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채용 비리는 왜 해결하기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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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채용 비리는 왜 해결하기 어려운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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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지난 7월 중순, 국민권익위원회에 설치된 공공기관채용비리근절추진단은 올해 11월까지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 실태를 전수조사한다고 발표했다.

신규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의 채용 프로세스에서 불공정이나 부당거래가 없었는지 심층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채용 비리에 대해 권익위에서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블라인드 앱에서는 공기업, 사기업 등 조직 유형을 가리지 않고 채용 비리,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도 블라인드에서 제기된 경기도청 및 산하기관 채용 비리에 대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채용 비리, '낙하산'부터 '미사일'까지

최근 모 시사프로그램에서 준비 중인 채용 비리 이슈를 주제로 제작진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채용 비리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려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의 결연한 자세가 느껴졌다. 다만, 방송을 통해 채용 비리의 실상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은 필자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공감한 사항이다. 

수사기관에서는 채용 비리를 가장 밝히기 어려운 난제라고 얘기한다. 청탁이 문서나 메일 등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일단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면접 등의 과정은 인적성 검사 등 정량 점수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면접관 주관이 반영되다 보니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 면접관이 반론을 제시하기도 쉽다.

채용 비리가 다 같은 절차에 의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명 낙하산 위에는 그들이 흔히 말하는 미사일이라는 계급이 존재한다. 우리가 말하는 낙하산은 바람(조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 정착할 수 없다. 그래서 힘 있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지닌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바람에 따라 불확실하게 흔들리는 낙하산보다 은밀하게 그러나 빠른 속도로 위대한 포지션에 정확한 자리를 잡는 행위를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미사일 인사를 위해서 채용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포지션이 갑자기 만들어지거나 지원 자격 요건이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낙하산도 잡기 어려운데 미사일을 포착하긴 더 어렵다.

사기업에 집중되던 채용 비리가 공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되는 이유는 낙하산, 미사일 등의 채용 비리 네트워크가 경쟁과 피로도가 높은 사기업보다 안정적이고 스트레스가 적은 공공기관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노력해서 과실을 따지 않던 사람들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치열한 도전과 경쟁을 선호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공정한 조직’이어야 성장과 혁신 가능 

채용 비리에 대해 그간 수많은 언론사, 방송사에서 취재를 했지만 명확히 채용 비리를 밝히지 못한 것은 청탁을 한 이도, 청탁을 받은 이도 찾아내기 어렵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지금도 능력보다 소위 말하는 ‘빽’, 고상한 말로 인맥이 있으면 성공한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이준석 대표는 수많은 비난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능력주의를 관철시키며 능력주의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기존 정치인과 자신을 비난한 이들에게 지금도 당당히 반박한다. 그만큼 능력 대신 우리가 집안 가문, 외부 인맥 등 그 사람의 능력, 인격과 무관한 기타 여러 요소를 강조, 중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힘 있는 사람 한 명 알고 있으면 세상이 편하다’는 말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슬픈 자화상이다. 대학의 수시 입학, 기업 및 공공기관의 채용 프로세스 심지어 승진 비리까지 이 모든 걸 포괄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인맥이다. 지금도 돈과 명예, 권력을 거머쥔 자들은 자녀에게 돈보다 인맥을 물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이런 풍토에서 채용 비리를 포착하긴 쉽지 않다. 다만, 언론에서 이에 대해 지속적인 보도와 관심을 보이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통해 채용 비리를 준엄히 징계한다면 속도는 늦더라도 천천히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채용 비리는 사회의 출발점을 훼손하는 범죄이기에 단죄가 필요하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다들 ‘공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인맥주의의 병폐를 어떻게 개선하고 공정을 어떤 방식으로 정착시킬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공정한 사회와 건설적인 경쟁을 외칠 수는 있다. 그러나 공정해야 한다는 외침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다수의 경영학 연구는 늘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비결이 무엇일까에 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한다. 학자마다 제시하는 해법은 조금씩 상이하지만 놀랍게도 일관된 연구 결론이 있다. 채용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보유한 조직의 성장과 성과는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브랜드 신뢰 역시 고객들에 의해 강화된다는 점이다. 

공정한 조직과 사회만이 성장과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채용 비리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믿음이 퍼진 조직과 사회에서 성장과 혁신이 창출될 가능성은 없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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