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정부, 연예계 미투 강력 대응..."청소년 사상 강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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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中 정부, 연예계 미투 강력 대응..."청소년 사상 강화 의지"
  • 한동수 기자
  • 승인 2021.08.2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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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청소년 사상 교육 방해"...연예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상 검열
미투 운동 확산...숨 죽인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파급력 강한 미투, 연예계 자정작업 움직임 강화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연예계가 미투 폭로로 어수선하다. 

중국 정부는 미투 폭로로 얼룩진 연예계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해당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예고하고 있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마약, 출연료, 세금탈루, 극성 팬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규제를 실행했다. 

중국 정부는 문화 강국을 강조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발전시켜 오면서도 대중이 스타를 숭배하듯 따르는 현상과 스타가 인기를 배경으로 사회나 대중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최근 중국 정부는 청소년 사상 교육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중국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행하려는 공산당의 사상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연예인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 사상 교육에 방해...연예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상 검열 강화

중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의 사상 검열 강화 측면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중국 정부는 신문·방송·출판·영화 등 모든 매체에 대한 감독권을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당 선전부로 이관하며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 제작물의 검열을 강화했다. 이런 과정에서 연예인들의 각종 사회문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중국 당국의 통제권을 한층 강화하는 명분으로 작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청소년 사상 교육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평균 연령 8살'로 등장과 동시에 논란이 된 아이돌 그룹 '천부소년단'이 데뷔와 동시에 아동 착취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데뷔 5일 만에 해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출처=천부소년단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가 청소년 사상 교육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평균 연령 8살'로 등장과 동시에 논란이 된 아이돌 그룹 '천부소년단'이 데뷔와 동시에 아동 착취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데뷔 5일 만에 해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출처=천부소년단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의 사상 검열에 걸린 연예인은 대중의 비판을 받거나 정부의 규제 및 재제 정책으로 줄줄이 연예계에서 퇴출되고 있다.

샤오S(小S)라는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가수 출신 연예인 쉬시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대만 선수들을 응원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가 중국에서 미운털이 박혀 모든 출연 광고가 취소되고 연예계 퇴출 위기에 처했다. 

무협 판타지 드라마 '산허링'(山河令)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장저한은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찍은 사진으로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으며 사실상 연예계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동영상 플랫폼에서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들도 사라지고 있다. 중국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치이는 아이돌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및 방영에서 당분간 손을 떼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최근 중국에서 '평균 연령 8살'로 등장과 동시에 논란이 된 아이돌 그룹 '천부소년단'은 데뷔와 동시에 아동 착취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데뷔 5일 만에 해체되는 일도 발생했다. 

중국 연예계 전문가들은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데 높은 투자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천부소년단’의 빠른 해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이판에 이어 배우이자 후난방송의 유명 TV 진행자 첸펑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우이판에 이어 배우이자 후난방송의 유명 TV 진행자 첸펑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미투 운동의 확산 움직임에 숨 죽이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지난 5월 말, 두메이주라는 여성이 전 엑소(EXO) 멤버였던 우이판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하며 연예계의 성폭력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이판 성폭력 사태는 8명의 피해자가 등장하고 2명의 미성년자가 포함된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우이판은 강간죄로 기소됐다.

우이판에 이어 지난 24일에는 후난방송의 유명 TV 진행자 첸펑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이 2019년 유명 TV 사회자인 첸펑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과 함께 성폭행을 당한 후 첸펑과 소통한 것이라며 모바일 메신저 송수신 내용 등을 공개했다. 

이 네티즌은 자신에게 음성, 영상, 문자 증거가 있다면서 자신의 모든 주장에 책임을 질 것이며 모든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이 사건은 상하이 공안국에서 2019년 2월 해당 사건에 대한 신고를 받아 조사를 마친 사건으로, 당시 공안 당국이 확보된 증거로는 범죄를 증명할 수 없어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힌 사건이었다.

우이판 사건 이후 미투 사건에 연루된 대중들의 비판이 높아지고 중국 정부의 관련 연예인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마저 표출되면서 중국 공안 당국의 미투 관련 사건 조치는 이전보다 신속해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중국에서 미투 운동이 있어 왔다. 하지만 수사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과거에 중국 페미니즘 운동가인 뤼핀의 미투 사건과 2018년 중국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이 중국 CCTV의 간판 앵커 주쥔을 고소한 사건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계속되는 미투 폭로와 더불어 최근 한국 NTC 멤버 루카스의 여성 팬에 대한 가스라이팅 사건 혐의까지 웨이보를 통해서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중국 연예인들의 도덕성과 성감수성 문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 연예계 전문가들은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미투 사건으로 대중이 연예계를 부정한 곳으로 싸잡아보는 시선이 강해지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미투 사건이 연예계 전체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20년 12월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인민법원 앞에서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이 유명 방송인 주쥔에 제기한 성추행 소송 첫 번째 재판에 참가하기 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2020년 12월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인민법원 앞에서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이 유명 방송인 주쥔에 제기한 성추행 소송 첫 번째 재판에 참가하기 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계속되는 도덕성 비판에 자정 노력

지난 2018년에 중국 배우 판빙빙의 세금 탈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발칵 뒤집혔었다. 중국의 제작업체들이 출연료 현금 지급 등 여러 방식으로 세금을 피해왔는데, 중국 정부의 판빙빙 사태에 대한 강력한 대처로 이후 세금 탈루 형식의 거래는 많이 줄었다.

중국 연예인들의 도덕성 문제도 네티즌들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 유명 배우 정솽은 대리모 출산, 낙태 종용 세무 당국으로부터 한화 약 540억원의 벌금 폭탄을 맞고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청룽의 아들 팡쭈밍와 배우 가진동과 왕학병, 고호 등은 대마초와 마약 흡연 혐의로 물의를 일으키며 아직까지 연예계에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마약, 출연료, 세금탈루, 도박 등의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은 많다. 그런데 중국 연예계가 그 어떤 문제들보다 미투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미투 문제의 파장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중국 연예계의 미투 문제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성장해온 지난 수십년간 밖으로 표출되지는 않았지만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이슈였다. 때문에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우이판과 첸펑의 성폭행 폭로로 미투가 연예계 전체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 미투 폭로의 대상이 된 연예인은 연예계에서 퇴출되는 것을 넘어 구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제작사들은 이미 제작한 작품에 참여했거나 현재 제작하는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미투가 터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작품에 참여한 연예인들의 미투가 터지는 경우 수십 억에서 수백 억원의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들은 정부와 대중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자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100주년 행사 홍보에도 적극 나서며 중국 정부의 눈치보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연예계 미투는 더 확산될 조짐이다. 연예계 미투 폭로와 중국 당국의 대응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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