 대출을 더 빨리 갚아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40년 주담대의 경우 주거사다리로서의 실효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6억원 이하 주택에 대출한도가 3억6000만원까지 가능하며, 적격대출의 경우 9억원 이하 주택에 대출한도가 5억원이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의 경우 총량을 제한해 운영하는 만큼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차주가 더 많을 전망이다. 

문제는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에서 거래된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714건으로 전체 아파트 거래량의 28.2%를 차지한다. 지난 2017년 거래 비중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 2017년 64.5%, 2018년 60.8%였지만 2019년 43.8%, 2020년 38.7%까지 계속 줄어들었다. 서울시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자취를 감추면서 최대 대출한도가 3억6000만원이 나오더라도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된 셈이다. 

또한 40년 주담대를 신청하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게 되는 점도 차주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기간이 길수록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든다는 것이 40년 주담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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