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까지 일주일… 발등에 불 떨어진 거래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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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까지 일주일… 발등에 불 떨어진 거래소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9.1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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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S 인증 후 은행서 실명확인
신고 마친 거래소 4개에 불과
ISMS 인증 받은 거래소 40개
"특금법 자체에 문제 있어" 의견도
사진=연합뉴스
특금법 시행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에 따른 사업자 신고 기한이 약 일주일 남은 가운데 거래소들이 분주하게 막판 신고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오는 24일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확인 받아야 한다. 

이에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확인을 받기 위해 서두르는 중이다. ISMS 인증을 받지 않은 거래소들도 뒤늦게 인증에 나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상자산사업자 ISMS 인증을 취득한 거래소는 약 41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에서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확인을 받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까지 마친 거래소는 업비트, 코인, 코인원, 빗썸 등 4개 거래소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ISMS 인증과 은행 실명계좌 발급이 완료된 거래소들만 원화마켓 운영을 할 수 있다.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는 원화마켓을 제외한 코인마켓 거래소 운영만 가능하다.

이에 ISMS 인증을 받고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원화마켓을 포기하고 코인마켓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미 포블게이트, 플라이빗, 코어닥스 등은 코인마켓만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팍스·지닥·후오비코리아 놓고 지방은행 고심 중

업계에서는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 중 고팍스, 지닥, 후오비코리아가 향후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고팍스의 경우 거래량으로 국내 4위를 차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닥의 경우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시중은행을 포함해 은행 4곳의 실사를 거쳤지만 최종 의사결정 라인에서 도장을 못 찍고 있다"며 "오는 24일까지는 반드시 영업 신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오비코리아 역시 최근 상장된 가상자산 80여개를 대거 폐지하면서 은행과 실명계좌를 발급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고팍스 관계자는 "어느 은행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얘기가 오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계속 소통을 진행 중이며 결론을 만들어내 변경 신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은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꺼리는 모양새다.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미 케이뱅크를 포함한 시중은행 6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더 이상의 실명확인 계좌 발급은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이에 일부 지방은행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등록 기한인 24일까지는 일정이 빠듯하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제안서는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결과가 확실히 나온 건 없다"고 말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논의가 되고 있는 업체는 전혀 없고 검토 중인 업체도 없다"고 말했으며, 부산은행 관계자 역시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폐업 후 피해규모 3조원 예상…"특금법 개정해야"

24일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가 줄폐업하게 되면 예상되는 피해 규모는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과 투자자 보호 대안 포럼'에서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김치코인(국내에서 만들고 주로 거래하는 코인)은 159개인데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에 상장된 김치코인은 99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60개 코인은 중소 거래소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줄폐업하면 투자자 피해액이 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태의 문제는 특금법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실명확인계좌 발급 업무를 정식으로 은행에 위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애초에 정부가 은행에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하도록 권한을 위임해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는 은행이 실명확인계좌를 내준 다음에 사고가 터졌을 때 그 사고의 책임을 은행이 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사고가 났을 때 거래소보다 은행의 책임을 더 많이 묻겠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입장이다 보니 은행으로서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와 거래할 경우 수수료 수익이 유의미하게 많을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특금법을 개정해서 권한을 은행에 위임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요건에서 빼야 한다"며 "가상계좌로도 충분히 거래가 가능함에도 실명확인계좌를 고집하는 것은 국내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줄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단순히 은행에 발급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필요한 지침과 요건을 정해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침과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은행들이 기준이 없다 보니 거래소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국내에서 원화로 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소가 4개만 남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서비스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으니 더 많은 거래소들이 원화거래를 할 수 있도록 특금법을 개정해서 규제를 완화하는 편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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