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헝다그룹 위기에 얼어붙은 글로벌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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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헝다그룹 위기에 얼어붙은 글로벌 금융시장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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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 디폴트시 연쇄 파급효과 우려 커
경기회복 둔화·인플레·델타 변이 등에 이어 헝다그룹 위기까지 더해져
일부 전문가들 "매도 시기" vs JP모건 "낙폭 과하다..저가매수 시기"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20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가 얼어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20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가 얼어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

글로벌 증시가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恒大·에버그란데)의 유동성 위기로 큰 타격을 입자 전문가들이 한 말이다. 

이미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조짐과 주요 중앙은행들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등 다양한 요인이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었던 상황. 여기에 헝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더해지자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거렸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헝다그룹으로 인한 세계 증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반면, 또다른 전문가들은 매도 시점을 노리던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글로벌 증시 일제히 냉각...투심 크게 위축

20일(현지시간) 중국 본토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큰 타격을 입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장중 한 때 전일대비 2.7% 급락했으며,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2.8%, 3.4%까지 밀리기도 했다.

중국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전체 뉴욕증시를 강타하면서 약 12개 종목만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CBOE 변동성 지수는 한 때 28.2를 기록했는데, 이는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홍콩증시에서 헝다그룹 주가는 지난 2010년 5월 이후 최저치로, 10여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헝다그룹의 주가만 하락한 것이 아니다. 중국 부동산 부문의 전반적인 건전성 우려가 확대되면서 부동산 업체의 주가가 대체로 급락했다. 항셍 부동산 지수는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이날 하락폭만 7%에 달한다. 

부동산 주식에 이어 금융그룹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마감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증권회사인 리퀴시 시큐리티즈의 루이스 체는 "헝다그룹 자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그것은 은행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 담보대출 또한 타격을 입는 등 연쇄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최대의 보험사인 핑안의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5% 급락했다. 

S&P의 밍 탄 국장은 "헝다그룹에 대한 은행들의 노출은 그 분야에 걸쳐 꽤 분산돼있다"며 "중국 금융시스템의 위험은 다른 개발업체들의 디폴트 우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철광석 수요로 이어지면서 가격을 급락시키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1년여만에 처음으로 톤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철강제품은 지난주 23% 폭락했다. 

런던 FTSE 100 지수에서도 광산주의 하락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헝다그룹 디폴트 우려..왜 심각한가

세계증시가 동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헝다 그룹은 오는 23일 달러채와 위안화 채권의 이자 납입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

23일 헝다 그룹이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달러채 8353만달러(약 1000억원), 위안화 채권 2억3200만위안(약 400억원) 등이다. 달러채권 약관에 따르면, 8353만달러의 이자 납입은 약 한달간 유예되지만, 이것이 30일을 넘어설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간주된다. 

헝다의 부채 총액은 1조9665억 위안(약 359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하는 상당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연내 지급해야 하는 돈은 달러채 6억3110만 달러(약 7500억원), 위안화 채권 3억5380만 위안(약 600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BBC는 "헝다그룹의 심화되는 부채 문제는 이 회사의 붕괴가 중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문제가 심각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공사 시작 전에 이미 헝다그룹으로부터 부동산을 구입했고, 헝다가 파산할 경우 잠재적으로 그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점 ▲헝다그룹과 관련된 기업들, 즉 건설 및 설계회사와 자재 공급업체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는 점 ▲중국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약 171개의 국내 은행과, 121개의 다른 금융회사들로부터 차입을 했는데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신용경색'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BBC는 "신용경색은 중국 경제에는 매우 나쁜 소식"이라며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기업들은 성장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에는 계속 영업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중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증시의 헝다그룹 주가 흐름.
홍콩증시의 헝다그룹 주가 흐름.

"글로벌 금융시장 타격 이어질 듯"

이같이 상당한 여파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의 파산을 손 놓고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부문의 부채 수준을 낮추고 주거 공간의 과잉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헝다그룹을 본보기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경제적 손실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간과하기는 어렵다. 

FT는 오피니언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헝다그룹의 파산은 전체 경제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중국이 너무 멀리 갈 이유가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타격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경제성장 둔화와 테이퍼링 이슈,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더해질 경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매니지먼트의 조한 그란은 "경기회복 우려와 인플레이션, 델타 변이 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헝다그룹 위기는 마치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와도 같다"고 지적했다. 

소시에떼제너럴의 아시아 주식 전략 책임자인 플랑크 벤짐라 역시 "지금과 같은 우려의 조합이 있을 때 여러분은 더 큰 변동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헝다그룹의 위기가 세계 다른 지역으로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매도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팀은 이날 노트를 통해 "우리의 기본 논제는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번 하락이 저가매수의 기회가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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