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부터 쇼핑백까지…샤넬·루이비통 “대세는 리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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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부터 쇼핑백까지…샤넬·루이비통 “대세는 리폼이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9.2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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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지난 오래된 쇼퍼백이 ‘신상백’으로 변신
명품 관련 커뮤니티엔 ‘리폼’ 관련 글 늘어나
명품 구매 시 오는 쇼핑백까지 가방으로 탈바꿈
재활용 측면에서 긍정적…‘명품 지상주의’는 주의해야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 30이 리폼을 통해 가방과 카드지갑, 열쇠고리 등으로 변신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 30(왼쪽)이 리폼을 통해 가방과 카드지갑, 열쇠고리 등으로 변신했다. 사진=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캡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수백만 원짜리 명품백을 잘라 새로운 가방이나 카드지갑으로 만들거나 명품을 구매하면 무상으로 받게 되는 쇼핑백을 또 다른 가방으로 만드는 등 ‘리폼(reform)’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행이 지나고 낡은 가방을 예쁘게 바꿔 신상백 효과를 내거나, 쇼핑백을 PVC(폴리염화비닐 수지)로 감싸는 식이다. 
 
이처럼 명품백은 물론 백을 구매할 시 얻을 수 있는 종이가방, 더스트 백(가방 보관 주머니)까지 리폼의 영역으로 포함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백’을 만드는 과정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낡고 유행 지난 가방이 ‘신상백’으로 변신”

국내 명품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25억420만 달러(약 15조 원)로, 독일을 밀어내고 세계 7위에 올라섰다. 전 세계 명품 시장이 전년대비 19% 감소한 와중에도 나홀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리폼 등 수선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명품 리폼 업체 레더몬스터에 따르면, 월평균 견적 의뢰 건수가 2019년과 비교해 4~5배 늘어났다. 명품 가방 수선 가게들은 리폼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루이비통 리폼’, ‘구찌 리폼’과 관련한 게시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찌 쇼퍼백이 리폼을 통해 미니백으로 변신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리폼 의뢰가 가장 많은 명품 브랜드는 루이비통과 구찌다. 주로 폴리염화비닐(PVC) 소재로 만들어져 자르고 붙이기가 용이하다. 또 고유의 브랜드 패턴이 제품 전면에 새겨져 있어 다양한 가방 디자인을 시도해도 명품백이라는 가치는 살릴 수 있다.

거리에 나가면 3초에 한 번꼴로 볼 수 있어 ‘3초 백’으로 불리는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 30은 명품 가방 리폼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제품이다. 정가는 100만 원 중반대지만 유행이 지나고 수요가 넘쳐나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30만 원에도 살 수 있어 재판매 보다는 리폼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10~15년 전 유행했던 큼직한 핸드백·쇼퍼백을 트렌드에 맞춰 작은 가방이나 지갑으로 리폼하는 경우가 많다. 핸드폰이나 소지품 정도만 넣을 수 있는 ‘마이크로백’ 또는 자주 사용하는 카드 몇 개만 넣을 수 있는 ‘카드지갑’ 등이 인기를 끌면서다. 빅백 하나로 미니백, 지갑, 열쇠고리 등을 전부 얻을 수 있다. 

리폼한 가방과 지갑은 사실상 가품이다. 해당 브랜드에서 정식으로 나오는 디자인이 아닐 뿐더러 명품 매장에서 사후서비스(A/S)를 받을 수도 없다. 하지만 MZ세대는 이를 ‘짝퉁’ 보다는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소비자는 “안 메는 가방 가지고 있을 바에 돈을 좀 주고라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꾸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명품 쇼핑백 PVC 리폼'을 검색하면 나오는 명품 쇼핑백 DIY 키트. 사진='명품 쇼핑백 PVC 리폼' 검색 화면 캡처
'명품 쇼핑백 PVC 리폼'을 검색하면 나오는 명품 쇼핑백 DIY 키트. 사진='명품 쇼핑백 PVC 리폼' 검색 화면 캡처

명품 쇼핑백 리폼 열풍에 DIY 키트까지 등장

그런가 하면 최근 들어 명품 쇼핑백을 구매하면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종이가방, 더스트 백도 리폼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도 명품 쇼핑백은 재활용 보다는 중고거래를 통해 사고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단순 쇼핑백을 밖에서도 들 수 있는 가방으로 탈바꿈 시키는 모양새다.  

명품 쇼핑백을 리폼하는 경우의 특징은 PVC 비닐과 액세서리를 추가한다는 점이다. 가방 사이즈에 맞게끔 PVC 소재로 감싸 찢어지거나 비에 젖지 않도록 한다. 또 기존 끈 손잡이를 가죽 손잡이로 교체한 뒤 원하는 스카프를 감싼다. 진주 장식이나 키링 등 포인트가 될 만한 액세서리를 추가로 달기도 한다. 

일부 “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냥 버리는 것보다 업사이클링의 일환으로서 재활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도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집에서 취미생활 삼아 명품 쇼핑백을 리폼해 봤다는 한 소비자는 “호기심에 만들어봤는데 나름 튼튼하고 귀여워서 놀랐다”고 평가했다.

‘명품 쇼핑백 DIY 키트’를 전문으로 파는 업체도 등장했다.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구찌·디올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 규격을 토대로 만든 PVC커버와 가방을 만들 수 있는 고정 나사들, 가방 바닥을 지탱할 수 있는 지지대, 스카프, 가죽 손잡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기 만족을 위해 명품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어 관련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면서도 “너무 보여주기에만 몰두해 ‘명품 지상주의’에 빠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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