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건 배달? 1시간 걸릴 때도”…주문 폭주·폭염에 '라이더 부족'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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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건 배달? 1시간 걸릴 때도”…주문 폭주·폭염에 '라이더 부족' 조짐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11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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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4단계·폭염 겹치며 배달 수요↑
“라이더 없어 고객께 취소 전화 드리기도”
라이더 측, 불분명한 프로모션 체계 불만
찜통더위 불구 불만족스러운 단가에 이탈 조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장기화와 폭염이 겹치면서 라이더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이츠나 배민원은 단건 배달로 알고 있는데, 주문하면 예상 시간이 50분은 기본이고 요즘엔 항상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것 같다. 홍보는 30분 이내 배달이라고 해놓고, 매번 오래 걸리면 그 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서울 마포구 거주 직장인 A씨. 29)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11일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속되는 폭염까지 겹쳐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당장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간 메쉬코리아 부릉에서 이뤄진 배달 건수만 해도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8.8% 증가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배달 주문량에 비해 라이더(배달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단건 배달만의 ‘빠른 배달’ 서비스가 되레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는 불편하다는 입장이지만, 라이더들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탈’ 조짐을 보여 음식점들만 난감해지게 됐다.

“단건 배달? 체감 상 전과 별 차이 없다” 

A씨(29)는 “쿠팡이츠와 배민원은 단건 배달이라고 해서 항상 두 플랫폼을 번갈아가며 주문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빠른 배달을 체감한 적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 달째 재택근무 중이라 점심도 시켜먹는 경우가 많은데, 낮에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을 주문해도 50분은 기본이다”고 말했다. 

단건 배달은 기존 2~5건의 주문을 배차 받아 동선에 따라 묶음 배달을 했던 것과는 달리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들어진 음식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지만 그만큼 배달 횟수가 줄어들게 되므로 많은 라이더가 필수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장기화되고 재택근무, 폭염까지 겹치면서 배달 주문은 급증하는데 비해 라이더가 부족해 발생하는 배달 지연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이 보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서비스 전반에 대해 느낀 점을 별점과 리뷰를 통해 플랫폼에 남길 수 있다. 

성북구에서 떡볶이와 튀김 등 분식을 판매하는 한 외식업자는 “단건 배달인데 배달이 지연될 경우에는 무조건 음식점 문제가 되기 때문에 피해가 전부 가게로 온다”며 “라이더가 부족해서 음식을 배달하지 못하는데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떡볶이에 치즈를 추가해서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치즈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떡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려 신속하게 배달하지 않으면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요즘에는 주말이나 평일 저녁 할 것 없이 주문이 많이 들어와 라이더가 없어서 취소 연락을 드린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는 한 점주 역시 “샐러드는 매장 오픈 전과 마감 후 전부 손질하기 때문에 만드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데도, 라이더가 부족해 최대 70분까지 소요된 적도 있었다”며 “특히 최근 들어 라이더 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불분명한 프로모션 체계에 찜통더위, 못 버틴다”

하지만 이런 자영업자들의 난감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라이더 이탈 조짐은 이어지고 있다. 최고 36도까지 오르는 폭염에 터무니없이 낮은 배달 단가, 불분명한 프로모션 체계 등이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10만 명이 넘게 가입해있는 배달 커뮤니티에서 한 라이더는 “강남 같은 곳은 배달이 많으니 단건 배달이 가능할지 몰라도 그 외 지역에서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다”며 “가뜩이나 기본급도 줄었는데 이 더위에 2500원, 3000원 단가가 책정되니 당분간은 근무하지 않겠다는 라이더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이 더운 날에 똑같은 거리로 콜을 받았는데도 어느 때는 기본 배달비가 2500원이고, 어느 때는 3000원이다”며 “단건 배달 프로모션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입금 누락된 경우가 잦아 사실상 기준을 알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일부터 라이더 산재보험 가입 의무 강화도 라이더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이더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소득이 노출되고 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투잡’ 라이더들을 중심으로 이탈의 가속화가 이뤄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들은 ‘피크 타임 프로모션’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달의민족은 기온 33도 이상일 때 배달 한 건당 1000원을 추가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이츠도 지역별로 나눠 해당 지역에서 피크타임 때 배달을 진행 시 1만5000원 상당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프로모션 같은 경우 지역, 시간, 날씨, 주문량 등 많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공하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라이더들의 이탈을 막고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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