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질좋은 와인' 편의점에 넘치는 이유...MZ세대 '홈술·혼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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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질좋은 와인' 편의점에 넘치는 이유...MZ세대 '홈술·혼술' 영향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9.02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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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수입액, 3억3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CU·GS25·세븐일레븐, 와인 라인업 강화 중
전략은 "가격은 저렴하게 품질은 최상으로"
롯데마트·이마트도 와인 매장 강화에 나서
와인 수입액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편의점 와인들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Pixabay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 씨(29)는 금요일마다 편의점에 들러 와인 한 병을 구매하는 것이 한 주의 주요 즐거움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집에서 ‘혼술’을 즐기게 된 그는 유튜브에서 ‘편의점 와인 추천’ 콘텐츠를 보고 그날 기분에 맞춰 와인을 고른다. 

와인 사랑이 ‘역대급’이다. 계절이나 지갑 여력, 구매처 등 구입하기까지 고려할 부분이 많아 국내에서는 비주류로 통했던 와인이 최근 들어 맥주나 소주보다도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3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맥주 수입액(2억2700만 달러)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수입량으로 따지면 5400만ℓ이며 와인병(750㎖) 기준으로 약 7300만병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다름 아닌 편의점 업계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홈술’과 ‘혼술’ 문화에 맞춰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와인을 출시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CU·GS25 등 편의점, 일제히 와인 강화

편의점 점포는 전국 4만8000개가량으로 추산된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전국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또 24시간 운영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방문할 수 있다.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와 생활 속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주 와인 판매 채널로 급부상 중이다.

국내 편의점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CU와 GS25는 일제히 ‘와인 키우기’에 나섰다. 먼저 CU는 자체 와인 브랜드인 ‘음!(mmm!)와인’의 프리미엄 콘셉트인 ‘음!프리미엄 와인’을 출시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CU의 ‘음!’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자체 PB 와인이다. 맛있는 와인 한 잔을 마셨을 때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감탄사를 표현한 브랜드명을 선택해 직관적이면서도 유쾌한 이미지를 나타냈다. 데일리 와인답게 가격도 저렴하다. 레드와인 6900원·화이트와인 9900원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CU가 자체 와인 브랜드를 론칭하며 편의점 와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최근 ‘홈술’로 와인을 즐기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CU에 따르면 와인 매출은 2018년 28.3%, 2019년 38.3%에 이어 지난해 68.1% 신장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에 출시한 음!프리미엄 와인은 처음으로 선보이는 1만 원 이상의 와인이지만, 가성비 높은 데일리 와인을 선보인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걸맞게 품질을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려 가성비를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음!프리미엄와인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 130년 역사의 이탈리아 와이너리 ‘피치니(Piccini)’에서 생산했다. 프리미엄 콘셉트에 맞춰 와인 보틀과 라벨도 모두 블랙으로 디자인했다. 테이스팅 노트와 와이너리 정보를 담은 넥택(Neck Tag)도 달았다. 

GS25도 와인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 GS25는 지난 2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GS25 역삼홍인점을 ‘와인25플러스 플래그십스토어’ 1호점으로 오픈했다. 지난해 7월 론칭한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 ‘와인25플러스’가 인기를 끌자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점포에서는 와인25플러스의 판매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우수상품 약 300여종을 운영한다. 고객들은 플래그십스토어에 비치되어 있는 전용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제품 카탈로그를 살펴보며 편리하게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GS25는 올 추석 선물 목록으로 고급 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최초로 유명 와인평론가인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명품 와인들을 모았다. 총 6종 상품으로 구성된 기획 세트 가격은 무려 1000만 원이다. 

세븐일레븐도 9월 MD추천 와인으로 ‘홈인테리어족’들을 겨냥해 ‘앙리 마티스’ 명화를 담은 아트와인을 선보인다. 앙리 마티스는 강렬하고 개성적인 색채와 표현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야수파 화가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앙리 마티스 작품이 감성 인테리어 소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븐일레븐 측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집을 취향에 맞게 꾸미는 사람들이 늘면서 와인병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했다”며 “앙리 마티스 와인은 젊은 소비자들 감성에 맞게 디자인한 감각적인 레이블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CU의 '음!와인' 종류들. 사진제공=BGF리테일

편의점 와인 판매 줄줄이 ‘신기록’

편의점 와인의 인기는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주요 편의점의 와인 매출이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을 이미 넘어섰을 정도다. '홈술' 유행과 편의점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 달 26일까지 CU의 와인 매출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16.4% 초과했다. 판매량으로는 27.4% 초과다. GS25 역시 같은 기간 와인 매출이 작년 연간 매출보다 4.7% 많았다. 세븐일레븐의 와인 판매량과 매출 또한 모두 작년 연간 실적보다 35% 많았다.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와인이 백화점에서 선물용으로 사는 고급 주종이었다면 이제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쉽게 사는 술이 됐다”며 “특히 20~30대인 MZ세대가 편하게 구매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와인 채널로 떠오르자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점포 내 와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하반기 잠실점에 대규모 와인 특화 매장 '메가 와인숍'을 선보인다. 해당 매장을 위해 올해 초 '프로젝트W팀'이 꾸려졌을 정도다. 팀원 모두가 와인 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도 지난해부터 점포 리뉴얼에 나서며 주류 통합 매장 '와인 앤 리큐르' 매장을 신설 중이다. 현재까지 20여개 점포에 있으며 이마트 만의 특색 있는 와인을 대거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1년에 단 2번 열리는 대규모 와인 행사 '와인장터'에는 무려 1000종이 넘는 전세계 와인이 모이기도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와인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점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품이다”며 “타 주류와 달리 (와인은) 라벨과 병 모양, 원산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구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수입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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