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카카오뱅크, 핀테크에서 테크핀으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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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카카오뱅크, 핀테크에서 테크핀으로의 전환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8.1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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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과거 은행의 영업 방식은 대면 영업에 집중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돈을 거래하는 만큼 지점을 방문, 직원을 통해 돈을 관리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때, 금융권의 임원들은 아무리 첨단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속성상 금융업에 대한 광범위한 디지털 침투율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에 대해 시중 은행들이 별다른 규제나 반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마련될 당시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업 경쟁의 초점은 전국적으로 지점을 몇 개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었기에 대면 영업이 어려운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에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5년 전에는 핀테크라는 용어도 업계에선 익숙하지 않았다. 

핀테크의 바람을 몰고 온 IT은행의 등장

2004년, 필자가 취업을 앞두고 국내 은행에서 면접을 봤던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해당 은행에서 주의해야 할 경쟁 상대를 질문했을 때 대다수 지원자가 동종업계 기업을 거론한 데 비해 혼자 첨단기술 기업을 얘기해서 면접관들이 업계에 대해 이해하고 오라며 필자에게 핀잔을 주던 경험이 떠오른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에 기존 은행이 고전하는 이유다.

첨단기술 기업을 언급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포털사이트가 그 시절 급증하고 있었고 대중의 여론 형성과 트렌드가 모두 인터넷 포털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둘째, 젊은 연령대일수록 대면보다 온라인에서 상호작용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었다. 은행이 대면 영업 중심이라고 하더라도 미래 경쟁은 온라인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4년 만에 1700만명에 육박하는 고객을 확보한 건 필자의 생각과 동일한 방향성을 카카오그룹이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상호작용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메신저 채널을 활용, 디지털 접점에서 젊은 연령대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수립, 은행업 개념을 빠르게 재정의해나갔다.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이제는 은행 역시 기존 대면 영업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시중 은행의 CEO들은 자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카카오뱅크를 손꼽고 있으며 디지털 접점에서 고객과 좀 더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송금, 대출하는 미래 은행의 상징을 대중이 카카오뱅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모바일 앱 이용자수 측면에서 국내 4대 은행을 압도하고 있고 모바일뱅킹 시장도 전년 대비 45.2% 급증하는 등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카카오톡 메신저로 국내 3대 통신사의 문자 서비스를 초토화시킨 카카오가 이제는 IT기술을 무기로 금융산업에 진출하여 국내 은행의 기존 패러다임과 서비스의 고정관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핀테크에서 테크핀의 시대로 전환하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최종 방향은 핀테크(Fintech)가 아니라 테크핀(Techfin)에 있다. 북저널리즘의 신기주 에디터도 언급했듯이 기술 기업의 금융 진출이 아닌 기술 기업이 이제 금융을 지배하는 모델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금융의 핵심은 사실 고객 정보와 고객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 최적의 금융서비스와 상품을 설계, 제공하는데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IT기술이다. 

테크핀을 처음으로 주장한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주는 IT기업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의 기호와 요구사항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금융지식에서 IT역량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카카오는 모바일, 콘텐츠, 이커머스 등에서 이미 테크핀 기업으로의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엔 금융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넘쳐난다. 그러나 수많은 금융 전문가도 과학적인 예측과 분석을 통한 최적의 시뮬레이션 없이 최고의 금융 서비스를 내놓을 수는 없다. 금융전문 인력은 상대적으로 시중 은행 대비 부족하지만 IT기술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는데 카카오뱅크는 최고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카카오뱅크에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 대출 등 주요 은행들의 핵심 서비스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산 안전성을 중시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카카오뱅크를 신뢰하지 않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기존 은행들도 IT기업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있기에 카카오뱅크가 향후 이들 연합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살펴봐야 한다. 

카카오, 이제는 명확한 방향성도 제시해야

카카오뱅크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전방위로 확장하는 기업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카카오그룹의 경영진이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카카오는 창업 10년 만에 계열사를 114개로 확장하며 사업 영역을 콘텐츠, 모빌리티, 핀테크 등 다방면으로 펼쳐 놓았다. 그러나 카카오가 어떤 생각을 갖고 정확히 무엇을 지향하는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하반기 상장 예정인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와 대출, 송금 등 금융 서비스 측면에서 서비스가 중복된다. 영역이 중복되는 계열사 간 사업 조정과 향후 그룹의 미래 방향이 분명치 않다는 점은 신중히 고민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만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미래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제 카카오도, 그리고 카카오뱅크도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설명해야 한다. 

무차별한 확장보다 중요한 건 차별화된 성장에 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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