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 후보 첫 소견발표 연설 '4인 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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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 후보 첫 소견발표 연설 '4인 4색'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09.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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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개혁, 기시다=변화, 다카이치=보수, 노다=다양성
전문가 평가 다카이치 가장 높아···고노, 기시다, 노다 순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이 17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 본부에서 행한 각 20분간 첫 소견발표 연설에서 후보별 색채가 드러났다. 사진=닛케이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이 17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 본부에서 행한 각 20분간 첫 소견발표 연설에서 후보별 색채가 드러났다. 사진=닛케이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이 17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 본부에서 행한 각 20분간 첫 소견발표 연설에서 후보별 색채가 드러났다.

후보 등록 순서에 따라 고노 다로(河野太郞·58) 행정개혁상(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0)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61) 당 간사장 대행 순으로 연설이 이뤄졌고 전문가 평가는 다카이치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데 이어 고노, 기시다, 노다가 이었다.

이들 가운데 뽑히는 자민당 새 총재는 내달 4일 임시국회에서 제100대 총리로 선출된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의 분석에서 고노의 첫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텔레워크'(원격근무)였다.

그는 연설 중반에 연달아 5차례나 텔레워크를 언급하며 코로나19 유행 후에 한층 도드라진 도쿄 일극(一極) 집중화를 바꿔 놓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일본 관청가를 의미하는 '가스미가세키'(霞ヶ關)를 비롯 연금, 임금 등 일본 사회에서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는 단어를 반복했다.

연설 중에 자신의 이름을 여러 번 거론한 것도 특징으로 꼽혔다.

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에서 백신접종 담당상을 겸임하는 그는 백신 실적을 언급하면서 "고노 다로의 실행력에 맡겨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도쿄신문은 고노는 규제·행정 개혁과 코로나 대책에 연설 시간의 34%를 썼다며 그의 연설에서 핵심 키워드는 '개혁'이었다고 분석했다.

기시다는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재분배와 격차 축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고노처럼 특정 키워드를 반복하는 화법을 쓰지 않았지만 '귀를 기울이겠다'라거나 '다가가겠다'라는 동사를 자주 사용해 남의 얘기를 잘 듣는다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려 했다.

국정 현안 등에 대한 설명 책임을 경시하고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은 채 각종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아온 아베 정권과 스가 내각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됐다.

기시다는 자민당의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도 12%의 시간을 할애했다.

도쿄신문은 기시다가 아베 시절 추진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혜택이 기업으로만 쏠리고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신자유주의로부터의 전환을 명언했다며 기시다의 후보 등록 후 첫 연설 키워드를 '변화'(전환)로 꼽았다.

아베 전 총리가 미는 다카이치 연설에서는 '위기관리' '안전보장' 등 국가의 안위를 우려하는 메시지가 두드러졌다.

그는 자연재해와 테러, 사이버공격 등의 위협도 언급하면서 "새로운 전쟁의 형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역설했다.

경제 체질 강화 계획을 세워 일본 경제를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완화, 적극적 재정지출, 과감한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주장하는 등 '아베노믹스'의 골격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도쿄신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를 지켜내겠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층을 의식한 메시지가 다카이치 연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정작 다카이치 본인은 다른 세 후보와 다르게 연설 중에 보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다는 일본이 직면한 인구 감소 및 어린이 지원 문제에 22%의 연설 시간을 할애하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인구 감소 문제가 결국은 격차와 의료, 안보 등 다양한 논점과 연결되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구 감소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일본의 지속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주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양성과 빈곤 외에 장애자, 여성, 어린이를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보수세력이 반대하는 선택적 부부별성제 실현 등을 공약한 노다는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일본 전통의 관용성과 다양성을 체현하는 보수정당이 자민당"이라며 자신이 첫 여성 총리가 되면 각료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쿄신문은 다양성을 키워드로 여성, 어린이, 장애자의 관점을 반영한 정치 실현에 의욕을 보이는 등 노다는 다른 세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이 전문가에 의뢰해 네 후보의 첫 소신 표명 연설을 신뢰성, 논리, 감정표현 등 3개의 잣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별 5개), 고노(별 4개), 기시다(별 3개), 노다(별 2개) 순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카이치는 미소 띤 얼굴로 여유를 보이면서 논리성을 갖추어 주장을 펼친 점이 좋았고, 고노는 연설 내용을 암기해 시선이 자연스러웠다는 평을 들었다.

다만 다카이치는 '또'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고 주장의 참신성이 부족한 것이 흠으로 지적됐다.

고노는 화제(話題) 간 연결이 명료하지 않은 것이 보완할 점으로 거론됐다.

기시다는 말의 진정성이 전달됐지만 연설 내용을 모두 머릿속에 넣지 못해 마지막 부분에선 원고를 읽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다는 정론을 펴긴 했지만 구체성이 부족하고 원고에 의존해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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