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롤렉스 왜 사냐고요? 되팔려고요”…희소성으로 돈버는 ‘리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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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롤렉스 왜 사냐고요? 되팔려고요”…희소성으로 돈버는 ‘리셀테크’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0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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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되파는 리셀 MZ세대 키워드
새 상품보다 몇 배로 뛰는 한정판 몸값
디올X나이키 운동화, 리셀가 1000만원
샤넬·롤렉스 전문 ‘리셀러’ 있을 정도
롯데·현대百, 오프라인 리셀 매장 구축

 

나이키와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이 협업해 출시한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스니커즈는 정가가 300만 원이지만 리셀가는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사진제공=디올
나이키와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이 협업해 출시한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스니커즈는 정가가 300만 원이지만 리셀가는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사진제공=나이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재테크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여겨볼 만한 분야가 바로 ‘리셀테크’다. 리셀테크란 (Resell·되팔기)과 테크(Tech)의 합성어로, 명품 가방, 시계, 신발 등 한정판 제품은 물론이고, 희소성 있는 제품에 차액을 붙여 판매하는 형식의 재테크다. 

리셀테크 시장은 특히 온라인에 능숙하고, 차별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를 빨리 알아보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부터 샤넬·롤렉스, 이제는 구하기 힘든 LP판이나 레고까지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면 무엇이든 팔린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스니커즈가 1000만 원에 육박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중고나라 캡처

신발 한 켤레에 1000만 원이 넘는다?

가장 주목받는 리셀테크는 나이키로 대표되는 스니커즈(운동화)다. 세계 1위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는 전세계 유명인들, 다양한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해 한정판 운동화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전에는 스니커헤드(열성적인 운동화 수집가)들을  중심으로 사고 파는 행위가 일어났지만,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에 주목한다. 최근 나이키는 수시로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해 추첨을 통해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구매 기회를 주는데, 당첨만 되면 13만 원짜리를 30만~40만 원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나이키가 명품 브랜드 디올(Dior)과 협업해 출시한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스니커즈는 전세계 8500켤레 한정 수량으로, 정가는 300만 원이었으나 한 때 리셀 가격이 2000만 원을 넘어가기도 했다. 4일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1000만 원에 육박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019년 나이키와 가수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이 협업해 만든 한정판 운동화 ‘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로우 파라노이즈 한국한정판’ 역시 판매가격은 21만9000원이었지만 최고 1300만 원대에 거래됐다. 수익률만 5800%가 넘는다. 

롤렉스(ROLEX) 서브마리너 '데이트 그린 커밋' 제품. 사진제공=롤렉스

샤넬·롤렉스, 요즘은 팔기 위해 산다

샤넬백, 롤렉스 시계가 유독 타 명품 브랜드보다 인기 있는 이유는 중고거래로 내놓을 때 오히려 웃돈을 얹어 기존 정가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중고거래는 명품이라고 할지라도 사용감이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정가보다 10%에서 많게는 40%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하지만 샤넬백이나 롤렉스는 워낙 수요가 높아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할 수 있다. 전문 ‘리셀러’까지 있을 정도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 서브마리너 중 '데이트 그린 커밋' 제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계'라고도 불린다. 국내 매장 소비자는 1165만 원이지만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새상품 기준 2500만~26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무려 1000만 원이 넘는 웃돈이 붙었지만 그마저도 없어서 못 산다. 

샤넬 클래식백 이미지. 사진제공=샤넬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 가방 역시 MZ세대의 주요 현물 투자 상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올해 들어 벌써 3번째 가격 인상을 선언한 터라 “샤넬백은 오늘이 제일 저렴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부산에서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지난 6월 중고나라에 “구입가 864만 원이었던 샤넬 클래식 베이지 미디엄 캐비어 백을 874만 원에 판매하겠다”며 “프리미엄은 10만 원만 붙이겠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자 하루도 안 돼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현재 해당 제품은 품절이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리셀 전용 플랫폼’ 만들기

세계 최대 중고의류 유통회사 중 하나인 스레드업에 따르면,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연 평균 39%씩 성장해 오는 2024년에는 약 72조4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약 48조원이다. 국내 시장 역시 중고거래 시장을 포함한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다보니 IT 기업부터 유통업체, 패션업체까지 굴지의 대기업들이 리셀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의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 리셀 시장에서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있는 '브그즈트랩' 매장. 사진제공=브그즈트 랩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있는 '브그즈트랩' 매장. 사진제공=번개장터

지난해 7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자체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soldout)’을 선보였다. 솔드아웃은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5만 회를 돌파했으며, 월평균 거래액이 120%에 달할 만큼 인기를 모았다. 지난 5월에는 사업을 확장해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로 분사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동화 리셀 플랫폼인 ‘크림’을 깜짝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한정판 스니커즈 오프라인 거래소 ‘아웃오브스탁’ 매장을 영등포점 1층에 들여 다양한 브랜드의 인기 스니커즈와 의류 등을 한 자리에 모았다. 또 한정판 풋볼 레플리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오버더피치’ 매장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2월 말 오픈한 ‘더현대 서울’에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와 손잡고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을 백화점 2층에 들였다. 번개장터의 첫 번째 오프라인 공간 ‘브그즈트 랩(BGZT Lab)’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테마로 만든 공간으로, 119㎡(약 36평)의 공간에 스니커즈 300여족을 채웠다. 공간 가운데 단상 위에는 한정판 에디션 12족이 전시돼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고, 자신의 만족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사고 싶은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이 얼마라도 쉽게 지갑을 연다”며 “리셀테크 시장은 이런 MZ세대만의 특징과 만나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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