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대표 시계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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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대표 시계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3.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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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시장 위축, 신기술로 인한 위협, 프랑화 강세 등이 주요 원인

스위스의 공업 하면 떠오르는 것이 시계다. 하지만 스위스의 시계산업이 최근 들어 위축되고 있다. 중국등 주요수입국들의 경기가 침체되는데다 애플워치등 IT 기술 발달, 스위스 프랑화 강세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코트라 취리히 무역관에 따르면 2016년 스위스의 시계 수출규모는 194억 스위스 프랑(약 22조3,000만 원)이며, 전년대비 20억 스위스 프랑(2조3000만 원)인 9.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위스 시계의 연간 수출 규모가 200억 스위스 프랑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11년 193억 스위스 프랑 이후 처음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15% 성장했던 스위스 시계산업은 최근 세계적 불황으로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수준으로 돌아갔다.

스위스 시계 수출은 주요 수입국에서 거의 모두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 //코트라 취리히 무역관

 

①수입국의 반부패 운동, 경기 부진

이 불경기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주요 수입국들의 불경기 탓이다.

중국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반 부패 정책으로 고가 명품을 더 이상 뇌물로 주고받거나 은닉 재산으로 다루지 못하게 되면서 스위스 시계 수요가 급감했다. 반 부패법 시행 이후 중국과 홍콩에서의 스위스 명품시계 매출은 각각 25%, 22% 하락했다.

유럽 시장의 경우 잇달아 발생한 테러 사건으로 유럽을 찾는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10대 수출대상국 중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로의 수출이 각 19.6%, 10.3%, 10.4% 감소하는 등 강한 위축세를 기록했다.

 

②신기술 출현으로 위협받는 고전(Classic) 시계

장분석기업인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전 세계 스마트 워치 판매량은 810만 개로 스위스 시계의 판매량 790만 개를 돌파했다.

2014년 애플 워치 출시 당시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 애플 부사장은 “애플 워치가 스위스 시계산업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언급하며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들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스마트 워치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Wareable Device Market)이 아닌 전통 시계 산업군에 포지셔닝을 한 것이다. 스마트 워치가 전통적 시계와 시장점유를 두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워치 시장에 대응해 스위스 고급시계 브랜드에서 자체 고급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는 추세다. 태그호이어(TAG Heuer)는 지난해 구글(Google)·인텔(Intel) 등과 함께 1,400프랑(약 169만 원) 대의 자체 고급 스마트 워치를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으로 인해 2015년 4분기 기준 전체 스마트 워치 시장의 약 1%를 차지하는 등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③스위스 프랑화 강세

2015년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고정환율제 폐지로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제품 제조비용이 상승했다. 때문에 해외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고 수출에 주력하던 기업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고정환율제 폐지 발표 후 프랑은 유로화 대비 약 13%, 미국 달러 대비 약 12% 상승했으며 스와치 그룹 등 스위스 시계업체 주가는 평균 15% 이상 폭락했다.

 

④ 기타 요인

2016년 스위스 연방각료회의에서 통과된 새로운 ‘스위스니스(Swissness)’ 법안에 따라 기존의 50% 이상이었던 스위스산 부품 비율이 60% 이상으로 규격화되며 2017년 1월 1일부터 ‘스위스 메이드’ 표식 부착 규제가 강화됐다.

* 스위스 십자가와 같은 시각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스위스산임을 나타내는 문구 등을 이용한 국가 브랜드 마케팅

스위스 시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통과된 법안이지만 이러한 규제와 보호장치가 오히려 스위스 시계산업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자벨 슐럽(Isabelle Schluep) '스위스 취리히대학교(UZH) 부속 기업책임 및 지속가능성센터(CCRS)' 연구원은 스위스 시계 산업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경쟁을 억제하는 독과점 구조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지적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스위스 최대 시계기업 스와치(Swatch) 그룹이 스위스산 부품을 독과점 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주요 기업 동향

세계 1위 명품 시계 그룹 스와치의 2016년 총 판매액은 75억5,300만 스위스 프랑으로 전년대비 10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3.6% 하락했다. 스와치 그룹은 브레게(Breguet), 블랑팡(Blancpain), 오메가(Omega) 등 럭셔리 브랜드 뿐 아니라 저가 플라스틱 시계 스와치(Swatch) 등 스위스의 대표적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다.

스와치 그룹의 대표 상품 중 최고급 시계군인 브레게, 블랑팡, 오메가는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매우 선호되는 브랜드였지만, 상하이 ‘차이푸품질연구소(财富品质研究院)’의 ‘2016년 사치품보고서(China Luxury Report)’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 발전속도가 더뎌지면서 중국인 소비자들의 시계 선호도 또한 변화되고 있고 과거와는 달리 고급시계를 구매하는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된다.

스와치 그룹은 스마트 워치 분야 도전, 글로벌 스포츠 행사 스폰서 위임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세계 2위 명품 시계 그룹 리슈몽(Richemont)은 2016년 말 250여 명의 인원 감축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인원 감축안에 대해 노동조합과 여전히 대립중인 상태임. 리슈몽은 앞서 2016년 초에도 350여 명의 인원 감축을 발표했다가 재교육·명예퇴직 활동을 통해 규모를 줄여 100여 명을 감원한 바 있다. 이 회사는 까르티에(Cartier), 바슈롱 콩스탕탱(Vacheron Constantin), 피아제(Piaget), 몽블랑(Montblanc) 등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리슈몽은 2016년 총 판매액으로 11억760만 유로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6%의 성장률을 보임. 리슈몽 또한 그간 지속적인 판매량 감소세를 보였었지만 2016년 크리스마스 기간을 맞아 까르띠에 등 명품 시계군 판매량이 증가했다.

 

전망

스위스 시계 기업들은 계속되는 불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 중이며, 2016 연간 리포트 등을 통해 2017년에는 긍정적인 전망을 예견함. 스위스 시계 산업 연맹은 또한 "이러한 불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7년에는 지금의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딜로이트가 시계 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16년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4%가 향후 12개월 내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보임. 2015년 시행됐던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가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특히 주력시장이었던 홍콩과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가장 우려되며, 새로운 시장으로 미국과 인도 등이 언급되고 있다. 스와치 그룹의 태그호이어는 최근 뉴욕과 미국 기타 도시 축구팀의 공식 타임키퍼가 되는 등, 기타 스위스 시계 업체들 또한 4~5년간 주력해오던 아시아 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 등 새로운 지역으로 초점을 돌리는 추세다.

스위스 시계산업의 위축은 글로벌 시계 산업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브랜드 가치가 강한 럭셔리 시계의 위축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전통 시계를 스마트 기기가 대체해나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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