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맥주에 글루텐프리 빵?”…식품업계 대세는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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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코올 맥주에 글루텐프리 빵?”…식품업계 대세는 ‘빼기’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10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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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코올맥주 시장, 25년엔 2000억 규모
하드셀처, 美MZ세대에 선풍적 인기 끌어
밀가루·달걀 뺀다…빵에도 ‘건강’ 열풍
무설탕 음료 뜨고 과즙 주스 지는 중
사진 왼쪽부터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0.00’, 오비맥주의 ‘카스 0.0’,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제품. 사진제공=각 사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알코올이 없는 맥주에 밀가루가 없는 빵, 설탕이 없는 음료 등 식품업계는 최근 ‘빼기’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자 주류업체들은 물론 베이커리, 음료업체들까지 합성첨가물이나 밀가루 등을 지양하는 방식으로 식품에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분위기도 살리고 건강도 챙기는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맥주는 국내외 주류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야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가정 시장 규모가 커진 데다 저도수·저칼로리를 추구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잘 맞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50억 원으로, 올해는 200억 원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는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무알코올 맥주란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이거나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맥주를 뜻한다. 1% 미만일 경우 비알코올(논 알콜릭),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알코올 프리)로 분류된다.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제품은 비알코올로,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도수 1% 미만이면 주류가 아닌 '음료'로 분류되며 무알코올 맥주로 분류된다. 

10일 하이트진로음료에 따르면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하이트제로0.00’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 성장을 기록했으며, 올 7월에만 월 240만 캔을 판매했다. 2012년 11월 출시돼 누적 판매량이 7200만 캔 정도임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오비맥주의 ‘카스 0.0’은 온라인 채널 중 쿠팡에만 입점한 가운데, 출시 7일 만에 초도 물량 5282박스가 완판되기도 했다. 하루에 1만8000캔 넘게 판매된 셈이다. 이후 8개월 만에 온라인 누적 판매 200만 캔을 돌파했다. 2017년에 나온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역시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외국에서는 도수가 낮은 하드셀처(Hard Seltzer)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드셀처란 탄산수에 알코올을 섞고 과일 향미 등을 첨가한 과일탄산주로, 알코올 도수가 5% 내외에 기존 맥주 대비 칼로리가 절반가량 낮고(90~110kcal), 당이 적다. 또 밀과 보리로 만든 맥주가 10~15g의 탄수화물이 들어가는 데 반해, 하드셀처엔 2g 정도가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하드셀처는 건강하게 술을 즐기고 싶은 미국의 20~30대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2016년 출시된 화이트 클로(White Claw)의 경우, 2019년 미국에서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버드와이저 매출을 추월했다. 

풀무원의 '비밀빵집' 3종. 사진제공=풀무원

밀가루, 우유, 버터, 달걀 없는 베이커리

밀가루가 들어가 있지 않은 ‘글루텐 프리(gluten-free) 빵’도 인기다. 글루텐이란 밀, 보리 등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로 밀가루 음식의 쫄깃한 질감을 내지만 소화불량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밥 대신 빵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건강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글루텐프리 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풀무원은 지난 9일 글루텐 프리 냉동 베이커리 '비밀빵집' 3종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감자빵, 군고구마빵, 크림치즈옥수수빵 등으로 구성됐으며, 밀가루 대신 쌀가루만을 사용한 건강 간식이다. 모양은 감자, 고구마, 옥수수 원물 그대로 재현했다. 속은 원물과 치즈로 채웠으며, 가공 버터가 아닌 순수한 버터를 사용했다. 

그런가하면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재료가 없는 ‘비건 베이커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아웃’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은 동물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가치 아래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연한 채식 생활’을 즐긴다.

롯데제과는 비건 베이커리 브랜드 ‘V-Bread(브이-브레드)’를 최근 출시했다.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재료를 모두 뺐으며, 식이섬유 및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식문화가 확산되는 점과 식사 대용 빵으로 식물성 원료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판매량을 살펴봐도 비건 베이커리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마켓컬리에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비건 베이커리 상품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4%나 증가했다. 상품 가짓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0% 늘었다. 

버터·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우유 대신 찹쌀가루·두유를 사용한 ‘망넛이네’ 참싸루니, ‘더브레드블루’ 유기농 통밀 식빵, 비건 모닝빵, ‘빵어니스타’ 단호박 두부 케이크 등이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 제로' 제품. 사진제공=롯데칠성

주스 시장 규모 감소…‘무설탕’이 뜬다

음료업계에서도 설탕을 빼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설탕, 액상과당, 시럽 등 당 함유량이 높은 과즙음료 대신 차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다. 지난 2010년 국내 주스 시장은 총 1조2333억 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880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올 1월 롯데칠성음료가 10년 만에 재출시한 ‘칠성사이다 제로’는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3500만개를 달성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초당 4개가 판매된 셈이다. 그 결과, 롯데칠성음료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456억 원을 기록했다. 

주스 시장 규모의 감소는 글로벌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식음료 회사 펩시코가 트로피카나, 네이키드 등 북미 지역 주스 브랜드들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이 점차 설탕 섭취를 줄이고 보다 건강한 음료로 옮겨가는 가운데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트로피카나는 그간 미국 내 냉장 오렌지주스 1위 브랜드를 유지해왔지만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따라 펩시코는 다이어트 소다, 하드셀처, 생수 등 저칼로리 음료에 주력해왔다. WSJ에 따르면 과일주스와 과일음료 소비는 지난 2011년 34억 갤런에서 지난해 28억 갤런으로 19% 감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주 소비층인 MZ세대가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정보를 쉼 없이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라이프스타일의 방향 자체가 건강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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