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카운트다운?...한국은행, 26일 금통위 앞두고 '복잡한 셈법'
상태바
금리인상 카운트다운?...한국은행, 26일 금통위 앞두고 '복잡한 셈법'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8.18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 26일 한은 금통위 개최
가계부채 증가·물가 상승 고려하면 금리 인상 단행해야
꺾이지 않는 코로나 증가세와 환율 급등은 불안정 요소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이달 26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물가 상승 흐름, 시중에 풀린 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반대로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한 외국인 증시 이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하면 섣불리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금통위는 기존 7인에서 6인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고 후보자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을 냈던 의원이다. 고 후보자를 비롯한 5명의 의원 역시 금리인상에 찬성했다. 

통상 지금까지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면 그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조정됐다. 따라서 오는 26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급등하는 환율 변수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은 여전히 한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반도체 산업 둔화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반도체 산업 둔화·코로나19 확산세로 경기 회복 불확실성 커져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는 지금까지 국내 수출 호조를 이끌었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둔화 우려와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으로 인한 외국인 증시 이탈 현상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증권사 보고서가 수차례 나온 바 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시기를 발표하고 11월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테이퍼링 발표 시점을 내년 3월에서 올해 12월로 수정했다.

이로 인해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1200원선 직전까지 올랐다. 전날인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3원 오른 117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의 매도세 지속으로 원화 약세 현상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부터 7거래일 동안 진행된 외국인 순매도 총액은 7조7032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요인은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6일 1371명을 제외하면 최근 일주일간 일간 확진자 수가 모두 1500명을 넘겼다.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꺾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쉽게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급등·물가 상승세 안정화 위해 금리 인상 필요

다만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상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급증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은행권 가계대출'을 보면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7000억원 늘어 매년 7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아우른 전 금융권 가계대출 역시 지난 7월 중 15조2000억원 증가하며 전월(10조3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도 금리 인상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1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물가는 전국 평균 2.5% 상승으로 네 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2012년 1분기 3% 상승 이후 9년3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8월이냐, 10월이냐…고민 깊어진 한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이달이나 10월 중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언제가 될 것이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인상하기에는 한은의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이 잡히지 않고 있어 8월 인상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이달 인상한다고 해도 주요국 중에서는 가장 빠른 금리인상이 된다"며 "한은이 신중한 스탠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고 금리인상을 한다 해도 10월이나 11월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 역시 "코로나 전개상황이 악화되는 현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이달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대출태도 강화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고 이는 결국 저금리에 따른 결과물"이라며 "한은이 금융안정에 중점을 주겠다고 밝힌 만큼 코로나 재확산세가 이달 금리인상 단행에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조정을 통한 금리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충격이 올 수 있으니 적절한 유동성 흡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