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이젠 가구야”…백화점 3사, ‘프리미엄 리빙’에 꽂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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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 이젠 가구야”…백화점 3사, ‘프리미엄 리빙’에 꽂힌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13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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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百, 리빙 실적 일제히↑
조명 하나에 400만원이지만 신혼부부 줄 서
리빙숍 확대 위해 대대적 리뉴얼 펼치기도
인테리어 시장 규모, 23년엔 49조 전망
한샘·현대리바트 등 인테리어 업체도 B2C 확대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해있는 '더 콘란샵' 이미지. 사진제공=롯데쇼핑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명품’ 덕분에 국내 백화점 업계가 활짝 웃었다. 1년 반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명품으로 쏠리면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올 2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일제히 올랐다. 

그런 가운데, 가방과 신발, 시계, 옷 등에 한정됐던 명품 영역이 패션을 넘어 인테리어 부문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현저히 늘어나면서 돈을 좀 들이더라도 ‘예쁘고 멋진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인테리어 업체들은 일제히 ‘프리미엄 리빙숍’ 확장, ‘B2C(기업 대 개인 간 거래)’ 확대 등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롯데·신세계·현대百, ‘프리미엄 리빙숍’ 입점에 ‘사활’

1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백화점 내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0% 신장했다. 특히 강남점에서 첫 선을 보인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 콘란샵’(The Conran Shop)의 매출도 같은 기간 76% 늘었다. 

더 콘란샵은 리빙 편집숍의 시초격으로, 국내에서 가장 고가 리빙상품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유명하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빅3 가운데 리빙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2019년 더 콘란샵 유치를 위해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직접 현지에 방문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더 콘란샵의 제품들은 초고가로 구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시나의 보볼리 테이블은 2700만 원,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인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거실 조명은 510만 원, 이탈리아 디자이너 피에르 리쏘니가 디자인한 소파는 4000만 원 등 초고가 제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매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월까지 잠실점 9층과 10층을 하이엔드 리빙 전문관인 ‘프라임 메종드잠실’로 리뉴얼한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은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오는 10월까지 잠실점 9층과 10층을 하이엔드 리빙 전문관인 ‘프라임 메종드잠실’로 순차적 리뉴얼한다. 리빙관 면적을 1.5배 넓히고 다양한 프리미엄 리빙 콘텐츠들로 채울 예정이다.

‘헤런드’, ‘웨지우드’, ‘마이센’, ‘로얄코펜하겐’ 등 유명 외국 식기류 브랜드는 물론 ‘오덴세’ 의 인기 테이블 웨어와 가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오덴세 다이네트’와 호텔식 홈패브릭 큐레이션 브랜드인 ‘아임디자인’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프리미엄 리빙숍 유치에 한창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문을 연 ‘더현대 서울’ 4층에 하이엔드 리빙 큐레이션 공간 ‘디렉터스 아카이브’를 론칭했다. 해당 공간에는 현대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리빙 편집숍 ‘아키타입’과 연계한 리빙 전문 플랫폼 ‘챕터원’, 북유럽 리빙 편집숍 ‘이노메싸’ 매장이 있다. 

이노메싸는 ‘앤트레디션’, ‘매스프로덕션’ 등 북유럽 리빙 브랜드 중에도 고가 명품 가구를 집중적으로 취급하는게 특징이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200만원대 라운지 체어와 300만원대의 책상, 스웨덴 리빙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스프로덕션의 1000만원대 소파와 300만원대 거실 테이블 등을 판매하고 있다. 

'루이스폴센'의 PH스노우볼 조명은 385만원이다. 사진제공=루이스폴센 홈페이지

특히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폴 헨닝센이 디자인한 ‘루이스 폴센’의 인기 조명은 400만 원에 달하지만 신혼부부의 상담이 끊이질 않는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 리빙 매출은 전년 대비 71%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피숀’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67% 늘었다. 평균 200만원대의 고가 커트러리 브랜드인 ‘크리스토풀’, 이탈 리아 프리미엄 식기 브랜드인 ‘리차드지노리’, 프랑스 도예 장인이 선보이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 등 프리미엄 식기가 꾸준히 인기를 끈 결과다.

또한 국내 백화점 매출 1위를 찍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가구의 하이엔드 명품’이라 불리는 ‘폴트로나프라우’ 제품을 판매 중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배니티 페어 암체어는 1092만 원, 알베로 북케이스는 2763만 원, 쿠페 180 침대는 1631만 원에 달한다. 

폴트로나 프라우를 대표하는 배니티 페어 암체어는 1092만 원이다. 사진제공=폴트로나 프라우 홈페이지
폴트로나 프라우를 대표하는 배니티 페어 암체어는 1092만 원이다. 사진제공=폴트로나 프라우 홈페이지

갈수록 커지는 인테리어 시장…2023년엔 49조원 규모

백화점들이 일제히 리빙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인테리어 시장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00년 9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41조5000억 원으로 4배 이상 급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8%로, 2023년에는 49조3000억 원가량의 규모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카드 소비 증감률을 보면 백화점과 자동차에 이어 인테리어 관련 소비가 3위를 차지할 정도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인 가족을 위해 제안된 99㎡ 한샘 모델하우스의 거실. 사진제공=한샘

사정이 이렇자 가구·인테리어 업체들도 기존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B2C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샘은 한샘대리점, 한샘직매장, 한샘온라인쇼핑몰(한샘몰), 한샘리하우스 등 4개의 B2C 판매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사업을 담당하는 리하우스 사업을 키워왔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집을 고쳐 쓰고 꾸며 쓰는 니즈가 오르면서 대대적 리모델링 공사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샘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217억 원, 영업이익은 52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19.9%, 32.7%가 오른 가운데, 리하우스 사업 부문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9%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리하우스 사업은 현재 표준매장을 29개까지 늘리는 등 상반기에 유통망을 확대하는데 주력한 것이 효과를 냈다. 지난 6월에는 1200세트의 패키지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샘은 하반기에 전국 리하우스 표준매장을 50개까지 확대하고, 스타일 패키지 현장에 대한 품질, 서비스 관리를 차별화 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리점 리하우스 디자이너를 현재 2500명에서 3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리바트 컬러 팔레트 색상이 적용된 옷장 ‘피치노’.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라이벌 현대리바트도 지난해부터 B2C 사업에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말 온라인 전용몰을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리뉴얼했다. 최근에는 ‘리바트 라이브’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로 소비자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리바트의 ‘디자인 퍼스트’는 대표적인 B2C 경쟁력 강화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최근 영국 에이브 로저스와 손잡고 자체 컬러 매뉴얼 ‘리바트 컬러 팔레트’ 개발을 완료하기도 했다. 현대리바트 측은 “디자인의 제품 개발 등을 연구하는 조직인 크리에이티브 랩을 별도로 신설하고 디자인 차별화에 집중해 신선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가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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