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연준과 한국은행의 다른 행보, 증시 퍼포먼스도 차별화될 듯
상태바
[최석원 칼럼] 연준과 한국은행의 다른 행보, 증시 퍼포먼스도 차별화될 듯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08.30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2021년 8월 넷째 주는 우리 금융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한 주였다.

8월 26일에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리 인하 후 15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올렸고, 다음 날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연례 잭슨홀 심포지움에서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비롯한 미국 통화정책 방향의 변경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날 국내 증시는 하락했고, 제롬 파월 의장의 발표와 연설문 공개 이후 미국 증시는 큰 폭 올랐다.

한국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이나 잭슨홀 미팅에서 행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의 예상을 아주 많이 뛰어 넘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이미 지난 번 회의에서 1명의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의 나왔었고(금융통화위원회는 소수 의견을 다음 번 통화정책의 변경 신호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사실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이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얘기해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고,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논의가 시작된다고 해도 금리 인상 시점은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차이가 양국 증시의 서로 다른 움직임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통화당국의 서로 다른 관심사

그런데 이번 결정과 발언을 보면, 양 통화당국의 관심사가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과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는 금융불균형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던 반면, 파월 의장의 발언은 대부분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현재 경제 상황을 긍정적인 쪽으로 해석했고, 파월 의장은 현재의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결국 한국은행이 불편했던 것은 가계 대출 급증이라는 표현으로 포장된 자산 가격의 급등이고, 연준이 불편했던 것은 위축되어 있는 민간 고용 상황이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미국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상당히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주택 가격 변화를 가장 잘 포착하는 것으로 알려진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를 보면 미국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6%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2019년말 대비해서는 20%, 2017년말 대비로는 30% 이상 상승했다. 

또 다른 자산가격인 주가 상승률도 대단하다. 2017년 이후 미국 S&P500 지수는 70% 가까이 상승했고, 나스닥지수의 상승률은 12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7%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매우 큰 상승이다. 지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말부터 코스피 상승률이 40%를 넘어 다소 빨랐지만,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30%, 70% 올랐다.

한국은행이 생각하듯 자산시장 가격이 문제였다면 미국 통화당국이 더 먼저 움직였어야 할 만한 자산 가격 급등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자산시장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불균형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저금리와 대출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의 폐해를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그럼에도 미국 통화당국이 사실상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금융 시스템 위험이 나타나지 않았던 우리 통화당국에 비해 금융불균형에 대해 덜 관심을 가진 듯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자산가격을 조정하려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중앙은행조차 자산가격의 과열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산가격의 상승이 부채의 급증과 함께 나타난 경우, 늘어난 부채가 나중에 금융기관의 부실화, 나아가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통제해야 하는 첫 번째 책임자는 가계와 금융기관이다. 스스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부채를 일으키고, 대출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책당국은 금융기관이 그러한 통제력을 갖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책임을 갖는 것이 정당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채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고,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정책당국은 자산가격이 아닌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주기적으로 대형 은행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은 이 때문인데, 지금은 여기에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서 자산가격을 통제할 이유가 없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불신을 바탕으로 韓 통화당국의 정책 판단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 정책당국은 몇 가지 불신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첫째는 가계에 대한 불신이고, 이는 나아가 주택가격의 상승이 일부 경제 주체들의 투기적 행위에 근거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째는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다. 금융기관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행하고, 심지어 원리금 지급 능력과 무관하게 집값을 기준으로 대출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의 방향이 금융불균형에 맞춰진다는 얘기는 우리 금융기관이 대출을 관리할 능력이 없고, 말하자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불신을 바탕으로 한다

경제 활성화나 고용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민간 부문의 활성화를 통해 고용이 자율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며 이전보다 정부의 힘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재난지원금은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며 이를 통해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을 유지하려 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실제 실업에 빠진 사람에게 실업급여를 늘려 주는 것으로 대응했다. 재난지원금을 소득불평등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정부가 일자리를 늘려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민간 부문의 고용보다 금융불균형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도, 조금 크게 보면 위기의 경제 상황을 벗어나는 데 있어 회복을 주도하는 것도, 부작용을 막는 것도 모두 정책당국이고, 민간이 주도하는 자산시장은 주로 ‘내버려 두면 또는 기회만 있으면’ 문제를 일으키는 부문이라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큰 맥락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책당국, 특히 통화당국의 접근 중 어느 것이 더 옳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두 나라가 처해진 상황이 다르고 정책당국뿐 아니라 국민들의 철학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적인 시스템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주가 상승에 대해서 개별 경제 주체가 대응할 문제이고, 금융시스템 리스크 관리의 첫 주체는 금융기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즉, 정책당국은 자산 가격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와 금융기관이 자신들의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하게끔 하고, 민간 부문의 고용이 안정될 수 있도록 기업 활동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 지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반면, 반대 쪽에서는 가계와 금융기관이 자신들의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익을 극대하기 위해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이 모여 전체적인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고, 결국 정책당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적인 통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주가 상승이 시장의 선택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대출을 이용한 투기적 행동에 근거한 것이라고 판단하면 정부가 이를 막아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고용 측면에서는 기업을 더 지원하여 고용을 늘리는 방향은 이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늘려서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개인의 방역 책임을 강조하고, 정부는 항체 형성에 집중하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정부 주도의 방역시스템으로 걸리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하는 정책당국의 전염병 대응 방식 차이에서도 발견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연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테이퍼링 논의가 시작된다고 해도 금리 인상 시점은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정책 판단이 증시의 차별적 성과로 이어질 듯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에서도 정책당국의 어떤 인식과 접근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실적을 내 줄지 알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접근 방식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우리 접근 방식이 낫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또한 가계와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과거 닷컴버블이나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경우 미국의 방식이 증시에 긍정적었다고 할 순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문에 현재 연준이 실수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반면, 장기적 안정을 위한 우리의 방식은 자산시장의 자체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지만, 성공적일 경우 안정적 성장과 증시의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양국의 정책 판단이 증시의 차별적인 성과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테이퍼링을 비롯한 통화정책 변경이 미국보다 오히려 이머징 국가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점 ▲코로나19 이후 선진국은 감염 또는 백신 접종을 통한 항체 형성으로 집단 면역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머징 국가의 경우 방역에 의존해 집단 면역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 ▲이러한 대응 방식 하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머징 국가의 제조업 경기 확장이 내수 소비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다양한 요인들이 미국과 우리 증시의 디커플링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통화정책 기조의 차이가 또 하나의 디커플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즉, 당분간 올라도 미국보다 덜 오르고, 떨어질 때는 미국보다 더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