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뻗는' 中 규제 칼날...글로벌 경기회복, 불확실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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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로 뻗는' 中 규제 칼날...글로벌 경기회복, 불확실성 커진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8.04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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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사교육 이어 자동차 반도체칩 유통업체에도 칼날
전문가들 "규제 리스크 불확실성이 투자심리 위축"
경기 이끌 주요 산업군에 규제 강화...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도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있다.

앞서 탄소중립을 위해 정유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을 시작으로 기술기업, 사교육 기업, 게임 기업, 그리고 이제는 자동차 반도체 유통기업까지 규제 당국이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중국 당국의 규제 리스크에 주목하며 중국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질 것을 조언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앤트그룹부터 자동차칩 유통기업까지..전방위로 규제 강화

지난해 11월 상장을 불과 이틀 앞두고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돌연 중단되면서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지난해 10월24일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에 참석해 중국의 금융감독 시스템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강도높게 비난한 후 벌어진 일이다.

앤트그룹은 IPO가 중단된 것은 물론이고, 마윈 뿐만 아니라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 등 경영진이 줄줄이 금융당국에 소환됐으며, 중국 인민은행은 앤트그룹에 금융지주사 설립 등 5대 개선사항을 요구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독점금지 위반 혐의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원이 넘는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포브스는 "당시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이것이 마윈에 대한 일회성 문책으로 해석했다"며 "그러나 중국 정부가 주요 기술기업들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으로 규제를 강화하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반하는 정유기업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기술기업은 물론 사교육기업, 게임업체들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7월 알리바바와 콰이쇼우, 메이투안, 텐센트 등 4대 기업의 시총이 약 20% 가량 증발했다. 

교육기업들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급성장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포했으며, 주말 및 휴일 교육을 금지하는 등 새로운 규정들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의 대형 학원기업인 신둥팡교육 등이 일제히 폭락하기도 했다. 

게임업체 또한 규제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보고는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비유하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견해가 반영된 것인지, 편집자 개인의 견해를 반영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심지어 기사는 몇 시간 후 삭제됐다"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칩 부족 사태가 지속되자 자동차칩 유통업체들에 대한 조사도 나섰다. 

이날 주요 해외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자동차용 반도체칩 가격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유통업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중국 반독점규제당국인 국가시장관리총국(SAMR)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가격 담합 등의 독점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조사를 신청했다"며 "투기나 고물가 등 자동차 반도체칩 시장에서 독점과 관련된 문제들이 제기됨에 따라 자동차칩 유통업계에 대한 조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투자심리 위축 불가피...경기둔화 우려도 더해져"

문제는 중국 규제당국의 칼날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 

싱가포르 누베스트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데이브 왕은 "투자자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고 믿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에 대한 의미있는 투자에 나서기 이전에 이같은 규제 리스크가 언제쯤 명확해질지를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기정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는 더욱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7.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8.1%)를 밑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기저효과를 빼고 보면 올 2분기 성장세가 예년에 비해 부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을 올해 8.1%로 높게 봤으나, 내년에는 5.7%, 2025년에는 5.1%로 점점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 업체인 트리비움의 파트너 에테르 인은 "중국의 경제 둔화와 맞물리면서 규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레테 리서치의 리차드 크레이머 역시 "잠재적인 규제 강화 가능성은 불확실성의 폭풍을 초래한다"며 "사람들은 언제쯤 저가매수에 나서야 하는지 궁금해하지만, 아직까지는 바닥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기적 계속될지 의문"

일각에서는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중국의 경제를 더욱 침체시킨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포브스는 "투자자들은 의료와 부동산 같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투자자들은 왜 가장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기업들을 정부가 약화시키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개혁을 추진했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우 사실상 국유기업(SOE)을 강화하고, 민간기업들에 대해서는 제약을 높이고 있다는 것. 

중국 법률 전문가인 제롬 코헨은 "마윈 등에 대한 조치가 유력 기업인들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은 메시지가 스며들면서 중국의 경제 기적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각광을 받으며 고공행진을 펼쳤고, 비디오 게임 산업이 주목을 받으며 주류시장으로 진입한 것과는 달리 중국의 기술 및 게임 기업들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포브스는 "중국을 더 높은 발전 단계로 전환시키고, 경제를 이끌어줄 핵심 분야"라며 "규제 강화에 발목을 잡힉 되면 중국의 성장 궤도는 지금보다 더 느려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할 때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닉 사르겐 포트워싱턴 투자자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포브스 기고를 통해 "개인적으로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정치적 복잡성으로 인해 항상 어려웠다"며 "이제 수많은 규제 명령으로 인해 투자를 평가하기가 훨씬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좋은 조언은 투자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CA리서치의 제론 블록랜드는 "앞으로 6~12개월동안 규제 당국의 추가적인 압박이 중국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중국의 규제 이슈는 글로벌이 아닌 현지 문제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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