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눈앞에 둔 로빈후드...개인 끌어들인 IPO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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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상장 눈앞에 둔 로빈후드...개인 끌어들인 IPO 성공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7.29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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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개인 고객에게 주식 최대 35% 할당
월가, 로빈후드의 실험 성공할지 여부에 관심
앞서 페이스북 등은 기술적 결함으로 IPO 곤혹 치뤄
미 온라인 주식 중개 플랫폼 로빈후드가 오는 29일(현지시각) 나스닥 상장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미 온라인 주식 중개 플랫폼 로빈후드가 오는 29일(현지시각) 나스닥 상장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가 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각)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이른바 '밈 주식'의 대표주자인 게임스톱을 비롯한 AMC, 블랙베리 등 일부 주식들이 폭등세를 보이자 로빈후드는 이 주식들에 대한 거래를 제한했고,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물론이고 미 하원에서 청문회까지 열린 바 있다. 당시 로빈후드는 약 7000만달러 규모의 벌금 및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 금융규제당국(FINRA) 등록 조항 위반 조사에 직면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스닥 상장 시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로빈후드는 '금융의 민주화'를 자신들의 임무라고 강조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공모주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나섰다. 

우리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참여가 일반적이지 않은 가운데, 로빈후드의 이같은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에 월가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IPO 민주화 나서는 로빈후드 "개인 투자자 공모주 물량 최대 35%"

오는 29일 'HOOD'라는 종목명으로 나스닥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로빈후드는 공모가격을 38달러(약 4만3700원)로 책정했다. 이는 공모가 희망밴드(38~42달러)의 최하단이다. 공모가 기준으로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320억달러에 달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350억달러 가량을 기대했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로빈후드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5500만주를 발행해 2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로빈후드의 상장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전에는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물량을 확대했다는 데 있다. 

앞서 지난 24일 로빈후드는 이번 IPO에서 최대 35%에 달하는 공모주 물량을 로빈후드 앱 사용자에게 할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사 주식의 1~2%만을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배정한다. 공모주 청약이 일반적이지 않은 미국에서는 중개업을 하거나 혹은 일정 자산 이상을 보유한 부유한 개인들에게만 공모주 청약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 로빈후드의 경우 자사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고객들 중 무작위로 추첨해 공모주 청약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로빈후드의 고객 중 절반은 초보 투자자로, 지난해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이 상당수라는 것. 

뉴욕의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 트레이더는 "모든 이들이 로빈후드 거래에서 더 많은 변동성을 예상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할당량이 확정된 것은 다른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미온적인 열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장에 불참할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빈후드의 경우 '밈 주식'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 개인 투자자들은 회사의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주가를 끌어올렸던 이들이라는 것. 이들이 공모주를 배정받을 경우 로빈후드 주식 자체가 밈 주식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데이비드 에릭슨 교수는 "이번 IPO는 공모주가 어떻게 배당이 될 것인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알 수 없어 대부분의 진지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될지 일단 지켜볼 것"이라며 "어쩌면 로빈후드가 다음 밈 주식이 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인 보호예수기간이 180일이지만, 로빈후드에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보호예수 기간은 IPO 이후 125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은 곧바로 매도가 가능하다. 이는 로빈후드 주가 흐름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 투자회사인 핀벤처 캐피털의 로건 엘린은 "그들은 IPO에 따른 반짝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대광고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대형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로빈후드 공모주 청약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밈 주식이 폭등할 당시 일부 주식 거래가 중단된 데 따른 배신감이 여전히 크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사양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의 부정적인 감정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로빈후드 고객들이 IPO 주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주저하던 투자자들이 흥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위험성 적지 않아"

기술적으로도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IPO에는 역사상 많은 경고성 스토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신업체 보네이지다. 보네이지는 2006년 5월 IPO에 나서면서 고객들에게 공모주에 청약 기회를 주었는데,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고객들은 실제로 주식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 각종 소송에 휘말렸다. 감독 당국은 은행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미국의 뱃츠(BATS) 글로벌마켓은 지난 2012년 IPO에 나섰으나, 기술적인 오류로 인해 결국 IPO를 철회했고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나스닥 거래소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예정된 시간에 거래가 시작되지 못한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한 바 있다. 

WSJ은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한다 하더라도 IPO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시스템이 아무리 공정하고 명확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일부 고객들은 주식 배분 과정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명확하게 설명이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불만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결국 로빈후드의 IPO는 성공시에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상당한 위험성을 수반한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평가다. 

WSJ은 "IPO를 민주화한다는 것은 위험을 수반할 수 있지만, 로빈후드의 시도가 잘못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 과정으로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질 경우 돌아오는 보상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R.A 파로크니아 교수는 "만일 성공한다면 그것은 환상적인 승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만일 잘못될 경우 이것은 로빈후드 명성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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