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제페토에 이프랜드까지...MZ세대 지갑 열 주인공은
상태바
로블록스·제페토에 이프랜드까지...MZ세대 지갑 열 주인공은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7.27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타버스 업계 '게임은 놓칠 수 없는 성장수단'
광고·협업 외 수익 모델 없는 상황
로블록스, 등록된 게임만 5천만개...한국 시장 공략
제페토도 올 하반기 게임 제작 기능 추가
제페토·엔씨 유니버스·SKT 이프랜드..승자는
'로블록스'는 일반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고 자체 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메타버스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사진=로블록스 블로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한국에 유한회사를 설립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네이버 제페토와 SKT 이프랜드가 로블록스와 3파전을 벌인 예정인 가운데 게임업계와 엔터테인먼트업계도 협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이용자 대부분이 10대인 메타버스 플랫폼 특성상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기 전에 이용자를 선점하는 것이 향후 시장 구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엔 협업을 제시하는 유통·엔터테인먼트·금융 등 여러 기업의 제안이 몰린다. 전문가들은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수익화에 성공한 플랫폼 수익성이 경쟁 플랫폼을 압도할 것이라 전망한다.

로블록스 경쟁자는 제페토?...게임업계도 주목하는 잠재력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본금 1억원을 들여 '로블록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27일 오후 기준 로블록스는 이미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인기 순위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PC 이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로블록스를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 로블록스가 한국에 유한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수익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한국 지사 없이도 국내에 다수 이용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 메타버스 경쟁 플랫폼이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전에 수익모델 구축에 나선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릭스(SA)는 2025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현재 보다 6배 이상 커져 270억달러(약 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로블록스가 네이버 제페토와 이용자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로블록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래 놀이처럼 플랫폼 내에서 일반 이용자가 손쉽게 게임을 만들어 다른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샌드박스’형 오픈월드라는 점이다. 

로블록스에 등록된 게임 수는 5000만개가 넘는다. 플랫폼 속에서 다양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고, 대부분 게임의 난이도가 낮다. 게임을 직접 만들고 즐기는 이용자 중 54%가 12세 미만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로블록스 하루 평균 접속자 수는 4210만명으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로블록스 국내 월간이용자수(MAU)는 140만명에 이른다. 

제페토 역시 올 하반기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하는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로블록스가 게임이냐 아니냐를 논하기도 하지만 이용자가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국내에서는 검증된 IP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게임이 산업의 주류가 되면서 기존 이용자 외 신규 유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위 게임의 절반 이상은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 기존 인기 IP로 만든 모바일 게임이다. 리지니가 출시된 1998년에 태어난 게임 이용자는 올해 24살이 된다.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리니지류’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MZ세대에게는 이미 ‘낡은 게임’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로블록스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다음은?...이프렌드·제페토·유니버스 물고 물리는 경쟁

IT업계에서 로블록스 국내 지사 설립에 주목하는 이유는 게임을 기반으로한 성장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사를 설립한 로블록스의 성장이 시장 초기 단계인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간 경쟁을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버스 업계에선 게임이 플랫폼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로블록스의 시가총액 60조원에 달한 배경에 게임을 기반으로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이용자를 확보한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기준 8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게임을 제작했고, 127만명이 평균 1만달러(약 1100만원)의 수익을 냈다. 그중 상위 300명의 평균 수익은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에 달했다. 로블록스 자체 화폐인 로벅스는 10만 로벅스(약 350달러) 이상을 모으면 페이팔 등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

현재 게임을 기반으로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외하고 기타 플랫폼의 경우 광고와 기업 협업 외에는 별 다른 수익 창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SNS 기능에 집중했던 제페토 역시 게임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매출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6억원이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89억원에 달했다. 반면 올해 올해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구찌, 디올 등의 광고가 늘면서 월매출이 지난해 보다 70% 이상 증가한 25억~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페토는 올 하반기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드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게임 내 아이템 등 각종 결제 수요가 생기면 자체 화폐인 젬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로블록스와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양사의 경쟁은 메타버스 플랫폼 전반에 영향을 줄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페토에선 블랙핑크, ITZY(있지)가 활동 중이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하이브(구 빅히트)와 YG 엔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로블록스가 게임을 기반으로 제페토 점유율을 가져오면 엔터테인먼트에 강점을 둔 엔씨소프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엔 호재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MZ세대 이용자가 제페토와 유니버스, 로블록스로 흩어지면 후발주자인 SKT의 ‘이프랜드(ifland)’의 성장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14일 출시한 이프랜드는 현재 구글 플레이에서 5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소셜(Social) 기능에 중점을 둔 이프랜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새로운 네트워킹 형성을 목표로 한다. 플랫폼 내 18개 테마의 가상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서로 프로필을 확인하고 팔로우할 수 있다. 하나의 룸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130명으로 같은 메타버스 룸에서 문서(PDF)나 영상(MP4)를 공유하면서 대형 컨퍼런스를 진행할 수도 있다. 

SKT는 MZ세대를 겨냥해 이프랜드를 기반으로 인플루언서를 육성해 마케팅과 소통을 원하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의 특성상 초기 수익성 보다는 다수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제페토 이용자 중 80% 이상이 10대 청소년이고, 로블록스 이용자 60% 이상이 만 16세 이하다. SKT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방문하지 않던 이용자를 발굴하거나 로블록스, 제페토 또는 유니버스 이용자를 유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간 경쟁이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주목 받는 로블록스는 이용자 연령이 높아질 경우 완성도 낮은 게임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