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600만 원짜리 녹차가 팔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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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600만 원짜리 녹차가 팔리는 이유는?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2.1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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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뛰어넘는 가격 설정으로 새로운 소비층 창출

 

<케이스 ①> 40만엔 식탁보다 4,000만엔의 식탁을 팔기가 더 쉽다

일본 후쿠오카 소재 가구판매업체인 세키카구는 수령 1,000년 이상 나무로 만든 2,160만엔(약2억원)의 테이블과 고급목재 비자나무로 만든 4,000만엔(약 4억원)의 거실용 조명등을 만들 시중에 내놓았다. 이 가격대의 가구는 경쟁이 치열해 금새 팔려나갔다. 이 회사는 1968년 창립해 매출액 149억 엔 규모다.

이 회사의 세키 사장은 “가구 판매에 있어 10~20% 가격이 비싼 신제품을 내놓아도 좀처럼 팔리지 않는데, 그럴 바에야 가격이 100배인 신제품을 내놓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급 가구를 다루는 다른 기업은 많이 팔리는 40만 엔대 식탁에 힘을 쏟는데, 이 가격대는 경쟁이 치열한데 비해 4000만 엔짜리 식탁은 경쟁자가 없어서 독점상태를 만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판매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4320만 엔(약 4억3200만 엔)의 식탁은 판매정보를 내놓자마자 주문이 몰려들었으며, 이탈리아의 부호가 일본을 직접 방문해 구매해 갔다고 한다. 세키카구는 일반용 가구도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 100배 전략'의 일환을 내놓는 상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케이스 ②> 블루오션은 ‘상식적인 가격의 5~10배’에 있다

일본 도쿄의 변두리에 위치한, 20석 남짓의 디저트 가게 다루마야모치가시텐(だるまや餅菓子店)에서는 한 접시에 3,000엔(약 3만원)의 고급빙수를 판매, 연간 400그릇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고급 녹차가루, 비료와 농약 없이 키운 고급 팥, 기온과 습도에 따라 매일 다르게 가는 얼음 등 재료를 철저히 고급화해 만든 빙수다.

일본의 일반적인 빙수 가격은 300엔가량이며, 일본인의 점심 외식비의 평균이 한끼 800엔에 못미치는 점을 볼 때 매우 파격적인 가격설정이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3000엔 빙수’를 맛보기 위해 일본 전국에서 손님이 몰리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도 두드러지고 있다.

▲ '다루마야모치가시텐'의 한 그릇 3000엔의 빙수 /코트라 도쿄무역관

일본 최대 의류업게 ‘유니클로’의 최근 3년간의 실패사례에서 보듯 소폭의 가격인상은 자칫 매출의 감소를 불러올 수 있는데, 오히려 10배의 가격 설정은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유니클로는 2014년과 2015년에 품질 향상을 이유로 5~10%의 가격인상을 했는데 고객수가 급감, 2016년에 다시 가격 인하를 단행했지만 한 번 잃은 고객의 발길을 돌리는데 실패해 약 13%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일본 외식 전문 컨설턴트 이시다씨는 한 인터뷰에서 “10~20%의 가격인상이 아니라 10배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식적인 가격의 5~10배' 비즈니스의 주 고객은 주로 2000년대 이후 부를 축적한 이른바 '신 부유층'이며, 이들은 자신의 기호나 취미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수요층이다. 이들은 평균보다 조금 나은 제품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대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나 감동을 가져다주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소비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케이스 ③) SONY, 300만 원의 MP3 ’NW-WM1Z' 발매, 높은 인기

SONY의 신형 MP3 모델 ’NW-WM1Z'는 지난 2016년 9월 독일에서 개최된 오디오/비디오 전문 전시회인 'IFA 2016'에서 최초 선보였으며, 10월부터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 판매가격이 약 300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 설정에도 불구하고 중년층 및 음향 매니아를 중심으로 견실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제품은 일반 보급용 제품 대비 20배 이상 높은 가격 설정, SONY의 음향기술을 총동원했으며, 부품 및 소재 역시 음향에 최적화된 고급재료를 이용, 가정용 오디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음질을 구현했다.

SONY는 창립 초창기에 일본 최초의 국산 트랜지스터 라디어를 개발, 당시 공무원 첫 월급 평균의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한 바 있는데, NW-WM1Z의 가격 역시 현재 일본 공무원 초임의 약 2배의 가격설정을 했다. 이는 'SONY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SONY가 팔고 싶은 가격으로 판다'는 SONY 초창기의 전략으로 회귀한 것. NW-WM1Z의 구매자 대부분은 동시에 발매된 전용 헤드폰과 앰프를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가격은 총 80만 엔(약 800만 원)에 이른다.

▲ SONY가 '16년 9월에 선보인, 약 300만 원의 MP3 ’NW-WM1Z' /코트라 도쿄 무역관
(케이스 ④) 새로운 결합…와인병에 고급차로 부가가치 창출

큰 폭의 가격인상에는 당연히 소비자가 놀랄 만한 부가가치가 수반돼야 하는데, 위의 예처럼 제품 자체의 품질을 대폭 향상시키는 전략 외에도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결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종업원 15명의 중소기업이 판매하는 'MASA Super premium'은 와인병에 담긴 고급 차 음료로, 한 병당 최대 60만 엔(약 6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량생산이 어려운 고급 차 입만을 사용해 약 일주일 동안 수작업으로 차를 추출, 품질관리에 최적화된 와인병과 고급 목재 상자로 포장해 출하하고 있다.

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로열블루티’사는 2014년에 창립된 일본 음료업계의 최후발 주자임에도 2016년 일본에서 개최된 G7 정상회담에 사용된 차를 납품하고, 매년 25%의 매출 증가를 보이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도 고급 차 제품은 많이 있었으나 가장 비싼 제품도 10만 엔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 60만 엔이라는 가격설정에도 이 제품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차와 와인병이라는 기존에 없었던 조합이 부가가치를 창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 한 병에 최대 60만 엔에 판매되는 고급 녹차 음료 'MASA Super premium' /코트라 도쿄무역관
전망

시장이 성숙하고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일본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판매량은 줄지만 단가가 올라 총이익은 올라갈 수 있다는 기존의 전략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타사 제품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부가가치 부여를 통해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이 일본시장에서는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서민층의 소비심리가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소득 최상위층을 겨냥한 상품 및 그러한 상품에 들어가는 재료, 부품, 소재 분야가 새로운 진출 유망분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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