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 후보 난립 가능성'···파벌 입장 정리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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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 후보 난립 가능성'···파벌 입장 정리안돼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09.05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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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결속 약해지는 분위기···'포스트 스가' 안개속 빠져
절반에 가까운 1~3선 의원, 파벌보다는 여론 중시할 듯
일본 자민당 주요 파벌이 지난해 9월과 달리 이번에는 후보 난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벌 결속도 약해져 유력 후보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
일본 자민당 주요 파벌이 지난해 9월과 달리 이번에는 후보 난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벌 결속도 약해져 유력 후보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자민당 총재 선거의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작년 9월 총재 선거 때는 자민당 주요 파벌이 일찌감치 스가 총리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 판세가 초반에 굳어졌지만 이번에는 후보 난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벌 결속도 약해져 유력 후보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정무조사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조회장 등이다.

오는 29일 투·개표가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국회의원(중의원+참의원) 383표에 당원·당우 383표를 더한 766표의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놓고 국회의원 표(383표)에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방표(47표)를 더하는 결선 투표를 한다.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는 스가 총리 후임으로 국회에서 새 총리로 지명된다.

자민당 총재는 파벌 역학 구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자민당 내 주요 파벌로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96명·이하 소속 국회의원 수)를 비롯 2위 파벌인 아소(麻生)파(53명), 다케시타(竹下)파(52명), 니카이(二階)파(47명), 기시다(岸田)파(46명) 등이 있다.

소수 파벌로 이시바(石破)파(17명)와 이시하라(石原)파(10명)가 있다. 1, 2위 파벌이 자민당 전체 국회의원의 40%를 가까이 차지했다.

호소다파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의중이 중요 변수로 꼽혀왔다.

일본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자료=연합]
일본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자료=연합]

이번에 호소다파는 아직 방침을 정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원할 생각이나 호소다파에서 탈퇴한 경력의 다카이치 전 총무상에 반감을 가진 호소다파 의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호소다파 소속인 시모무라 정조회장이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재차 출마를 검토중이다.

호소다파는 일치단결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소파도 마찬가지다. 아소파 소속으로 대중적 인기가 많은 고노 행정개혁 담당상이 출마 의사를 표명하자 아소 부총리는 "알았다. 찬성도 하지 않지만,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아소파 내 중진 의원 중에는 '탈원전'과 '모계(母系) 일왕' 검토를 주장하는 고노에게 반감을 가진 인물도 있다.

아소파는 고노 담당상 혹은 기시다 전 정조회장 지지로 갈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3위 파벌인 다케시타파에선 회장 대행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의 출마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출마했다가 표를 적게 받으면 모테기 외무상에게 흠이 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니카이파도 이시바 전 간사장의 출마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지하는 의원도 있는 등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벌 내 의견이 정리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이에 따라 움직일지도 미지수다.

자민당 국회의원의 절반 가까이는 1~3선 의원으로 이들은 파벌의 움직임보다는 여론을 중시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오는 10~11월 중 중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약한 의원들은 '선거의 얼굴'인 총리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을 끌어낸 배경에도 자민당 내 젊은 의원들이 "지지율이 바닥인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는 불만이 있었다.

산케이는 "중의원 소선거구제 도입을 계기로 파벌의 힘이 약해진데다 이번에는 중의원 선거가 임박해 선거 기반이 약한 의원은 '선거의 얼굴'이 될 새 총재를 기대해 파벌 간부의 의사에 따르지 않을 태세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정치 과제와 시류를 보고 움직이는 새로운 세대가 총재 후보를 밀어 올릴 것인가, 기존 파벌 역할이 유지될 것인가. 세대와 파벌이 서로 다투는 총재 선거는 자민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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