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한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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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한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왜일까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08.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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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8월 들어 한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보다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8월 5일부터 연속 7일 동안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중 미국의 다우와 S&P500 지수는 하루를 빼고 모두 오르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독일 닥스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일본 증시 역시 올림픽 중은 물론 이후까지도 주가가 올랐고, 연중 내내 횡보하고 있는 중국 증시도 우리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글로벌 증시는 어느 모로 보나 매우 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악재를 뚫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높은 물가상승률과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코로나19의 재확산, 나아가 미중 갈등과 중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강화 등 글로벌 증시는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고, 이 때문에 주가 상승 속도가 느려진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연일 고점을 경신하는 글로벌 주가를 보면 거론되는 여러 악재를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와 정책당국에 대한 믿음이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경기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4%를 넘나들고 수출증가율도 높은 편이다. 글로벌 경기가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성장이 크게 떨어질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0%로 전망될 정도로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서 있다. ​
​​우리나라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0%로 전망될 정도로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서 있다. ​

이러한 요인들을 다 접어 두고라도, 한국은행은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부동산 문제가 중요하지만, 급격한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데 정책당국이 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섰을 가능성은 없다. 

금리를 크게 올릴 수도 없다. 주요국 대비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아직은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수입되고 있다는 증거도 뚜렷하지 않다. 경기 확장과 완만한 통화 정책 되돌림이라는 측면에서 주요국과 우리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주가는 왜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증시의 상대적 부진, '작용과 반작용'의 산물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어떤 시기도 관통하는 원칙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일단 소비 패턴의 문제다. 사실 코로나19 이후 올해 초까지 이어진 급격한 국내 증시 상승세를 보며 많은 사람이 하반기 중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소비 패턴에 의해 나타난 제조업 경기의 호조,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상대적으로 우수한 방역 실적이 줬던 긍정적 평가가 되돌려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변화된 소비 패턴에 의한 제조업 경기의 호조와 지금 나타나는 우려를 작용과 반작용으로 보는 것은 결국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충격이 이제 반작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경제가 정상화될수록 사람들의 씀씀이가 집에서 생활하며 늘었던 내구재 소비에서 오프라인 활동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재택 근무와 원격 학습 등을 위해 구입했던 PC와 노트북, 태블릿의 판매는 이미 위축되기 시작했고, 여행 갈 돈이 남아 내구재를 바꾸던 소비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물론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코로나19에 의해 충격을 받은 업종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크다. 하지만, 충격을 덜 받았거나 오히려 수혜를 받은 업종 종사자들의 경우 소비의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또 한가지 작용과 반작용이 작용하고 있다. 방역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K-방역으로 알려진 타율적, 자율적 활동 제한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국가다. 이러한 성공은 기본적으로 ▲세계 초일류의 IT 기반 ▲각종 방역 관련 제품을 스스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산업 구조 ▲국민의 상당 수의 군대 경험, ▲상호 부조를 중시하는 역사적 배경 ▲과거 사스와 메르스 등을 통해 정비된 방역 체계라는 우리의 강점을 그대로 반영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그 반작용으로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타율적 제한의 강화는 지속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율적인 활동 제한에는 피로감이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때마다 더 강력한 방역을 실시하게 되어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해 타협하면 다시 확산 속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강력한 방역과 이에 따른 낮은 감염율은 그 자체로 국민의 대부분이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방법은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이후 중증으로의 전이 위험이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는 데 있어 기존과 다른 시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되는 경우들이 나타나고, 일부 여행이 제한되기도 하지만, 경제에 충격을 심하게 주던 이전과는 분명 방역의 강도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나 일본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과 함께 방역 수준을 이전보다 더 높게 끌어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벌써 한달 째 수도권의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고, 일본에서는 긴급사태 선포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며, 이들은 원래 혹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의 전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찌 보면 백신 접종 속도가 늦은 것은 방역의 성공을 자신한 데 따른 반작용일 수도 잇다.

그동안 높은 주가상승률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

증시 자체로 보더라도 또 다른 작용과 반작용이 관찰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우리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방역과 변화된 소비 패턴의 수혜를 인정받으면서 작년 10월 이후 올해 1월까지 글로벌 주요국 증시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9월말 이후 1월 25일까지 KOSPI 상승률은 38%로, S&P500의 15%나 해당 시기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은 독일의 7% 내외, 나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보였던 일본 증시의 24%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성과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증시의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졌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중 외국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약 30조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상태다.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통화정책 역시 작용과 반작용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너무 금리를 낮춰 그 반작용으로 금리를 높이게 된 것이라는 설명은 타당하지 않다. 우리로서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내렸을지 몰라도, 주요국 대비 국내 금리는 계속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고, 이는 해당 기간 중 외국인들이 꾸준하게 국내 채권을 매수했다는 점을 통해 확인되기 때문이다. 

수치를 보면 작년 한해 외국인의 우리나라 채권 보유 잔액은 27조원 늘었고, 올해 중에는 8월 중순까지 46조원 증가했다. 이로써 2019년말 123조원 수준이었던 외국인 국내 채권 보유 규모는 이제 196조원으로 200조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중 국내 채권 잔액 증가분의 15% 이상을 외국인이 가져갔고, 2019년말 4%였던 외국인 비중은 8월 중순 현재 5.6%에 달한다. 금리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현상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렇다면 통화정책에 있어 작용, 반작용은 무엇일까?

부동산 정책이다. 한국은행이 글로벌 주요국의 예상되는 금리 변경 속도에 비해 인상을 서두르는 것은 결국 부동산 때문으로 보여지는데,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의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형성된 시장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시장을 통해 나타나는 자산 격차의 확대에 초점을 맞춘 다분히 정치적인 정책 결정이 반복되면서 우리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금리와 대출에 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주요국보다 더 크게 올랐고, 그 반작용으로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정책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연히 이 같은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부담은 증시 투자자들 입장에서 반갑지 않다.

물론 이번 증시의 하락 폭이 크지 않고(사실 고점 대비 코스피의 하락 폭은 여전히 3%대에 불과해 상승 추세의 일반적인 조정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락의 대부분을 일부 업종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지적한 작용과 반작용 논의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8월 중 증시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도는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어 있고, 이들의 높은 시가총액 비중이 전체 지수의 상대적 부진을 이끌고 있는데, 이 때문에 우리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다. 

'좋은 반작용'이 나타나기 전까진 등락 반복

하지만, 우리 증시가 8월뿐 아니라 조금 길게 보면 7개월째 주요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지적한 작용과 반작용을 한번쯤은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이러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빠르게 백신 접종에 성공해 방역의 부담이 줄고,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른 수혜만큼 재변화에 대한 대응에 기대를 걸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가격 상승이 주요국과 비슷한 정도로 진행되고, 이 가격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 압력이 커질 법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장기적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모든 일은 누적된 이유들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이러한 가정을 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다시 말해 몇 가지 상황이 달랐었다고 해도 지금 나타나고 있는 증시의 디커플링은 불가피한 것이었을 수 있다.

또한 더 길게 보면 지금의 디커플링이 새로운 반작용으로 우리 시장의 상대적인 아웃퍼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먼저 나선 한국은행의 정책 변경이 우리의 금융, 부동산 시장 상태를 건전하게 만들어 미래의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늦어진 백신 접종 역시 그 반작용으로 빠른 백신 확보와 접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분간 우리 증시는 그 동안 좋았던 부분이 되돌려지는 반작용의 구간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높아진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도를 감안할 때 큰 폭의 증시 하락은 예상되지 않지만, 반작용의 결과로 다시 좋은 반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증시는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보다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판단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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