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총리 후보 4인 4색 막판 토론 경쟁...해프닝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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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 총리 후보 4인 4색 막판 토론 경쟁...해프닝 속출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9.19 11: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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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각종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 제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난 성향
방송사 질문 내용에 후보들의 이의 제기 속출
노다 의원의 출마에 엇갈린 후보들의 명암
결국 파벌에 의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 커져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29일에 투표가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의 후보들이 지난 1일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고노 다로 백신 담당 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기시다 후미오 의원, 노다 세이코 의원, 이렇게 네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4명의 후보들은 일본 공중파 방송의 토론회에 잇달아 출연해 여러 현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총리 재임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를 두고는 각 후보 간의 성향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토론회에서 방송사가 제시한 질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장면이 속출하기도 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세 명의 후보들은 지난 17일  TV아사히와 니혼TV,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에 잇따라 출연해 약 1시간 40분에 걸친 토론회에 임했다.

토론은 방송사가 준비한 질문에 ‘O’, ‘X’로 대답하거나, 두 가지의 대답 중 하나를 고른 뒤, 추가 설명을 하는 형식이었다.

9월 17일, ‘자민당 총재 선거 2021’이라는 푯말과 함께 토론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TV도쿄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지난 17일, ‘자민당 총재 선거 2021’이라는 푯말과 함께 토론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TV도쿄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우선,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노 다로 백신 담당 장관은 참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중일 관계에서 현재 안보 문제가 매우 엄중해졌지만, 경제와 인적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며, “하나의 문제로 양국의 모든 문제를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관계를 생각하면서 중일 관계를 유지해 가야 한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노다 의원도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아직은 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주변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기시다 의원의 경우, 답을 보류하겠다며 “현재 일본의 번영과 평화는 수많은 희생자에 의해 세울 수 있었다”라고 전제한 뒤, “그들께 존경하는 마음을 시의적절하게 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치가로서 매우 중요하다”며 대답을 보류한 이유를 밝혔다.

반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바타로 불리는 다카이치 의원은 참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로는 “일본이 참배 문제를 외교 문제라고 단정해 버리면 이후에도 참배할 수 없다”며, “자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서 하는 것이므로 결코, 외교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자신도 외국에 나가면 해당 국가의 현충원에 가서 참배한다며, 그렇게 서로의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경의를 표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의 이해를 얻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총리 재임 중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O’, ‘X’로 후보들이 답하는 장면을 전하고 있는 지난 17일  TV도쿄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총리 재임 중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O’, ‘X’로 후보들이 답하는 장면을 전하고 있는 지난 17일 TV도쿄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한편, 야스쿠니 신사 참배 관련해 현재 최악인 한일 관계를 반영하는 듯, 노다 의원 외에는 한국을 거론하는 후보는 없었다. 그리고, 다카이치 후보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A급 전범’에 대한 언급은 없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로 포장하며 다른 나라의 전몰자와 동일시하는 몰상식한 태도를 보여줬다.

이어서 토론회에서는 일본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 가구당 평균 소득 금액이 1994년 664만 엔을 정점으로 2018년에는 552만 엔이라는 내림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소득 금액을 늘리기 위해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질문했다.

우선 고노 장관은 노동자에게 이익을 많이 배분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낮추는 등의 특혜를 제공하겠다며, 가능하면 내년부터라도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 안에 임금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빈부격차를 고려해 전체적인 임금을 끌어올려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의원은 대담한 재정 지출을 통해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에 투자하겠다며, 이것으로 고용이 창출되어 소득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고노 장관이 주장했던 노동자에게 이익을 많이 배분하는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기시다 의원은 ‘레이와판 소득 두 배 증가’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기업의 수익이 주주만이 아니라 사원들의 급료에도 확실히 분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중산층 이하를 위한 금전적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다 의원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진행되어 새로운 수요가 보이지 않으므로 기존의 경제 정책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이것을 경제 성장으로 연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서 일본을 위한 차세대 성장 산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노 장관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들며 “지구의 기후 변동에 대응해 가야만 한다. 탄소 중립을 2050년까지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제부터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이 선도하던 태양열 패널과 풍력 발전은 아쉽게도 뒤처졌지만, 새로운 태양열 유리 발전이나 지열 발전 등 여러 분야에서 정부가 지원 중이다”라고도 강조했다.

다카이치 의원은 ‘산업용 로봇’을 꼽으며 “현재 일본이 세계 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간 14% 정도의 수익 향상이 기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게다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활용되어 갈 분야이므로 큰 소득원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애당초 ‘AI’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직 일본은 ‘AI’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므로 시기상조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기시다 의원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을 들며, 과거 일본은 소니나 파나소닉 등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경제를 이끌었다고 전제한 뒤, “구체적인 분야를 정하기 전에 스타트업 기업의 지원을 위한 환경을 갖춘 후, 그중에서 바이오, 양자 등, 가능성이 큰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노다 의원은 여성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제품 및 서비스 범주를 의미하는 ‘펨테크’가 향후 일본을 이끌 주력 산업으로써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후보 토론회에 등장한 질문 내용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유력 스포츠지인 ‘스포츠호치’는 18일, ‘총재 선거 후보자, “TV아사히”의 코로나 정책 질문에 의문 속출 “법적으로 불가능”, “단어 정의가...”, “코로나가 수습된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보도에서는 방송에서 나온 질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후보들이 의문을 표하는 장면이 속출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예를 들어 “향후,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면 도시 봉쇄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후보들이 “이것은 현재 법률로는 불가능한데”라며 의문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니혼TV에서 나온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고노 장관이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으므로 그만두는 것이 좋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또, TV도쿄에서는 “향후 소비세 인상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후보들이 ‘향후’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언제를 뜻하는 것인지 묻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SNS에서도 “그런 질문은 뭐야?”, “방송사고 수준이었어”, “엉망이었다”라며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국민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고노 장관, 이시바 시게루 의원,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성 장관이 연합을 이루었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지지 의사를 밝히자 고노 장관이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동안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20명의 추천 의원을 모으지 못해 번번이 고배를 들었던 노다 의원을 위해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이끄는 파벌에서 8명의 추천인이 나와 막판에 총재 선거에 뛰어들 수 있었다.

노다 의원(화면 가장 오른쪽 위)에게 추천 의원 8명이 참가한 니카이파(화면 밝은 부분)를 강조해 보도하는 TBS의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화면 캡처
노다 의원(화면 가장 오른쪽 위)에게 추천 의원 8명이 참가한 니카이파(화면 밝은 부분)를 강조해 보도하는 TBS의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화면 캡처

이런 니카이파의 움직임은 선거를 결선 투표까지 끌고 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니카이 간사장의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고노 장관 측이 세웠던 결선 투표 없이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계획은 노다 의원의 출마로 어려워졌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또, 그렇게 되면 기시다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최근 크게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니카이 간사장이 결선 투표에서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서 판세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고노 장관의 당선만은 반드시 저지하고 싶어 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는 노다 의원의 출마를 내심 기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애당초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파벌을 넘어선 선거가 되어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기 힘들 것이라던 분위기에서 결국 파벌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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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2021-09-19 12:39:54
아무리 봐도 무능한 지도자가 탄생하겠네요. 일본은 최고지도자를 직선제로 바꾸지 않는한 일본의 미래는 암울하게 보이네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진정한 애국자이십니다. 한동수기자님같은 분이 있어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