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사교육 금지" 中 강력한 교육개혁...'우려반 기대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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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사교육 금지" 中 강력한 교육개혁...'우려반 기대반'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1.09.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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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반, 자필시험 금지 등 광범위한 교육개혁 대책 쏟아져
온라인 게임 금지, 팬덤 제재 등 미성년자 참여 엄격히 통제
교육 현장, 관련업계, 부동산 시장에서 교육 개혁 우려도 흘러나와
교육개혁이 중국인들의 명문대 선호 인식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사교육 금지 조치로 교육 현장, 교육 관련업계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유망업종으로 상장까지 준비하던 교육 기업이 파산하고 동네 조그만 사교육 기관들은 속속 문을 닫았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교육 개혁을 단행한 뒤 연이어 강력한 후속 조치들을 발표하자 새학기를 맞은 학교에서는 급격히 바뀐 정책들을 적용하느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우수 학군을 중심으로 높게 형성됐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적 충격과 사회적 혼란을 감수하면서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이번 교육 개혁의 추진 이유로 사교육 비용 경감과 출산율 향상을 들고 있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중국 공산당 사상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우등반, 자필시험 금지 등 광범위한 교육개혁 대책 실시

중국 정부의 교육 개혁은 ‘쌍감’ 조치로 대변된다. 쌍감은 학생들의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7월에 쌍감 정책 시행을 통보한 후 후속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학교내 우등반을 금지시켰다. 이를 위해서 성적에 상관없는 균등한 반 편성과 교사들의 균형 있는 배치를 지시했다. 

학생들의 숙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교사가 방과 후에 새로운 내용을 수업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학부모들에게 숙제 검사의 부담을 주는 행위나 학생에게 징벌적인 숙제도 내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공산당 국무원 판공청은 '의무교육 단계 학생의 숙제 부담과 교외 보습 부담의 진일보한 감경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국ㆍ영ㆍ수 과목의 중국 사교육을 전면 금지시켰다. 사진=중국교육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공산당 국무원 판공청은 '의무교육 단계 학생의 숙제 부담과 교외 보습 부담의 진일보한 감경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국영수 과목의 중국 사교육을 전면 금지시켰다. 사진=중국교육부 홈페이지 캡처.

초등학교의 경우 1,2학년은 지필시험을 치르지 못하도록 했고 다른 학년은 기말고사를 한번만 치르도록 지시했다. 시험 출제 시에는 표준 교과 과정이나 수업 진도를 넘어서는 문제를 내지 말고 난이도를 조절하도록 했다. 시험성적 순위를 매기거나 공개하는 행위도 금지시켰다.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를 위해 방과 후 최대 2시간까지 학교가 학생을 돌보는 제도도 도입했다. 맞벌이하는 부모의 퇴근시간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학교간 균형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 의무교육학교의 입시 면제 정책을 전면 시행하고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동시에 학생을 모집 및 등록하도록 했다.

기존 사교육 기관의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서 인터넷 플랫폼, 공공장소, 주거지역의 각종 광고판 등에 사교육 광고를 게재하거나 송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온라인 게임 금지, 팬덤 제재 등 미성년자 참여 엄격히 통제

학생들의 방과 후 사교육 활동이 전면 금지되면서 학생들에게 방과 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중국 정부는 방과 후 여가 시간이 많아진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게임 및 팬덤 문화에 대한 규제 조치들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미성년자가 금, 토, 일 및 공휴일 저녁 8시에서 9시까지 하루 한 시간 동안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출처=CCTV캡처.
중국 정부는 미성년자가 금, 토, 일 및 공휴일 저녁 8시에서 9시까지 하루 한 시간 동안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출처=CCTV캡처.

중국국가신문출판서는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중독의 엄격한 관리, 방지에 관한 통지'를 고지했다.

이 통지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회사는 금, 토, 일 및 공휴일 저녁 8시에서 9시까지 하루 한 시간 동안만 미성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대표 게임 업체인 텐센트는 현재 중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미성년자는 약 1억10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들이 방과 후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팬덤 문화 규제도 시행됐다.

중국 정부는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통지'를 발표하고 스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과하게 돈을 쓰며 각종 루머를 퍼뜨리는 행위를 모두 금지했다.

특히 이 통지에는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등 미성년자의 참여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조치와 관련해서 중국 당국은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방지하고 미성년자의 심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가 사교육 금지 이후 학생들이 여가 시간에 온라인 게임과 팬덤 문화에 더욱 빠질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배제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교육 개혁 시행 현장에서는 우려반 기대반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 개혁에 대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7월에 공표한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교원 순환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에 따르면 퇴직까지 5년 이상 남은 교장과 교감, 일반 교사가 한 학교에서 6년 이상 근무했다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한다. 

시범 지역을 선정해서 우선 실시하고 고등학교는 과도기를 두고 시행하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중국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순환 주기가 지나치게 짧을 경우 교육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교육 개혁 정책 발표 이후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쉐취팡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걱정과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출처=CCTV캡처.
중국의 교육 개혁 정책 발표 이후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쉐취팡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걱정과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출처=CCTV캡처.

상당수 학부모나 입시 관계자들은 명문학교 입학이 인생의 성공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중국 정부의 사교육 금지 조치만으로는 중국에서 사교육이 근절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사교육 수요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고액 과외 강사들의 수업료만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는 명문 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를 중심으로 명문 학군이 존재하고 이 학군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어 형성된 상황이다. 중국에선 이를 '쉐취팡(学区房)'이라고 부르는데,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쉐취팡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걱정과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

교육개혁, 중국인들 명문대 선호 인식을 넘어설 수 있을진 미지수

중국 정부의 교육 개혁은 1980년 한국에서 시행한 교육 관련 규제를 떠올리게 한다. 1980년 당시 한국 정부는 무분별한 사교육이 공교육을 무너트린다면서 과외를 전면 금지시켰고 이 조치는 일반 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중국 정부가 7월에 초ㆍ중ㆍ고 학생에게 예ㆍ체능 외에 국ㆍ영ㆍ수 과목의 사교육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는데, 이 조치 역시 중국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에게 좀 더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부모들에게는 사교육 비용의 부담을 덜어주며 사회적으로는 과열된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이 국민들에게 통한 결과다. 

그러나 교육 개혁의 시작이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았다고 해서 정책이 성공할 것이란 판단은 섣부르다. 중국의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꽌시(개인간 네트워크)를 중요시하는 중국 사회에서 명문대 선호 경향은 전세계 어느 나라 보다 강하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중국인들의 명문대 선호 인식을 넘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중국의 MIT로 불리는 칭화대학교 교문. 사진출처=칭화대 홈페이지 캡처.
꽌시(개인간 네트워크)를 중요시하는 중국 사회에서 명문대 선호 경향은 전세계 어느 나라 보다 강하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중국인들의 명문대 선호 인식을 넘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중국의 MIT로 불리는 칭화대학교 교문. 사진출처=칭화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국가다. 명문대학 진학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으로 믿고 자식을 명문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는 부모들이 많다. 때문에 대학입학 정책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사교육 금지 교육 개혁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1980년 과외를 전면 금지했던 한국도 과외 금지이후 불법 고액과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일부 사설 학원 수강 허용, 비영리 과외 교습 허용 등 규제를 조금씩 풀었다. 정부의 과외 금지 규제가 명문 대학을 지향하는 사회의 인식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꽌시를 중요시하는 중국 사회에서 명문대 선호 경향은 전세계 어느 나라 보다도 강하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중국인들의 명문대 선호 인식을 넘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과거 경험을 예로 들어 중국의 사교육 금지 교육개혁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의 학교 조직은 공산당의 하부 조직이라고 볼 수 있는 특수성 때문에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는 중국의 교육 개혁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도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건국 100주년을 맞은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내놓은 교육 개혁이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중국의 미래를 밝혀줄 것인지 아니면 암울하게 만들 것인지 중국내외 교육 관계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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