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합수의 부동산리뷰] 과연 다주택자는 집을 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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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합수의 부동산리뷰] 과연 다주택자는 집을 팔 것인가
  •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합수 박사
  • 승인 2021.09.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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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주택자 내년까지 1주택으로 매도 최후통첩
다주택 양도세 중과세 재산권 침해 우려
장특공제 양도차익별 차등 , 고액 1주택 역차별 우려
1주택 고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증액은 긍정적
1주택자 양도세 개선안, 신중하게 접근해야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합수 박사.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합수 박사]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래 절벽임에도 계속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

매도 물건이 없다보니 한 건이 거래되면 매도자는 바로 1~2억원 이상 호가를 높여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축 물량을 확보하는 그야말로 원천적인 공급이고, 그 다음은 신축 공급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니, 기존의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재고물량을 회전하는 방법이다. 이는 실질적인 물량 증가는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매물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셈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발의한 다주택자 등과 관련된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론으로 채택된 만큼 통과는 정해진 순서로 보인다.

물론 정부와 협의를 마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지만, 국회가 입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원안대로 시행이 예상된다. 그 내용을 알아보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첫째, 여당은 다주택자에게 매도시한을 2022년까지로 정해 최후통첩을 했다. 현재 다주택자가 여러 채를 보유하다가 최종적으로 1주택자가 되면, 남은 한 채는 최초 취득한 시점부터 보유 및 거주기간을 적용하여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받는다.

이미 올해부터는 장특공제는 거주(연 4%), 보유(연 4%)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모든 자산의 보유기간을 최초 취득 시점부터 계산하는 것은 세법에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다주택자가 2023년 이후 매도 시에는 보유와 거주의 기산점을 최종 1주택이 된 시점부터 원년(1년)으로 적용한다.

그동안 10년이나 20년 이상을 보유와 거주를 했더라도 의미가 없다. 결국 재산권 침해 소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기존 세법 체계와도 상반된다.

과거 2016년에도 비사업용토지에 같은 내용을 도입했다가 1년 만에 되돌린 적이 있다. 다시 이런 불합리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법의 안정성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세대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해서는 최종 1주택이 된 후 2년이 지나야 하는 조항과도 겹친다. 또한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내용과도 충돌할 수 있다. 계속 양도소득세법은 더욱 복잡해져만 간다. 양도소득세 계산을 포기한 일명 ‘양포세무사’가 더 늘 수도 있어 허탈할 따름이다.

일러스트=연합뉴스

그렇다면 다주택자는 2022년까지는 집을 팔 것인가?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시행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 + 20%’가 적용되고, 3주택자는 ‘기본세율 + 30%’이니 최고 75%(본세 기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 시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중과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부담이 워낙 커서 주택을 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택가격이 오르고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하는 부작용만 나타난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강력한 대책이 추가돼도 기대치는 크지 않다. 다주택자에게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증여로 흐르는 물량만 늘어날 수 있다.

그게 더 쉽고 저렴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팔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양도세는 팔지 않으면 내지 않아도 되므로 제도가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 다만, 여러 불합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성공할 방법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2022년 5월 말까지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일이다. 

둘째, 1세대 1주택자의 장특공제를 양도차익별로 차등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이 시행되는 날 이후에 매입하는 주택부터 해당한다.

종전처럼 거주기간에 대해서는 연 4%씩 10년 최대 40%를 공제받는다. 보유에 대해서는 양도차익 5억원 이하는 연 4%, 10년 최대 40%를 똑같이 받는다. 5~10억원 이하는 연 3%, 최대 30%다.

10~15억원 이하는 연 2% 최대 20%로 줄어든다. 15억원 초과 시는 연 1%, 최대 10%밖에 공제받지 못한다. 종전에는 양도차익에 상관없이 거주와 보유를 합쳐 최대 80% 공제 가능했으나, 차익이 1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 50%(거주 40% + 보유 10%)밖에 받을 수 없어 30% 정도 줄어든 셈이다. 

결국 양도차익이 큰 경우 1주택자라 하더라도 공제를 많이 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1주택자의 양도세는 투자자의 차익과는 다르다. 온전히 투자이익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종전 집을 팔고 유사한 지역으로 이사 간다면 이미 같이 올라 있어, 세금을 낸 후에는 매입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오히려 이연제도를 도입하여 거주이전의 자유를 돕고 있다. 결국 가격과 지역을 하향 지원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1주택자는 실수요자이다. 하지만, 최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 인상,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등 계속 과세가 강화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상대적으로 1주택자는 실수요자로 대우와 보호가 필요하다. 단지 고가 1주택자라는 이유로 다주택자처럼 취급하면, 투자자와 다를 바 없어 억울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셋째, 1세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고가 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2008년 9억원으로 정해진 뒤 무려 13년 만에 바뀐다. 전체적인 주택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늦었지만 바람직한 변화다. 최근 시세를 반영하면 15억원 정도가 적절해 보이지만, 이젠 개선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적용은 법 시행일 이후 매도분이다. 시행일 이후로 잔금을 늦추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고가주택 기준 변경을 계기로 다른 부분까지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최근 부동산 중개수수료 변경부터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기준 등 무려 60여 가지에 적용된다. 다른 기준들도 9억원으로 계속 유지되는 불이익을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 첫째와 둘째 내용 등에도 적용됨은 물론이다. 여당에서도 중간 가격대인 9억 ~ 12억원 구간의 중산층 주택소유자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제도 개선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민간임대주택 공급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집을 팔라는 신호만 강하게 보낸다. 그들의 기여도나 역할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주택자가 집을 다 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오로지 투기자이고 세금 중과의 대상일 뿐인가? 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시세의 60% 수준의 전세와 월세로 살 수밖에 없는 세입자는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만 한다. 모든 세입자가 그렇게 할 수도 없거니와 쉬운 일이 아니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개선안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1주택자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다주택자와 유사하게 취급한다면 주거에 대한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1주택자는 언제든지 가격의 고저에 상관없이 보호 대상이다. 그래야만 무주택자도 꿈을 꿀 수가 있다.

●박합수 수석위원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마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B국민은행에서 19년째 부동산투자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금융연수원 자문교수이며, 건국대부동산대학원 등 CEO과정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부동산 10년후 미래가치에 주목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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