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어디로]①무서운 델타변이 확산세..경기회복 발목 잡나
상태바
[美 경제 어디로]①무서운 델타변이 확산세..경기회복 발목 잡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8.10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일일 신규 확진자 수 10만명 돌파...델타 변이 확산세 두드러져
해외 언론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 늦춰...미 경제 타격 불가피"
일부 경제학자 "코로나19 대응방법 이미 배웠다...큰 타격 없을 듯"
미국 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미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미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사망자 수 역시 하루 516명으로 2주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입원하지 못해 대기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병원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제발 접종을 하라'며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한 때 가파른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놀라운 경기회복세를 보여주며 전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미국이지만, 불과 한 달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인 셈이다. 

"델타 확산세는 사무실 복귀 지연시켜..노동력 부족 등 경제에 타격"

지난 6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가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일각에서는 미 경제가 강력한 회복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해석했지만, 정반대의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94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84만5000명 증가)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실업률 역시 6월 5.9%에 비해 낮아진 5.4%를 기록했고, 이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5.7%)를 하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장 회복이 더뎠던 고용시장에서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환호하며 미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7월 고용보고서 역시 왜곡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7월의 일자리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이전인 7월 중순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만큼, 현 상황을 제대로 투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톰 그래프 애널리스트는 "개인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인 영향이 크거나 지속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7월 고용 보고서는 델타 변이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유용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악시오스 역시 "7월 고용보고서에 환호하기에는 이르다"며 "새로운 확진자 급증 추세가 미 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여러가지 변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계절적 증가와 실업 패턴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야한 변화들롤 인해 현재의 고용 추세를 파악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만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킨다면, 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소비자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해 외출을 덜 하거나,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린다면, 식당 및 호텔 등 경기회복 관련 업체들에게는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로 인해 실업자들이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더 지체될 수 있으며, 이는 전국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랜트 손튼의 수석 경제학자인 다이앤 스웡크 역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혼란에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미 경제에서 어떤 이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과거만큼 많이 외식하지 않으며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부정적인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경우 '약간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2분기 어닝시즌을 마무리한 기업들은 3분기 전망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 대장 기업인 애플은 지난 2분기에는 역대급 실적을 내놨지만, 3분기에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은 이미 2분기부터 실적 성장세가 주춤했으며, 3분기에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델타 변이 확산세에 따른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해 직원들의 복귀가 늦어지는 점도 적지 않은 우려 요인이다. 

WSJ는 "장난감 제조업체인 해스브로나 마텔 등은 지난해 공장과 상점, 항구 등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던 당시보다 현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지적했다. 

이미 원자재 상승 및 해운 운임, 인건비 등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비용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될 경우 노동력 부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스 보스트얀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염성이 매우 높은 델타 변이가 향후 노동시장 회복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며 "일부 노동자들의 복귀를 더디게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감은 지난 밤 상품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9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가격은 장 중 한 때 4% 이상 떨어졌으며, 5월 이후 최저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거래를 마쳤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여행수요가 줄고, 사무실 복귀가 지연될 경우 연료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여건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닥터 코퍼'라는 애칭까지 붙은 구리 선물 가격 역시 1.3% 하락해 5월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WTI 가격 추이 그래프
WTI 가격 추이 그래프

"델타 변이, 지난해와는 달라...미 경제 위축 없을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미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년 반동안 코로나19를 겪어오면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는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배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미국은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었던 지난 겨울에도 꾸준히 경제 성장을 이어왔으며, 기업들 역시 12월 잠시 고용을 멈추긴 했으나, 백신 접종의 개시와 함께 재빨리 인력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미 정부 역시 새로운 방역규제를 추가하는데 비교적 신중한 모습이다. 미 당국은 일부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규정을 다시 적용하고, 몇 가지 방역 규제를 다시 꺼내놨으나, 전면 봉쇄 등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규제는 피했다. 

인텔리전스유닛의 케일린 버치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주 당국이 마스크 의무 착용 등 기본적인 규제를 제외하고는 또다른 형태의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이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지만, 경제활동과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과 미 중앙은행 역시 같은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은 2020년 3월이 아니며, 2021년 1월도 아니다"면서 "우리는 당시보다 훨씬 더 강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경제나 학교를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역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의 폭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그러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히 불합리한 기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많은 경제학자들 역시 경제적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SJ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3분기 미 경제가 7%의 성장세를 이어간 뒤 2022년 2분기에는 3.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