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달앱’ 꿈꾸는 배민·쿠팡이츠, 동남아도 평정할까
상태바
‘K-배달앱’ 꿈꾸는 배민·쿠팡이츠, 동남아도 평정할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7.21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아한형제들, ‘배민’ 아시아시장 공략에 속도
쿠팡, ‘퀵커머스’ 앞세워 일본·대만서 배송 시작
동남아 인구 7억명대…배달앱 성장 가능성 ↑
배달의민족이 'BAEMIN'으로 베트남 시장에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의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인구 6억6730만 명으로 중남미보다 큰 시장이며 평균연령 30세에 불과하다. 2025년이면 중산층만 2억 명에 달할 정도로 경제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오토바이의 대중화라는 특성이 배달 시장과 맞물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배민과 쿠팡은 현재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배달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해외 현지 법인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 채용 등에 나서고 있다.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배민, 특유의 ‘B급 감성’으로 동남아 시장 잡나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9년 6월 ‘BAEMIN(배민)’이라는 브랜드로 베트남 배달 시장에 진출해 2년여 만에 2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33.38%의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랩푸드(GrabFood)를 뒤쫓으며 격차를 줄이고 있다. 

그랩푸드, 나우, 고푸드 등 현지 플랫폼보다 베트남 서비스 론칭 시기가 늦었으나 배민 특유의 재치 넘치는 ‘B급 감성’ 브랜딩과 베트남어 서체 개발 같은 현지화 마케팅으로 젊은 층이 많은 베트남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 일일 평균 주문 수는 론칭 초기와 비교해 200배 이상 뛰었다.

 베트남 'BAEMIN' 라이더 가방.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베트남에서 배달 앱 ‘BAEMIN’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해 8월 출시한 시장가방이 계기가 됐다. 우아한형제들 현지 법인은 ‘세뼘짜리 가방’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에코백을 출시했고, 이 제품은 출시가 되자마자 화제를 모았다. 세뼘짜리 가방은 베트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금은보화를 가져다주는 가방의 이름이다.

또 우아한형제들은 특유의 유쾌한 마케팅을 베트남 현지에도 적용, 세뱃돈 봉투에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 마’,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같은 문구를 새겨 넣어 인지도를 높였다. 

이밖에 배달 가방에는 ‘뜨겁습니다! 지나갈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키겠다!’ 등 재미난 문구를 새겨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에 친근함을 느끼도록 했고, 햇빛이 강렬한 현지 특성을 고려해 전신을 가릴 수 있는 의류를 제작해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고객을 만족시키는 주요 요소는 ‘인센티브 및 프로모션’(84%)이다. 속도가 중요한 한국과는 달리 베트남에서 고객이 실제로 관심을 갖는 것은 배송 속도(2%)가 아니라 프로모션이라는 것. 배민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마케팅과 확실한 프로모션은 현지인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 특유의 마케팅 기법이 다른 나라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베트남 사업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향후 우아한형제들은 싱가포르에 설립한 ‘우아DH아시아’를 통해 아시아 15개국에 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배민 DNA’를 내세워 아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9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 지역에서도 즉시 배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쿠팡 대만 앱 캡처

쿠팡, 강점 ‘퀵커머스’ 살려 해외 진출 본격화

쿠팡 역시 지난 달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나카노부 지역에서 쿠팡 앱을 통해 신선식품, 생필품 등을 배송하는 시범 사업에 들어갔다. 주문 다음날 오전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쿠팡의 대표 서비스 ‘로켓배송’과 달리 상품 주문 즉시 라이더가 전달하는 즉시 배송이다. 

쿠팡은 한국과 비교해 배달·배송 대면 수령이 익숙했던 일본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비대면 수령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움직임을 포착, 일본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형태인 근거리 배달 서비스로 일본 시장을 두드린 것.

쿠팡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속도'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쿠팡이 해외에서도 퀵커머스 형태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지난 9일부터 일본에 이어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 지역에서도 즉시 배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 앱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 사이 배송받을 품목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으며, 배송료는 19NTD(약 780원)에 불과하다. 현지 매체를 중심으로 오는 8월 내 대만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5개의 창고를 추가해 서비스 지역을 늘릴 것이란 보도도 이어진다.

대만에는 우버이츠, 푸드판다, 쇼피프레시 등 다양한 배달 업체들이 즉시 배달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만에서 배달이라는 문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2~3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업계는 대만의 즉시 배달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이밖에도 지난 4월 싱가포르 법인에서 근무할 운영·유통·물류 부문 임원과 실무 개발자 인력 10여 명에 대한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일본과 대만 진출을 견주어봤을 때, 싱가포르 역시 퀵커머스 배달 서비스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전국 익일 배송을 가능케 한 혁신적인 서비스다. 하지만 10여 년간 수조원의 물류센터 투자를 통해 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로켓배송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어 해외 진출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쿠팡은 도심 내 창고형 물류거점을 통해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퀵커머스 사업을 해외 진출 모델의 핵심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배달앱 업체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배달 서비스에 익숙해진 한국에 비해 동남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 명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9년 2500만 명으로 30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재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배달앱을 이용하는 셈이다. 동남아 시장은 아직 배달 서비스 이용률이 10%가 채 안되지만 매년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 배달앱 사용률도 급증하고 있다”며 “동남아는 젊은 층도 많고 트렌드에도 민감하며 한류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이점을 이용하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